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속 유적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26층 고층 빌딩 지하공간에 자리한 ‘조선의 폼페이’
건물 속 유적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26층 고층 빌딩 지하공간에 자리한 ‘조선의 폼페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21 13:55
  • 호수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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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15년 재개발 도중 발굴… 조선시대 골목길, 생활유물 등 그대로 보존

VR기기로 재현한 가옥, 옛날로 돌아간 듯 실감… 희귀 유물도 많아

조선시대 골목길과 생활유물 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공평 1·2·4 지구 재개발 당시 발견돼 오랜 논의 끝에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사진은 전시관 내부 모습.
조선시대 골목길과 생활유물 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공평 1·2·4 지구 재개발 당시 발견돼 오랜 논의 끝에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사진은 전시관 내부 모습.

10월 11일 준공을 앞둔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 폴리스’. 지하 8층, 지상 26층 2개동으로 구성된 건물은 벌집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으로 벌써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은 건축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공평 1·2·4지구 재개발당시 ‘조선의 폼페이’라 불리며 문화재가 대거 발굴된 것이다. 이후 건설을 강행할지 보존할지를 두고 논의가 오갔고 그 결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탄생하게 된다.

센트로폴리스 준공에 앞서 9월 12일 먼저 문을 연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하 공평전시관)은 건물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연면적 3817㎡에 이르는 서울 최대 규모라는 소개에 걸맞게 전시관 곳곳에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골목길과 생활유물 1000여점을 원위치에 보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공평전시관은 조선시대 한양의 행정구역에서 중부(中部) 견평방에 속한다. 견평방은 조선시대 최고의 번화가이자 시전(市廛)의 중심지였다. 순화궁, 죽동궁 등 왕실 가족의 사가인 궁가 또한 다수 자리했다. 사법기관에 해당하는 의금부와 의료와 약재를 관장하던 전의감 등의 관청이 견평방 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듯 견평방은 한양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시전, 궁가, 관청 등 다양한 시설과 계층이 혼재했던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먼저 각각 다른 형태의 가옥 3채를 통해 조선시대 집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전동 큰집’은 공평동 유적에서 발굴된 가장 큰 규모의 건물지로 중인(中人) 이상의 가옥이나 관청 부속시설로 추정된다.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을 둬 당시 모습과 현재 집터를 비교해볼 수 있다.

‘골목길 ㅁ자 집’은 오늘날 우정국로에 해당하는 큰길에서 갈라진 골목길 안쪽에 있다. 가상현실(VR) 영상기기 10개를 비치해 뒀는데 이를 착용하면 집 내부를 들어가 가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문안길 작은 집’은 당시 위치에 실제와 동일한 크기로 재현해 직접 집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집의 크기는 가장 작지만, 실제와 동일하게 복원한 만큼 당시 집안 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집의 가장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영상 등을 통해 과거 조선시대 가옥 구조나 이 유구 안에서 발견된 유물에 대한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다양한 생활유물도 인상적이다. 청동으로 만든 삼족화로 옆에는 당시 조선시대에 온돌이 집집마다 보편화돼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무엇보다 중국 명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청자도 전시돼 있었는데, 파란 색상의 큰 청자가 조명을 받으며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한 유구(遺構)에서 다량 출토된 ‘참조기 이석’ 등 생선 유체(遺體)를 통해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상점거리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에는 마네킹이 양쪽에 2개씩 서 있다. 갓과 도포를 착용한 조선시대 사람의 모습을 한 마네킹들은 상인들이 판매하는 목소리,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들의 목소리를 냈다. 마치 실제로 조선시대 시장에 와 있는 듯한 음향효과를 줘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근대 공평동’도 담아냈다. 조선시대 견평방 지역에는 시전의 중심가인 운종가가 위치했다. 그 뒤편 북쪽이 바로 공평동 유적이다. 즉 조선시대의 공평동 유적은 시전의 연장선에 있던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공평동 주변 시전 거리는 근대와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조선 상업의 중심지이자 서울의 대표적 시장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점차 기능적, 공간적으로 변화됐다. 시전 행랑(점포) 자리는 방석, 모기장 등 공산품을 파는 상점으로 바뀌었고 화신백화점이나 동아백화점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시설도 등장했다.

전시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건축가 박길룡과 항일여성운동단체인 근우회의 활동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담배판매소(조선연초주식회사 제품판매점)의 철제 간판 등 근대시대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도시구조의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체험공간도 있었다. ‘기와는 어떻게 이어 올릴까요’ ‘석축은 어떻게 쌓을까요’ 등의 제목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모형으로 된 기와와 석축을 이용해 체험할 수 있어 일반인은 물론 아이들도 쉽게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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