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북미서 흥행 대박 친 ‘고부갈등’ 이야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북미서 흥행 대박 친 ‘고부갈등’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26 13:44
  • 호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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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출연진 모두 아시아계… 한국계 래퍼도 출연

“동양인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로맨틱 코미디물의 주연을 맡을 수 없다.”

이병헌, 배두나, 판빙빙 등 동양인 배우들이 잇달아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악역과 조연에 머무르자 국내에선 이런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실제로 한때 평가절하 됐던 흑인 배우들이 일부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득세하는 것과 달리 동양배우들은 여전히 주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런 평가도 이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10월 25일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그 판도를 바꿔놨기 때문이다. 

모든 배우와 제작진이 동양인으로 구성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제작비의 7배 이상 수익을 거두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중국계 이민자 이야기를 담은 ‘조이 럭 클럽’(1993) 이후 동양인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첫 작품인데다가 아시아계 배우는 절대 안 통한다는 평가를 받는 로맨스물로 거둔 성공이어서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나폴레옹이 1803년 중국을 지칭해 남겼다는,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마라. 사자가 깨어나면 세계가 흔들릴 것이다”라는 말로 포문을 연다. 이어 작품은 1995년 영국 런던 한 호텔을 비춘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호텔에 도착한 엘레노어 영(양자경)은 방이 없다며 문전 박대를 당한다. 전화조차 쓰지 못하게 하자 공중전화로 남편과 통화하고 돌아온 그 순간 사장이 버선발로 뛰어내려온다. 사장은 그녀를 지칭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호텔을 인수한 새로운 오너입니다.”

인상적인 도입부가 지나면 배경은 현대로 넘어온다. 중국계 미국인이자 뉴욕대 경제학 교수인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닉 영(헨리 골딩)과 연애 중이다. 어느 날 닉이 절친 결혼식에 참석할 겸 자신의 가족을 만날 겸 싱가포르행을 제안하자 레이첼은 흔쾌히 동행한다. 

알고 보니 닉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1위 신랑감이었다. 레이첼은 싱가포르 사교계의 온갖 질투를 받고, 닉의 어머니 엘레노어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아들을 끔찍이 여기는 엘레노어와 친척들은 레이첼을 돈 밝히는 여자라 비난하며 온갖 시련을 겪게 만들고 두 사람의 사랑은 큰 위기를 겪는다.

작품은 기본 구조는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챙겨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고부 갈등을 빼닮았다. 식상한 주제지만 불패의 아이템인 만큼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여기에 압도적인 스케일까지 더했다. 바다 위에 띄운 거대한 호화선이나 궁궐을 연상케 하는 저택에서 열리는 각종 결혼 전야제 파티, 신부가 드레스를 입고 걷는 ‘버진 로드’에 물이 흐르는 결혼식까지, 다양한 눈요깃거리가 등장한다.

개성 강한 조연들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한국계 여성 래퍼인 아콰피나는 금발 가발을 쓴 레이철 친구로 등장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예스마담’ 시리즈, ‘와호장룡’ 등을 통해 액션 여제로 군림했던 양자경은 엘레노어로 등장, 악역을 담당하면서 우아함을 잃지 않고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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