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백수연
노장의 백수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1.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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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장관 백선엽 입에 음식물 넣어줘 “감동” 

국방부 장관이 포크로 음식물을 찍어 99세 노장의 입에 넣어주었다. 11월 21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99세 생일행사에서 있었던 감동적인 장면이다. 미8군이 주관한 백수연(白壽宴) 행사에는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한국군 지휘부와 장성들이 참석했다. 

미군 측에서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마이클 빌스 미8군사령관, 케네스 월즈바크 미7공군사령관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백선엽 장군은 부인 노인숙 여사가 끌어주는 휠체어에 탄 채 행사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원래 백 장군은 간소한 오찬 정도로 알고 있었다가 미8군이 대형 깜짝 파티를 열어줘 놀라는 기색이었다.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은 “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초석과 같은 분이며 개인적으로 부친과도 친분이 두터운 분”이라고 소개한 후 백 장군이 주한미군들과 함께 한 사진들로 가득한 책을 선물했다. 이 책에는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군 예비역 장군들의 축하 메시지도 담겼다. 백 장군은 책을 받아들고 “고맙다”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정 장관은 백 장군에게 자개 지휘봉을 선물했다.

100세를 눈앞에 둔 백선엽 장군은 이날 두 개의 큰 행사에 참석했다. 오전에 생일파티를 끝내고 오후에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1층 평화홀에서 열린 장군들의 우국충정 자리에 얼굴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은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600개의 객석과 로비에 마련된 300석의 간이의자가 가득 찼다. 

장성 출신이 아니지만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시간을 내 참석했다. 그는 “나는 6사단 2연대 육군 병장 출신이다. 이렇게 많은 장성들 앞에 서긴 처음이라 영광”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전대협 출신과 더불어 북한과 어떤 밀담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를 모르고 있다”고 정권을 비판했다. 그러자 객석에서 “맞습니다”, “북한 대변인이니까요” 라며 호응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이 “남북 군사합의서는 우리가 정찰 비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그러면 북측이 기습할 여지를 주게 된다. 기습을 하는 쪽이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말하는 순간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양손을 꽉 잡고 기도하는 모습의 백선엽 장군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군사 분야 합의를 우려하는 대국민성명서와 대정부공개질의서를 낭독하고 예비역 장성 명의의 결의문도 냈다. 

백선엽 장군은 미군들 사이에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며 존경을 넘어 추앙의 대상이기까지 하다. 한미연합군 사령관들은 서울에 부임하면 제일 먼저 백 장군에게 달려가 ‘전입신고’를 한다. 경기도 평택 미8군 사령부 건물엔 그의 이름을 딴 ‘백선엽홀’도 있다.

백 장군은 6·25 전쟁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힘든 직책을 맡아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우리나라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에 이어 최초의 대장이 됐다. 그는 낙동강 전선의 최대 열전이라고 할 다부동전투의 승리, 평양 선두 탈환, 1·4후퇴 후 서울 재탈환, 지리산 일대 빨치산 소탕, 금성 및 동해안전투에서의 승리로 33세의 나이에 별 넷을 달았다. 백 장군은 14년의 군대 생활 중 7년을 넘게 육군대장을 지냈다. 우리나라 국방 역사상 최장수 대장이다. 

1960년 전역 직후 중국·프랑스·캐나다 대사를 지냈다. 교통부장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충주비료사장, 호남비료사장, 비료공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백선엽 장군은 2년 전부터 다리가 불편해져 휠체어를 타지만 여전히 정정하다. 6·25 전쟁 때 주요 상황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매일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해 신문을 챙겨보고 사람들도 만난다. 

1년 후 그의 100세 생일엔 국방부 주관의 깜짝 생일파티가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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