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세대공존 페스티벌’… 노인과 청년이 함께 어울리며 공존의 길을 찾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세대공존 페스티벌’… 노인과 청년이 함께 어울리며 공존의 길을 찾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14 10:35
  • 호수 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9월 한 달간 UCC공모전, 탁구대회 등 열어… 복지관 문턱 더 낮춰

“함께 운동하며 친해져”… 아이돌‧밀레니얼세대 등 다룬 특강도 인기

서울 서대문노인복지관이 9월 한달 간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는 세대공존 페스티벌을 개최해 주목받고 있다. 세대 간 소통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진은 지난 9월 10일 페스티벌의 한 프로그램으로 열린 탁구대회에서 노인과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경기를 즐기는 모습.
서울 서대문노인복지관이 9월 한달 간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는 세대공존 페스티벌을 개최해 주목받고 있다. 세대 간 소통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진은 지난 9월 10일 페스티벌의 한 프로그램으로 열린 탁구대회에서 노인과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경기를 즐기는 모습.

“한 점 남았습니다.”

심판의 말과 함께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탁구반을 이끄는 이종웅(73) 어르신이 짧고 간결한 서브를 넣었다. 상대팀 선수인 20대 권지현 사회복지사가 이를 받아쳤지만 이 어르신은 빈틈을 노려 강 스매싱을 날렸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노장의 능숙함이 젊은이의 패기를 압도한 순간이었다. 승자와 패자는 갈렸지만 경기장은 환한 웃음으로 넘쳐났다. 이 어르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서로를 좀더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세대 간 소통 단절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이 9월 한 달 동안 ‘세대공존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루 동안 진행되는 1회성 행사가 아닌 한 달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 세대 간 격차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인권위는 노인 1000명과 청·장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했는데 노인 2명 중 1명(51%)이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청·장년은 10명 중 9명(88%)이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문제는 노인들의 대표적인 여가복지기관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고민거리로도 떠올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로당은 서울시의 개방형 경로당처럼 일찌감치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는 방법으로 간극을 좁히기에 나섰고 최근엔 노인복지관도 일부 프로그램과 시설을 지역주민이 이용토록 해 세대 소통의 장소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대문노인복지관이 진행하는 세대공존 페스티벌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UCC 공모전, 친선탁구대회, 세대공존 특강, 은빛축제 등을 진행하며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2016년 처음 개최돼 올해 3회째를 맞은 UCC 공모전은 ‘함께할 때 더 아름다운 시니어’라는 주제로 5분 이내로 세대 간 소통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UCC란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뜻하는데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9월 3일부터 21일까지 응모한 작품 중 금‧은‧동상을 각 1팀씩 선정해 시상하고 영상은 향후 세대 소통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9월 10일에는 세대공존 친선탁구대회가 열렸다. 친선탁구대회는 복지관 개관 이후 탁구반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실력향상과 친목 도모를 위해 매년 개최됐지만 올해는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참여해 어르신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세대공존의 장으로 꾸려진 것이다.  

준비기간이 짧아 올해에는 기존 복지관 탁구반 어르신들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향후엔 일반 시민들도 참여해 세대간 경쟁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대회로 확장시킬 예정이다. 

최고령 선수로 참가한 황쾌철(84) 어르신은 “젊음의 에너지를 한껏 받아서 젊어진 기분”이라면서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대공존 특강도 큰 인기를 끌었다.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박창수 작가, 김용섭 소장(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노명우 교수(아주대학교 사회학과)가 강사로 참여해 릴레이로 진행된 특강에선 어르신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신조어부터 걸그룹 등 대중가요 이야기,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의 특징까지 다루며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페스티벌의 피날레는 노인의 날을 맞아 10월 2일 진행되는 ‘제14회 서대문은빛축제’가 장식한다.  UCC공모전 시상식과 함께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축하공연과 자원봉사자와의 어울림을 통해 세대 간 화합의 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탁우상 서대문노인복지관장은 “이번 세대공존 페스티벌을 통해 세대 간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갈등 해소에 기여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세대공존 문화형성에 앞장서는 기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