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서울노인영화제…해외작품 대거 소개돼 국제영화제로 발돋움
제11회 서울노인영화제…해외작품 대거 소개돼 국제영화제로 발돋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26 14:13
  • 호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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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노인감독 부문 46편 출품돼 11편 본선행… “편견 깨는 상상력 돋보여”

스페인‧브라질 등 14개국 작품 통해 세계 노인들의 다양한 모습 선봬

동시대 노인들의 이야기를 노인들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성장해온 서울노인영화제는 올해 11회를 맞아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도 선보이며 국제영화제로의 도약도 노리게 됐다. 사진은 올해 경쟁부문에 출품된  ‘미화원’, ‘아버지와 아버님’의 한 장면

“올해 영화제는 세대 간 극명한 인식차를 보였던 초창기와 달리 ‘노년의 삶’을 주제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더 세분화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무대에 오른 서울노인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노인들이 영화를 찍는 게 가능할까’라는 세간의 의심을 불식시키며 세상에 등장해 매년 조금씩 성장한 서울노인영화제는 11회를 맞은 올해 또 한 번 도약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 발을 내딛으며 국제영화제로의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노인들의 대표 축제인 ‘2018 서울노인영화제’가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올해 영화제는 ‘있다, 잇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을 이어간다는 뜻과 함께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과 청년 세대를 잇고자 하는 희망을 담았다.

이날 개막식에는 제23회 춘사영화제 예술영화부문 특별상을 차지한 손숙 주연의 ‘꽃손’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한국인 할머니 손에서 자란 중국인 ‘진다’가 유일한 혈육인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유해를 뿌려주기 위해 경남 남해를 방문해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구 정남과 함께 할머니의 고향에 도착한 진다는 그녀가 예전에 살던 집을 찾던 중 그곳에서 살던 옥단 할머니(손숙 분)와 마주친다. 옥단과의 만남을 통해 할머니에게서 느꼈던 정을 다시금 느끼게 된 그는 예상보다 오래 남해에 머물게 되면서 다른 마을 노인들과도 인연을 맺게 된다. 진다는 무심한 듯 말을 내뱉으면서도 가족처럼 대해주는 노인들에게서 깊은 정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꽃손’은 노인영화제가 지향하는 정신을 잘 담고 있다. 악과 음모, 불신, 반전, 경쟁구도 등이 존재하지 않아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잔잔한 일상 속 노인들이 베푸는 정과 사랑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개막작 ‘꽃신’에서 호연을 펼친 배우 이주실, 손숙과 연출을 맡은 권순중 감독(왼쪽부터 순서대로)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개막작 ‘꽃신’에서 호연을 펼친 배우 이주실, 손숙과 연출을 맡은 권순중 감독(왼쪽부터 순서대로)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단편 경쟁부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인감독(만 60세 이상)과 청년감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5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공모한 결과 노인감독 부문 46편, 청년감독 부문 157편으로 총 203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수차례 회의와 심사숙고 끝에 노인 부문에선 ‘아버지의 과제’(감독 이채) 등 11편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자신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인들을 담은 청년 작품에선 13편이 대상과 우수상을 놓고 경쟁한다. 

예심 심사위원단은 “전하지 못한 말, 만나지 못한 이, 이루고픈 꿈, 황혼의 사랑, 활기찬 노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어르신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이전과 달리 ‘어르신들은 이런 얘기만 할거야’라는 편견을 통쾌하게 깨는 작품들로 인해 차후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고 평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선 청년과 노년의 협업이 돋보이는 노인영상자서전 20편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완주문화재단의 예술농부 프로젝트팀이 출품한 이 작품들은 고령화시대로 진입하는 현대사회에 세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영상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시대를 대변하는 지를 잘 보여줬다.

스페인‧브라질‧대만 등 총 14개국에서 참여한 해외섹션도 인상적이었다. 이중 몰도바 출신 이브게니 뒤세아 감독의 ‘10억’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화장실의 낡은 나무변기에서 순간이동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노인의 상상력을 익살스럽게 잘 담아냈다. 스페인 감독 조안 비브스 로잔노의 ‘궁지에 몰린 남자’와 러시아 감독 드미트리 레스네프스키의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세계 속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 지난해 노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문옥 감독의 신작이 공개돼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시 수상한 단편 작품 ‘슬픈 결혼사진’을 장편으로 확대해 만든 ‘메기의 추억’의 정식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노인영화제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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