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광역치매센터 치매극복수기 당선작
2018 서울광역치매센터 치매극복수기 당선작
  • 조금숙
  • 승인 2018.09.21 14:11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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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진단 받고 충격…치매 이기려 운동, 봉사 열심히”

국가가 정한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극복수기를 싣는다. 2018년 서울광역치매센터 주최 수기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조금숙 어르신(76)의 ‘지금이 행복한, 나는 조금숙입니다’이다.


조금숙 어르신(76) ‘지금이 행복한, 나는 조금숙입니다’

76년, 제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 참으로 힘들게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7살 즈음 6.25 전쟁이 발발했던 그 때에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국가문서를 가지고 피난을 가셨습니다.

그런 아들을 데려오라며 북한군은 매일 같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폭력을 가했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이를 발견하신 어머니와 이웃집 아저씨는 아무도 모르게 할아버지의 주검을 옮기려고 하였으나 저는 할아버지의 축 늘어진 형체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어린 나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 충격으로 인하여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다른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있기에 현재의 제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 먹고, 생활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이렇게 글을 쓰는 좋은 경험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이렇게 글을 쓰는 좋은 경험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2남 4녀 중 맏딸로 자랐지만 집안일이나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21살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여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저를 시부모님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고 이 때문에 관계갈등이 심하였지만 남편과 결혼 후 아들 둘을 낳아 열심히 키웠습니다.

남편이 죽기 전에는 막내 손주들을 오랫동안 대신 키워주며 막내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8년 전 남편이 죽자 막내아들이 하루아침에 태도가 돌변하여 유산상속을 강요하였고, 원하는 대로 해주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습니다. 그렇게 심적·정신적으로 힘든 날이 계속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식욕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우울증 증세까지 있어 삶의 한계를 느껴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병원에서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의존하다 보니 응급실에 실려 가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 자주 응급실에 실려 가니 소방대원이 걱정되었는지 가정방문 간호서비스를 권유하여 서비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방문간호사가 용산구에 위치한 치매안심센터에 가볼 것을 권유하여 처음 센터에 오게 되었고 이곳에 다닌 지도 어느 덧 5년이 지났습니다.

우울증에 수면제 없이 잠 못자는 생활… 병원 응급실에 자주 실려가

치매안심센터 등록… 아침 손 자극 운동, 기억다방서 바리스타 봉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치매안심센터에 왔는데,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뜨개교실에 참여하는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어색하고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센터에서 뭐든지 잘하는 만능 능력자입니다. 여기서는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잘했다고 칭찬을 하시니 말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칭찬을 들으니 못해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친정어머니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습니다.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괴롭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을까요? 2018년 1월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그 날의 충격과 절망감은 말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치매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큰 아들이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엄마 정신 꽉 붙잡으세요. 놓으면 안돼요.” 신신당부하던 큰 아들을 생각하며 저는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걷기운동, 인지활동,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월 2회 메모리데이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고, 올해에는 기억다방에서 할머니 바리스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주문 받은 음료와 다른 음료를 내드리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게다가, 방송국에서까지 특별할 것 없는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니 참으로 쑥쓰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그저 감사하고 좋습니다. 방송을 통해 제가 잘 지내고 있는 것을 자식들도 보고 친구나 가족들이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예방교실, 뜨개교실, 김장봉사 활동, 우편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치매예방에 손 자극 운동과 신체 운동이 좋다 하여 아침마다 꾸준히 손 자극 운동을 하고 있고, 시간 나는 틈틈이 걷기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치매안심센터에 와서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함께 할 수 있고 선생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특히 잘하지 못해도 잘한다고 칭찬하고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자신감도 얻고 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약도 줄이고, 삼시 세끼 잘 챙겨먹으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다들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며 더 열심히 치매안심센터에 다니라고 합니다.

8월말부터는 실버요가를 배울 생각입니다. 실버요가를 배워 체력증진을 해서 사회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큰 아들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하루 빨리 단란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치매에 걸리더라도 아주 늦게 걸려서 저의 아들과 형제들을 오랫동안 괴롭히지 않고 좋은 엄마, 좋은 형제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마음에 꽃을 피우는 나는, 조금숙입니다.”


본 치매극복 수기의 저작권은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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