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되살아난 특수활동비
[백세시대 / 세상읽기] 되살아난 특수활동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2.21 14:10
  • 호수 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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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삭감 대신 특정업무경비 370억원 책정 

국회의원 가운데 박지원(77) 민주평화당 의원처럼 속편한 의원이 또 있나 싶다. 그는 안정된 지역구를 갖고 있고(낙선의 염려가 없고), 당의 핵심 보직도 맡지 않으면서(시간이 많고) 높은 인기와 대우를 누리고 있다. 거기다가 지갑도 두둑하다. 

최근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 특정업무경비 및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했다. 내역에 따르면 2016년 6월~2017년 5월, 국회의원들은 정책개발 명목으로 책정된 매월 15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영수증도 없이 쌈짓돈처럼 유용했으며 원내 1·2당 원내대표들은 특수활동을 했는지에 관계없이 월 최대 3750만원,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위원장들은 월 최대 6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썼다. 박지원 의원은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1억8470여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수활동비는 급여 이외의 비용으로 국회를 비롯해 검찰, 국방부, 경찰 등 정부 각 부처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등에 할당돼 있다. 특수활동비는 지급한 상대방에게 영수증 교부를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와 지급 일자, 지급 목적, 지급 상대방, 지급액을 명시한 관계 공무원의 영수증서로 대신할 수 있다. 또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나중에 집행내용 확인서만 붙일 수도 있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특히 특수활동비는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관련인의 신변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특수활동비는 ‘검은 예산’ ,‘눈먼 돈’으로 불리며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 요구돼 왔다. 

특수활동비가 문제가 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월, 국민 앞에서 “특활비를 대폭 삭감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조 아래 예산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별활동비를 받던 19개 기관 가운데 대법원과 공정위 등 5곳은 특활비가 폐지됐고 국방부, 경찰청, 국회를 필두로 두 곳을 빼고는 다 줄었다. 

그러나 예산심사과정에서 깎인 특활비를 보충해주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라는 명목으로 370억원이 새로 책정돼 경찰청 253억원, 해양경찰청 29억원, 법무부 26억원 순으로 늘었다. 꼼수 편성이 아닐 수 없다.

특경비는 현금으로도 쓸 수 있는데다 일정 금액 내에서는 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되고 업추비는 50만원 미만이면 상대방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아도 돼 결국은 또 다른 특활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활비든 특경비든 모두 국민의 혈세이다. 일반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선 영수증 없이는 단돈 1원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만약 영수증을 첨부하지 못할 경우 꼼짝없이 물어내거나 해고를 당해도 할 말이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무시하거나 엄중하게 여기지 않는 일탈 행위를 국민이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랏일 한다는데 특활비면 어떻고, 특경비라면 또 어쩌겠나. 단지 영수증을 첨부해 투명하게 집행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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