서울 아파트 값 잡는 법
서울 아파트 값 잡는 법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9.07 11:34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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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의 T주상복합아파트 가격은 20억원대이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 대부분은 의사, 변호사, 고위직 공무원, 사업가들로 대한민국의 1%에 드는 이들이다. 그런데 소유자들은 이 아파트에 살지 않고 전세 놓고 외국에 나가있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실거주자의 반 가까이가 30~40대 세입자들이다. 부근에 명문학교로 알려진 초·중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려고 무리해 들어가는 것이다.

서울의 집값이 39개월간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도 출현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물가상승을 압도한다. 1988년 대치동 은마아파트 30평대가 7000만원이었다. 현재 16억5000만원이다. 20배 넘게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재테크는 아파트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아파트 값을 진정시킬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 7월 대한민국의 인구는 5180만6977명이고, 수도권 인구는 2575만3544명이다. 이대로라면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할 것이다.

수도권 인구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간단하다. 위에 예를 든 T아파트 사례에 답이 있다. 통상 인구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3가지 요소는 정부와 대학, 기업이다. 따라서 이들 정부기관과 대학,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인구 집중을 막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수도권에서 새로 지정된 지방 이전 대상 기관 122개, 5만8000여명을 즉시 지방의 혁신도시와 대도시로 옮겨야 한다. 개헌을 다시 추진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또 무얼 나누느냐’고 비난하겠지만 인구 분산을 위해선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개헌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제2 청와대와 제2 국회라도 세종시에 설치하면 된다. 이 두 기관의 이전은 수도권 집중을 무너트리고 지방 분산의 거대한 물꼬를 틀 것이다.

그리고 최고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를 지방으로 옮기자. 서울대의 15개 단과대와 11개 전문대학원 등 26개를 각각 하나의 대학으로 독립시켜 지방의 대도시로 분산하자. 국립사회과학대학, 국립자연과학대학, 국립행정대학원…이런 식으로 말이다. 전국으로 분산된 26개 국립대학에 정부와 대학의 인재들이 가면 기업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수도권에 집을 왕창 짓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정책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 공급을 늘려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방법, 금융적 수단인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을 흡수하는 방법 등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무분별하게 아무 집이나 짓는 게 아니라 집 사기를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에게 맞춤형 아파트를 보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과천, 안산, 광명, 의정부, 시흥, 의왕, 성남 등 신규택지 추가 후보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30만호의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주택 200만호 건설과 같이 사상 초유의 물량투척이 바람직하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장 확실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 변화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삶의 가치관과 인생 목표 같은 패러다임을 바꾸라. ‘서울을 떠나면 모든 걸 잃는다’는 극단적 수도우월주의, 구태의연한 수도예찬론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대한 만족감을 갖는 동시에 지역 특색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오래 전 프랑스 지방 소도시에 있는 와이너리(포도주양조장)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30대 와인 생산업자에게 “파리에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전혀, 굳이 파리에 가지 않아도 여기에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대답했다. 

프랑스 남자 같은 대답이 우리의 입에서도 나오려면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과 지방, 도·농간 복지·의료·문화·편의시설이 균형·발전해야 한다. 후진국에선 이게 안 돼 있다. 국민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민이 되는 게 아니다. 사고방식과 행동, 문화 수준이 선진국다워야 한다. 국민 의식이 높아지면 서울 아파트값 고공 행진 적폐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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