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구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존경 받는 노인은 자신이 만들어야… 배려가 중요”
강갑구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존경 받는 노인은 자신이 만들어야… 배려가 중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9.21 10:49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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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철도청 부이사관 퇴임… 대한노인회 부회장 겸 전남연합회장으로 활동

교재 손수 만들어 성공적 노화·노인지도자 역할·웰다잉 등 순회 특강

강갑구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강갑구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지난 8월, 노인지원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강갑구(79) 대한노인회 부회장 겸 전남연합회장. 그는 노인회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강 이사장은 전남 순천시지회장 시절(2010년), 된장·고추장을 경로당에서 만들어 인터넷 판매해 5000만원의 소득을 올려 무명의 순천시지회를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유명한 지회로 만들었다. 또, 2016년 전남도 22개 지회 산하 경로당에 ‘사랑의 모금함’을 설치해 2000여만원을 모아 당시 이낙연 전남지사(현 국무총리)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노인지원재단이 강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노인지원재단 이사장까지 겸하게 됐다.

“연합회 일만도 쉽지 않다. 버겁긴 하지만 기왕 맡은 바에야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강 이사장은 두 가지 중대한 직책 수행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강 이사장의 자택은 순천이고 전남연합회는 무안에, 노인지원재단은 대한노인회 효창별관에 있다. 매일 새벽 순천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30여분 걸려 연합회에 출근한다. 화요일에는 새벽에 KTX 열차를 타고 재단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오후 늦게 순천으로 돌아온다. 이 와중에도 중앙회와 전남의 크고 작은 노인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매일 4시에 일어나 한 시간씩 가벼운 운동을 한다. 제 시간에, 정해진 양의 식사를 하고, 기분 나쁜 일은 빨리 머리 속에서 지우는 것이 나만의 건강 비결이다.”

-노인지원재단 일은 어떤가.

“재단의 주력 사업인 노인재능나눔활동은 보건복지부 예산 지원을 받는 노인복지사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범위도 넓은 것으로 안다. 올해 예산 약 330억원, 참여자 수만 5만2000여명이다. 그리고 경로당활성화 사업,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무료보청기·소외노인·실버그룹홈·경로당북카페 등의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활동비와 활동기간 연장을 바라고 있다.

“그 점이 사업의 현안이기도 하다. 월 10만원이 채 안 돼 노인일자리(27만원)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아무리 봉사라고 하지만 분명히 적은 액수이다. 기간도 늘려야 한다. 어떤 일이든 1년은 채워야 성과도 나오고 보람도 찾을 수 있다. 현행 6개월은 일에 흥미를 붙일 만할 때 그만두라는 것과 같아 참여 노인들의 불만이 많다.”

-방법은.

“복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노인일자리 우선 정책에 따라 내년도 재능나눔활동 사업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적게 산정돼 있다. 그래서 기재부를 비롯 각 당과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협조를 설득 중이다.”   

-재능나눔활동사업 초기에 역할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제가 순천시지회장 시절(2014년), 정부 예산을 받아 시범사업을 할 때였다. 사업설명회에 사무국장과 가봤더니 전남에선 참석자가 우리 둘 뿐이었다. 초기엔 사업에 대한 이해와 홍보가 부족해 참여노인 구하기도 힘들었다. 퇴직 공무원들의 모임 같은 데를 찾아가 사업 설명을 하고 참여를 종용했을 정도다. 이후로 참여자가 확산되자 재단 사무처장이 저에게 전남도를 책임져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재단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이번 이사진 구성을 보면 저를 비롯해 대한노인회 연합회장들이 이사로 선임됐다. 그 의미는 노인회와 재단이 한 몸이 돼 재단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단 사업은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배분·집행하면 된다. 문제는 기금을 모아 창조·발전적 업무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재단 설립 당시 기금을 모았다.

“대한노인회 회원 및 직원과 각급 회장들이 약 43억원을 모았다. 기금으로 142개 지회의 경로당활성화 지원(14억여원)과 경로당 환경개선(2억4000여만원), 경로당 물품지원과 경로당 북카페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기금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지원만 하니까 총액이 줄고 있다. 무조건적인 기부는 더 이상 무리다. 기부에 대한 동기부여,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을 고민 중이다.”

전남연합회 노인회관 앞에서 강갑구 이사장 등 직원들이 단합의 결의를 보이고 있다.

강갑구 이사장은 목포역장, 순천역장, 순천철도청 관리국장을 거쳐 부이사관으로 퇴임했다. 순천시지회장을 두 차례 역임하고 2015년 전남연합회장에 선출됐다. 현재 대한노인회 부회장 겸 전남연합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계획된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군 복무하며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해 합격했다. 교통 공무원이 되고나선 10년 안에 사무관이 되겠다는 목표로 주경야독을 한 결과 11년 만에 뜻을 이루었다. 퇴임 후 노인사회 봉사에 뜻을 두고 65세 되던 해 순천시지회를 찾아가 교육 분야를 맡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노인대학 교육에 모든 걸 집중했다.”

강 이사장은 노인이 과거의 의식과 행동에 안주해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소외당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인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야간대학에 나가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한국노인문제연구소에 적을 두고 노인 정책 연구에도 참여했다.  

-교육에 역점을 둔다고.

“연합회장 시·군 지회 순회교육을 해오고 있다. 해마다 22개 시·군 지회를 다 돈다. 올해는 순천시지회(250명), 화순군지회(80명), 목포시지회(150명) 등 15개 지회에서 특강을 했다.”

전남연합회가 실시하는 교육은 이밖에도 6개나 된다. 노인대학장과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지도자대학, 시·군 지회장과 부회장, 읍·면·동 분회장 등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지도자 연찬회 등이다.

-특강의 내용은.

“성공적인 노화, 노인지도자의 역할, 웰다잉 등이다. 70~80 평생 잘 살아왔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한 삶을 살다가는 것이다. 존엄한 죽음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있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코와 입에 튜브, 호스 꽂고 말 한 마디 못한 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지 말고 가족들의 손을 잡고 당신들 때문에 행복했으니 남은 가족들도 행복하게 살라고 말하면서 눈을 감아야 인간다운 마무리가 아니겠는가.”

-교재는 어떻게 구했나.

“제가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책방에 들른다. 국내외 저명한 죽음학자들의 저서나 방송 다큐멘터리 등에서 내용을 뽑아 내 나름의 강의 자료를 만들었다.”

-바람직한 노인의 역할은.

“노인 강령에 존경 받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노인은 세월이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존경 받는 노인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80~90이 돼도 나이값을 못하는 노인이 있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이러면 저 사람은 싫어하겠지, 내가 이러면 이런 문제들이 생기겠지…미리 떠올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유념하고 배려하라는 얘기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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