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복지사회연구회 창립 9주년 정책토론회 ‘노인자살률 낮출수 없나'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창립 9주년 정책토론회 ‘노인자살률 낮출수 없나'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0.19 19:19
  • 호수 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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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 쓸모 없다’ 말하는 등 자살징후에 유의를”

[백세시대=이영주 기자]

난데없이 이불 빨거나 소중한 물건 나줘 주는 행위도 위험 신호

소득, 역할 감소 등이 원인… 소통의 자리 마련, 일자리 확대 필요

우리나라 노인이 자살하는 원인에는 건강 악화, 소득 감소, 사회적 역할 축소 등이 있다. 사진은 선진복지사회연구회가 ‘노인 자살률 낮출 수 없나’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 모습.
우리나라 노인이 자살하는 원인에는 건강 악화, 소득 감소, 사회적 역할 축소 등이 있다. 사진은 선진복지사회연구회가 ‘노인 자살률 낮출 수 없나’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 모습.

“노인은 자살 준비 기간이 길어 징후 발견이 쉬우므로, 시도도 쉽게 막을 수 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교수)은 10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창립 9주년 정책토론회에서 “노인은 오랫동안 자살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센터장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노인들은 눈물을 자주 흘리거나 ‘살 만큼 살았다’, ‘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 △혼자 있으려 하기 △병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기 △이불 빨기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나눠 주기 △약을 구입해 모으기 △가족을 위해 무언가 사놓기 등의 행동으로 자살 징후를 보인다. 

양 센터장은 “노인이 자살 징후를 보이면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고, 의견에 공감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바쁘다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당사자의 말을 끊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자살 현황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1991년 이래 우리나라 노인자살사망자수는 8만4041명이다. 이중 남성노인이 5만5621명, 여성노인이 2만8420명이다. 

박 교수는 “이는 공식 집계된 것이고, 실제로는 5~10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년 이후 노인자살률은 감소추세로 전환되었으나, 자살률 감소에 안도해선 안 된다”며 “자살률 감소가 지속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여성노인보다 남성노인의 자살이 많은 것에 주목하고 “앞으로 남성노인 인구는 증가할 텐데, 이들의 미래에 대한 보장 정책이 없으면 노인 자살률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자살률 1, 2위를 다투고 있다.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청소년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낮으나 70대 이상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장은 “우리나라는 13년 동안 노인자살률 세계 1위라는 아주 부끄럽고 참담한 수치를 기록했다”며 “정부나 학계, 시민단체, 기업 등 범사회적으로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이 참담한 수치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자살 원인과 예방

노인자살이 증가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양두석 센터장은 “노인들은 은퇴와 사회적 역할의 축소, 관계망 위축, 소득 감소, 가족 외면으로 인한 고독, 건강 악화 같은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문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현 교수는 “주변사람의 시선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노년층은 자녀와의 왕래나 연락 등이 외부로 보이게 될 때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서, 반대로 그런 점을 자랑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소극적으로 웅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이 큰 우리 어르신은 가족의 평화와 행복에 자신이 큰 짐인 것처럼 여기게 되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자살사고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건강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만들기,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책 강구, 소통의 자리 마련, 치료를 위한 의료비 각종 지원책 마련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현재 실시되고 있는 노인이 참여하는 사회활동지원사업들을 무겁고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축제와 같은 형식으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박지영 교수는 “자살예방 전략이 세대마다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55~65세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70대, 80대 세대는 문화와 사고방식 등에 차이가 많은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정책을 적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밖에 노인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일자리 등 노인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청와대가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살하면 안되는 7가지 이유>

1. 생명은 하나, 다시 못 돌린다

2. 나의 자살로 가족들에게 말 못할 엄청난 고통을 주고 영원한 상처를 준다 (자살자 1명이 생존자 6명에게 영향을 끼침)

3. 자살 외에 더 좋은 해결 방안이 있다

4. 중요한 인재가 죽으면 국가나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노인 1명이 사망하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

5. 죽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다

6.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아깝다

7. 죽기 전 해야 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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