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춘 대한노인회 전북 정읍시지회장 “교사시절부터 ‘흙’과 같은 존재 되자 결심… 주말에도 지회 현안 챙겨”
이호춘 대한노인회 전북 정읍시지회장 “교사시절부터 ‘흙’과 같은 존재 되자 결심… 주말에도 지회 현안 챙겨”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1.09 13:34
  • 호수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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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여상 교장 시절 실업고 위기 타개… 최고 영예인 ‘교육 대상’ 수상 

국비, 시비로 100평짜리 공동작업장 건설 중… 700명 일자리 해소

젊은 시절 페스탈로찌 같은 헌신적인 교육자의 삶을 보냈다. 나이 든 후에는 노인 행복과 노인사회 발전에 모든 걸 희생하겠다는 신념으로 산다. 이호춘(74) 대한노인회 전북 정읍시지회장의 얘기다. 이 지회장은 ‘어떤 소신을 갖고 살아왔는가’라고 묻자 “땀 흘린 만큼 결실을 거두게 하는 흙,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답했다. 40년간 교육공무원을 지낸 교육자답게 무주의 우정연수원에서 노인지도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초, 전북 정읍의 칠보산 자락에 위치한 지회에서 만나 지회 운영 철학과 교육에 헌신한 삶을 들었다.

-정읍시는 어떤 도시인가.

“도농복합도시로서 공기 맑고 복지시설도 잘 돼 있어 노인이 살기 좋다. 큰 기업은 없으나 중소기업이 여럿 된다. 노인일자리도 많다.”

-올해 노인일자리는 몇 개인가.

“재능나눔활동 350명을 포함해 1500여명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원관리, 독거노인돌봄이, 급식도우미 등의 일이다. 우리 지회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경로당이 많다. 693개이다.”

-어떻게 관리를 하나.

“23개 분회를 통한다. 분회 당 30~40개 경로당이 있다. 분회장들에게 책임과 권한이 따른다. 분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하고 현안에 따라 수시로 지회에서 회의를 하고 결과를 경로당회장에게 알린다. 물론 12명의 직원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실태 파악을 하고 일자리 관계를 점검하고 그런다.” 

이 지회장은 이어 “노인회 활성화에 분회, 경로당의 화합이 중요하다. 지회에서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분회장하고 협의하고 분회장은 경로당 회장들과 상의해 오차가 없고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덧붙였다.  

정읍시 전체 인구는 11만여명이며 노인은 2만8400여명이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2만1400여명이다. 경로당 회원들은 70대 후반~80대 초반으로 회장들의 교육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로당 현안은 무언가.

“특별히 급한 문제는 없다. 경로당 시설은 미약하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3년에 걸쳐 전 경로당에 안마의자를 보급했다. 공기청정기도 조만간 전 경로당에 보급된다.”

-시의 협조가 잘 되고 있는가 보다.

“정읍시장이 노인회 부탁을 잘 들어주신다. 시 행사에 노인회장을 꼭 초청하고 우리도 행사에 (시장을)부른다.”

-경로당마다 인기인 한궁 보급은 어떤가.

“한궁도 하지만 여기 노인들은 그라운드골프나 게이트볼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경로당에 필요한 게 있을 텐데.

“면에서 해주고 있다. 경로당에 커튼이 필요하다고 면에 얘기하면 해결해준다. 다만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실내자전거 같은 운동기구가 더 있었으면 한다.” 

이호춘 지회장은 2016년 3월, 치열한 경선을 통해 제7대 지회장에 선출됐다. 지난 2년여 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물었다.

“우리나라 산업화·민주화의 역군인 어르신들의 공적인 공간이 누추해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회관의 조명, 소파, 집기 등부터 교체했다. 지회 2층 강당에서 수요일마다 노인대학 교육이 이루어진다. 어르신들이 2층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낙상이라도 하면 큰일나 시에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청해 이번 주에 완공했다. 다음 주 개통식을 한다.”

이 지회장은 일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 600~700명을 위해 국비, 시비 4억원을 지원 받아 지회 바로 옆에 공동작업장을 짓고 있다. 조만간 100여평의 작업장에서 노인들이 과자,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시장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수익금을 나눠 갖게 된다. 이 지회장은 “아마 지회가 주관이 돼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는 건 전국적으로 드문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분회장 활동비(10만원)도 챙겼다. 이 지회장은 “역할에 비해 활동비가 적다는 생각에 내년에는 10만원 인상을 (시에)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호춘 전북 정읍시지회장이 직원들과 지회 회관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 네 번째가 이종열 사무국장.
이호춘 전북 정읍시지회장이 직원들과 지회 회관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 네 번째가 이종열 사무국장.

이호춘 지회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정읍에서 학교를 다녔다. 원광대를 나와 4급 농업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공무원직을 포기하고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쳤다. 40여년 교단생활을 교감(20년), 교장(6년) 등 주로 관리직으로 보냈다. 정읍시 장명동경로당 회장(6년), 분회장(6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정읍시교장협의회 회장, 전북교총 협의회장, 한국교총 예결산위원, 민주평통자문회 정읍시 회장을 지냈다. 교육자들의 가장 영예로운 상인 ‘교육 대상’을 비롯, 옥조근정훈장, 대통령상, 교육부장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공무원을 포기하고 교육자가 된 이유는.

“집안 형님이 운영하던 고등공민학교에 우연히 들렀다 집안사정이 어려워 진학을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나서 월급은 바라지 않고 아이들 교육에 매진했다. 이를 계기로 평생 ‘흙’과 ‘촛불’ 같은 존재가 되려고 노력했다.”

-교육계 경력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주산·부기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전국의 실업고들이 미달 사태로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여상 교장으로서 고심이 컸다. 교육청에 호소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간호학과를 신설하면서 위기를 타개했다. 우리 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려왔고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자로서 가장 영예로운 상인 ‘교육 대상’(2004년)을 받았다. 대상자가 주로 교수들이었다가 교장이 수상한 건 이례적이었다.”

-노인회와 인연은.

“장명동 살던 집 뒤 부지에 경로당을 짓겠다고 팔라고 해 내놓았다. 얼마 후 경로당에서 저를 찾아와 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몇 번 고사 끝에 받아들였다. 며칠 후 ‘분회장 회의에 참석하라’고 해서 나갔더니 분회장을 뽑는다고 했다. 분회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한 사람이 ‘교장 출신이 하면 좋겠다’는 소리에 다들 박수를 쳤고 그 자리에서 분회장으로 선출됐다. 미리 입을 맞춘 것 같았다.”  

-무주연수원 특강에선 무슨 얘기를 하나.

“노후를 아름답게 장식하려면 좋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 영정 앞에서 ‘벌써 갔나, 나하고 더 놀다가지’ 하고 울어줄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이고 장수한다. 강의실에서 그런 친구를 둔 이는 손들어 보라고 하면 한 사람도 없더라.”

이호춘 지회장은 끝으로 “40대에 교감이 돼 80여명 교사를 이끌어야 했다. 각자도생의 교사들과 소통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주말에 집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아들집을 찾는 일이 없다. 교사 연수 때도 제가 특별 강연을 했다. 사무실에 나와 강의 준비도 하고 현안을 챙긴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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