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정부의 무능이 낳은 IMF 사태의 악몽
영화 ‘국가부도의 날’ 정부의 무능이 낳은 IMF 사태의 악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23 14:09
  • 호수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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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에 초점, 외환위기 대응 과정 담아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 경술국치일에 버금가는 가슴 아픈 날로 기록된 날이다. 2001년 8월 23일 채무를 조기 상환하면서 또다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수많은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등 피해가 엄청났다. 무엇보다 IMF가 요구한,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 유연화는 현재까지도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이미 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진 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10월 28일 개봉했다. 화제의 작품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국가부도의 날’이다.

작품은 IMF 구제금융 직전, 건국 이래 최고의 호황을 맞은 한국의 모습을 뉴스 자료로 빠르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연일 수출 기록을 세우며 ‘부자 나라들의 모임’인 OECD에 가입하는 등 전성기를 달리던 한국의 모습을 소개하며 당시의 기억을 소환한다. 

곧 선진국에 진입할 것만 같았던 우리나라는 1997년 11월 그간 쌓인 문제로 인해 곳곳에서 붕괴의 조짐이 보인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은 이 사실을 파악해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의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이런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잘나가던 종금사에 사표를 던진 윤정학(유아인 분)은 국가가 부도할 것에 역베팅하기로 결심,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소시민들도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 분)는 다가올 위기를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대형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선 정부는 무능함의 극치였다. 대응팀 실권자인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과 한시현은 사사건건 부딪히고 최악의 카드인 IMF에 SOS를 치게 된다. IMF 총재(뱅상 카셀 분)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고 대한민국은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영화는 당시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보여주는데 대부분을 할애한다. 구제금융 직전에서야 국가 통화정책의 심각한 문제를 발견한 ‘무능의 극치’ 한시현과 잿밥에만 관심이 많은 고위직 관료들을 보여주면서 분노를 자아낸다. 한시현은 이후 자신의 무능을 탈색하기 위해 뒤늦게 ‘외양간’을 고쳐보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당시 정부가 얼마나 안일했는가를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설정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의 광기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윤정학이 ‘나라가 망한다’에 돈을 걸고 부도와 실업자가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돈을 벌고 인생역전에 성공한 모습은 씁쓸함을 안긴다.

다만 2018년 현재로 넘어와 마무리되는 뜬금없는 결말은 이 영화의 옥에 티다. 극중 50대여야 할 유아인은 분장도 없이 30대 모습으로 등장하고, 국가부도를 못 막은 한시현이 현재 한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로 투입될 것을 암시하는 장면 역시 의아함을 자아내게 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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