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취업 강자’ 대한노인회 성남시 센터장들의 노하우
‘어르신 취업 강자’ 대한노인회 성남시 센터장들의 노하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07 14:07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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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질문에 해당하는 답변만 하세요” 면접 꼼꼼 지도

수년간 매일 업체 돌며 홍보… 하루에 1명씩 취업시킬 정도로 활성화

동행면접으로 부족한 점 메꿔주고 직접 메이크업도… 취업 확률 높여

올해 취업왕으로 선정된 경기 성남시수정구 취업지원센터 최호명 센터장이 지난 12월 4일 구직을 원하는 어르신과 상담을 하고 있다.
올해 취업왕으로 선정된 경기 성남시수정구 취업지원센터 최호명 센터장이 지난 12월 4일 구직을 원하는 어르신과 상담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취업하려면 무조건 건강하셔야 합니다. 염색은 기본이고요. 무엇보다 면접에 가서 질문과 상관없는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시면 안 돼요.”

올해의 취업왕으로 나란히 선발된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수정구지회 취업지원센터 최호명 센터장과 성남시중원구지회 취업지원센터 강찬희 센터장은 이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4년 연속으로 취업왕이 된 강찬희 센터장과 올해 처음 받은 최호명 센터장은 닮은 듯 미세하게 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강찬희 센터장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976명을 알선해 365명을 취업시켰다. 목표치 96명의 4배가 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최호명 센터장도 같은 기간 800명을 알선해 327명을 취업시키면서 목표치 88명을 월등히 넘겼다. 

이런 두 사람은 취업에 성공한 어르신들은 공통적으로 네 가지를 갖췄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건강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몸이 안 좋으면 즉석에서 돌려보낸다고 한다. 강 센터장은 “센터와 업체의 신뢰를 쌓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건강”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외모다. 여기서 두 센터장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나이보다는 건강과 함께 외모에서 풍기는 젊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염색은 필수라고 말했다. 염색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천지 차이여서 면접 전에는 반드시 머리를 검게 물들일 것을 조언한다. 

그 다음이 이력서 작성이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이력을 많이 적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1년 미만 일한 곳은 가급적 삭제하는 것이 신뢰를 높이는데 좋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면접태도다. 어르신들 중 몇몇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다리를 꼬는 등의 행동으로 감점을 받기도 한다. 특히 쓸데없는 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두 센터장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면접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만 간결하게 하고 미소를 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최 센터장은 “면접 가시기 전에 교육할 때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해도 60~70점,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80점이라고 알려주는데 대부분 면접에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하우를 갖춘 두 사람이지만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2009년 중원구로 오게된 강찬희 센터장은 한 달 만에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실적이 없어 힘들었다고 한다. 공무원 출신이었던 그녀가 취업지원센터로 왔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서 기대감을 표하자 오기가 발동, 무작정 발로 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업체 탐방이었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경비, 미화, 시설관리 회사를 무턱대고 찾아가 명함을 뿌렸다. 이를 통해 현재 관리하는 업체가 600곳이 넘을 정도로 방대한 인맥을 쌓았다. 최호명 센터장도 마찬가지다. 2004년부터 14년간 몸을 담으면서 매년 2000장의 명함과 4000장의 홍보 리플릿을 뿌렸고 500여곳의 거래처도 확보했다. 

단순히 거래만 했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두 센터장은 첫 번째로 사람을 취업시킨 후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했다. 강 센터장이 가장 우선시하는 건 신속성이다. 업체에서 구인 연락이 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구직자 물색에 나선다. 업체에서 적합한 인물을 요청하면 강 센터장이 이에 맞는 인물을 찾아 바로 전화를 한다. 실제 이날 취재도중에도 한 경비업체에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강 센터장은 인터뷰를 멈추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어 연락이 닿자 면접이 가능한 시간을 현장에서 결정한 후 다시 업체에 전화를 돌렸다. 업체에서 구인 전화가  온 후 사람을 구해 다시 보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만약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해도 바로 연락을 한다는 게 강 센터장의 설명이다. 

강 센터장은 “구인을 돕는 곳은 여기가 아니라도 많다”면서 “최초 요청이 왔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해야만 다음에도 가장 먼저 의뢰를 해온다”고 말했다. 

최호명 센터장은 동행면접으로 취업률을 높인다. 직접 면접장까지 찾아가서 업체 대표나 인사담당자에게 구직자의 장점을 십분 설명하고 면접이 진행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 이후 면접을 본 어르신이 떨어진다면 부족했던 점을 알려줘 다음 면접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애프터 서비스도 실시한다.

두 사람이 취업왕이 된 배경에는 사명감도 있다. 따로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 강 센터장은 남성 어르신이든 여성 어르신이든 최대한 젊고 건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직접 메이크업도 해준다. 최 센터장은 한 번 인연을 맺은 구직 어르신은 끝까지 책임진다. 

80대 어르신들이 취업에 성공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두 센터장은 취업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취업지원은 단기간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최대한 많은 구인업체와 구직자를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다보면 나중에는 수월해집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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