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펼쳐진 탭댄스
영화 ‘스윙키즈’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펼쳐진 탭댄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07 14:11
  • 호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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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한국전쟁의 비극 춤으로 화합하는 과정 담아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크리스마스 기념공연이 열린다. 무대에는 오합지졸 다섯 명이 오른다.  북한전쟁 영웅 ‘로기수’,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들을 혼자 부양하는 ‘양판래’, 피난가다 억울하게 붙잡힌 ‘강병삼’, 육중한 몸과 달리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중공군 ‘샤오팡’, 흑인으로 전쟁에 참여해 차별에 시달리는 미군 ‘잭슨’까지. 인생 막장에 다다른 고달파 보이는 이들은 베니 굿맨의 ‘싱 싱 싱’(Sing Sing Sing)이 울려 퍼지자 갑자기 돌변한다. 역동적인 탭댄스로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들며 극장 밖을 나서도 긴 여운이 남게 했다.

거제 포로수용소라는 아픈 역사에 탭댄스를 더한 이색 뮤지컬 영화 ‘스윙키즈’가 오는 12월 19일 개봉한다. 작품은 서로 다른 이념 때문에 적이 된 사람들이 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1년,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가 뒤섞여 있는 거제 포로소용소는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됐다. 전쟁에 지치고 ‘미제 초콜릿’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에 투항한 포로들과 여전히 공산주의에 매몰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며 조국해방을 외치는 친공 포로로 나뉘어 갈등이 커진 것이다. 

북한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로기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전선에서 저항하며 미군의 눈엣가시가 된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미군 하사 잭슨의 탭댄스를 보고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때 진급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품은 미군 소장은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 잭슨에게 그의 아내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로 전출을 약속하며 댄스단을 만들라 지시한다. 이후 잭슨은 가능성 있는 댄서들을 하나씩 모은다. 양공주라 무시당하면서도 4개국어롤 하는 당찬 여성 양판래와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춤을 추는 강병삼, 천재 춤꾼 샤오팡 등을 영입한 데 이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로기수 마저 댄스배틀로 경계심을 무너트리고 끌어들인다.  

순탄할 것만 같은 이들의 공연 준비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대에 오르지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댄스단의 앞날도 위기에 처한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2’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강형철 감독은 이번에는 탭댄스를 무기로 내세워 극장가 공략에 나선다. 시나리오 3분의 1 이상이 퍼포먼스 장면일 정도로 강형철 감독은 독창적인 전개 방식을 구상했다. 여기에 1950년대 시대적 배경을 담아낸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명곡들 안에서 완벽하게 펼쳐지는 스윙키즈 댄스단의 퍼포먼스는 흥겨움을 넘어 감탄을 자아낸다. 

‘미제춤’ 탭댄스를 하나 둘씩 배워가며 성장하는 댄스단의 활약은 대작들의 개봉이 줄이을 극장가 겨울 시즌의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수라의 ‘환희’,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모던 러브’(Modern Love) 등 귀에 익숙한 명곡들에 맞춰 발을 놀리는 댄스단의 리드미컬한 몸짓은 탭댄스 열풍마저 기대케 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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