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국민연금 한진칼‧대한항공 첫 주주권 행사 검토… 첫 합리적 사례 만들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국민연금 한진칼‧대한항공 첫 주주권 행사 검토… 첫 합리적 사례 만들어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1.18 10:57
  • 호수 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항공에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기업들의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가 기업 경영에 깊게 개입하는 것에 논란이 이는 것을 우려해 주주 역할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원칙적으로는 경영 참여를 배제하지만 중대한 사안이 생겨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 관리‧운용한다는 지침이다. 

이후 조양호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의해 논란이 된 한진칼‧대한항공에 첫 번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두 회사의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한 검토를 맡겼고, 위원회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기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으로 횡령‧배임 등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저배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해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책임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와 방식을 2월 초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68%를 가진 2대 주주이자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내세울 수 있다. 

한진 측은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여부와 관련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각종 갑질 사건으로 여론이 안 좋은 점을 감안해 대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개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경영권에 개입해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면서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한진그룹이 시범사례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조 회장 일가의 재선임을 반대하거나 해임에 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금 손실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별 기업에 경영권 참여는 최소화하고,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첫 사례이니만큼 국민연금이 합리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과 윈-윈(win-win)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