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청년 손잡고 유튜브영상, 웹툰 문화콘텐츠 만든다
노년·청년 손잡고 유튜브영상, 웹툰 문화콘텐츠 만든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26 10:32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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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이천 ‘할프리카TV’,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만든 유튜브 영상 화제

충남선 청소년과 협업…어르신이 글 쓰면 학생들이 웹툰으로 그려

최근 어르신과 청년이 협력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이천문화원 소속 어르신들이 청년들과 함께 동영상 콘텐츠 ‘할프리카TV’를 제작하는 모습.
최근 어르신과 청년이 협력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이천문화원 소속 어르신들이 청년들과 함께 동영상 콘텐츠 ‘할프리카TV’를 제작하는 모습.

지난 10월 15일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이색적인 영상 한 편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BJ 큰언니’, ‘BJ 꽃’이라 지칭하는 두 여성이 등장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금줄’(부정한 사람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문이나 길 어귀에 건너질러 매는 줄)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만개의 동영상이 신규로 등록되고, 없는 정보가 없는 유튜브라고는 하지만 전통 방식의 금줄 제작 영상은 전무했다. 이 금줄 영상은 어르신과 청년이 뭉쳐 진행하는 ‘할프리카TV’에서 제작했다. 아직 조회수는 많지 않지만 기존과 색다른 정보를 제공하며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어르신들이 청년들과 손잡고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어르신들이 인생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청년들이 젊은 감각으로 이를 콘텐츠로 제작함으로써 신선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할프리카TV’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원하는 ‘어르신&청년 협력프로젝트’의 하나인 할프리카TV는 이천문화원과 청년 문화기획가단체인 이제이팩토리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5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천 지역 시니어들이 30대 청년들과 팀을 이뤄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인 창작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천시 백사면 남곡농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할프리카TV팀은 지난 4월부터 어르신들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로 현재까지 10편 이상의 영상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어르신은 청년들과 함께 방송컨텐츠를 제작하며 이제는 어엿한 1인 BJ(인터넷방송인, Broadcasting Jockey)로 성장했다.

한도영 이제이팩토리 대표는 “어르신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전문성을 갖추며 젊은 사람 못지 않게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이천설봉공원에서 개최한 설봉문화제 축제장을 찾아가 어르신들이 직접 축제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온라인상에 소개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팀에서 ‘BJ 런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점심(65) 씨는 “노인들은 인터넷과 SNS를 잘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곳곳을 화면에 담으면서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문화재단도 지역 청년문화기획사인 밸류브릿지와 손잡고 ‘꽃소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꽃으로 소통하는 우리 동네’라는 의미로 어르신과 청년이 서로 손잡고 꽃다발, 드라이플라워, 캘리그라피 등 화훼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8~9월 지역 경로당 어르신들과 작품 제작을 실시했고 이번 활동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에는 청년들이 어르신들이 희망하는 사람에게 작품을 전달해 지역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할 예정이다.

광주시 서구 발산마을에서도 청년 문화단체 ‘프랜리’가 지역 어르신들과 손잡고 ‘할배할멈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을 지켜온 노인들이 마을 기자단이 되어 자신들이 발굴한 소식을 기사로 적고 사진을 곁들인 마을 소식지로 제작한다. 또한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인근 지역 마을과 공유할 계획이다.

청소년들과 협업을 통해 웹툰에 도전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충남교육청 소속 서부평생학습관이 진행하는 ‘웹툰으로 만나는 두근두근 내인생’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이 웹툰 작가에 도전하고 나선 것. 웹툰은 인터넷(web)과 만화(cartoon)의 합성어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된 장르다. 중국에 진출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의 하나로 웹툰 작가가 꼽히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어르신 15명과 청소년 35명이 참여하는데, 어르신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글로 쓰면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1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되며 웹툰 분야에 활동 중인 전문 강사들이 지도에 나서서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손도연(16) 학생은 “할머니‧할아버지들과 협력해 우리 세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을 그려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어르신의 글로 표현된 다양한 웹툰 창작물들은 오는 12월에 전시 및 자료집 발간을 통해 학생, 학부모, 이용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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