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목 대한노인회 충남 예산군지회장 “과거 사랑방은 정 나누고 화해하던 장소… 경로당이 그 역할 해야”
박상목 대한노인회 충남 예산군지회장 “과거 사랑방은 정 나누고 화해하던 장소… 경로당이 그 역할 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1.30 11:03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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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인과 아이가 한 팀 한궁대회 치러…한문·예절 교육도 병행

‘경로당의 꽃’ 프로그램 횟수 대폭 늘려…원하는 대로 강사 지원

“할아버지·할머니의 따듯한 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박상목(80) 대한노인회 충남 예산군지회장의 말이다. 이 지회는 지난 9월, 특이한 한궁대회를 개최했다. 일반적으로 노인들끼리 누가 더 많은 점수를 얻느냐를 겨루는 경기이지만 예산군지회의 한궁대회는 색다르게 진행됐다. 할머니와 손녀, 할아버지와 손자가 각각 한 팀이 돼 경기를 펼친 것이다. 

박 지회장은 “작년 1회 때는 노인들끼리의 대회를 열었다가 올해 대회는 1·3세대 소통과 화합의 취지로 조손가정 아이들도 참여시켰다”며 “아이들도 아주 좋아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말, 충남 예산군 벚꽃로에 위치한 노인종합복지관 내 지회장실에서 만나 지회 운영과 노인의 역할 등에 대해 들었다.

-한궁대회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조손가정 아이(초등학교 3~5학년)들은 여느 집처럼 방과 후 학원 갈 여유가 없다. 아동센터에서 밥 먹고 숙제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 아이들이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길 바라며 가족 사랑과 푸근함을 전해주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어울리는 대회를 마련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한궁도 가르쳤나.

“한궁 심판 자격을 가진 100여명의 회원들이 한궁 세트를 차에 싣고 방과 후에 초등학교(12개교)나 아동센터(12개소)를 방문해 가르쳤다. 예절·한문교육도 병행했다.

-한궁이 활성화된 것 같다.

“노인지원재단은 창립 당시 기금 모금 100%를 달성한 지회에 경로당활성화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원했다 우리 지회도 지원금을 받았고 그때부터 한궁을 보급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군수도 관심을 갖고 올해 100대를 경로당에 넣고, 내년에 마저 보급할 예정이다.”

-예산군을 소개해 달라.

“예산은 한마디로 충절의 고장이다. 윤봉길 의사가 덕산면에서 태어났고, 추사 김정희 고택도 신암면에 있다. 국어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의 실제 인물 이성만·이순 형제가 예산 사람이다. 부근에 천년고찰 수덕사가 있고, 연말에 예당저수지에 동양 최대의 출렁다리(400m)가 걸린다.”

예산군 인구 8만여 명 중 노인 인구는 2만2000여명(28%)이다. 한때 12만명이었던 군 인구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예산군지회는 13개 분회, 367개 경로당이 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5800여명(69%)이다. 

-노인종합복지관이 새 건물이다.

“예산군 복합문화복지센터로 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7월 준공됐다. 하루 300여명의 노인이 이용한다. 청소년수련원, 도서관, 보은회관도 한 곳에 있다. 앞으로 문예회관, 미술관도 들어선다. 지회 사무실과 세미나실, 프로그램실이 복지관 3층에 있다. 노인대학은 지하 강당(280석)에서 목요일마다 열린다. 복지관과 지회가 한 곳에 있어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재임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처음 지회장이 된 직후 경로당 기반부터 다져야겠다는 생각에서 경로회, 노인정, 노인회 등 중구난방으로 부르던 명칭부터 통일하고 경로당 현판을 새로 달았다. 태극기, 운영지침 등 기본적인 것들도 완벽하게 구비해놓았다.”

박상목 예산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세 번째가 이혜경 사무국장.
박상목 예산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세 번째가 이혜경 사무국장.

박 지회장은 경로당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회 직원들과 함께 경로당 순회 교육을 실시했다. 사용·관리가 용이하게 운영대장 회의록이나 금전출납부 등을 한권으로 만들어 놓았다. 박 지회장은 “일주일에 두세 번 갖던 경로당 프로그램의 횟수를 대폭 늘려 경로당에서 요청하는 대로 프로그램이 돌아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예산군수(황선봉)의 노인 공경심이 대단하다. 저보다 경로당을 더 자주 방문한다. 지회에서 뭘 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다 해주신다. 복지관에 군수가 나타나면 할머니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정도로 인기다(웃음).”

-그래도 회원들은 부족한 걸 느낄 텐데.

“제가 처음 군수에게 부탁한 건 프로그램 예산 확보였다. 경로당의 꽃은 프로그램이다. 체조, 노래, 마술 등 프로그램 강사 예산 100% 지원을 부탁하자 군수가 ‘100%가 어딧슈’라고 말은 하면서도 만족하게 해주었다. 군수의 다음과 같은 말은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굽었던 할머니 허리가 경로당에서 나올 때는 꼿꼿하게 펴졌다’고.”

-경로당 운영비는.

“연 280만원이며 내년에는 10만원씩 인상된다. 공기청정기도 보급할 예정이고 기존에 설치한 정수기는 연차적으로 교체에 들어간다.”

-경로당 수가 많아 관리에 어려움은.

“분회를 통해 경로당까지 업무 전달이 이루어진다. 직원들이 경로당을 순회하고 분기별로 분회장 모임이 있고 사안에 따라 모이기도 한다.”

-경로당 회원은 어떤가.

“회원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노인대학이나 한궁·게이트볼 같은 체육대회 참가 조건으로 노인회 가입을 권한다.”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지회 운영지침을 ▷생산적인 경로당 운영 ▷노인 사회활동 지원 확대 ▷지역발전을 위한 봉사 등 크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과거 경로당 이전에 사랑방이 있었다. 그곳에선 각자 짚신·미투리를 삼고 아무개집 대소사를 논했다. 경로당이 술·담배·고스톱을 멈추고 과거 사랑방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서로 간 우정과 지식을 나누고 다툼이 있다면 푸는 장소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생산적인 경로당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다.”

박상목 지회장은 예산 출신으로 40년 가까이 농업공무원으로 있었다. 농촌지도소장, 예산군청, 아산시산업과장을 지냈다. 경로당 총무·회장, 예산읍제1분회장을 거쳐 2013년 지회장 선거에 나서 무투표 당선됐다. 2018년 3월, 정기총회에서 단독 출마, 지회장에 추대돼 연임됐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예산은 과수지대이다. 재직 당시 이탈리아 과수농업견학의 기회가 있었다. 우리 군의 사과 재배 방식은 배상형으로 300평 당 20주밖에 심지 못하고 수확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반면에 이탈리아의 사과 재배법(왜성대목)은 300평 당 80주 이상 심고 5년부터 수확이 가능했다. 능금농협과 협의해 이러한 재배법으로 묘목을 생산해 보급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노인회에 들어온 계기는.

“공직생활 내내 앞만 보고 왔다. 정년 후 국가로부터 받은 특혜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으로 먼저 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가 봉사를 시작했다. 수화도 배우고 장애인 휠체어도 끌어보고 무언의 등산도 했다. 그러던 중 한 아파트에  살던 지인이 경로당 총무를 맡아달라고 해 노인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노인 1000만 시대, 바람직한 노인상은.

“노인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저 늙은이’란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 고집 피우고 사소한 일에 고함지르고 질서도 잘 지키지 않는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대우만 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노인 강령에도 나왔듯이 젊은 층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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