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어르신일자리사업 통해 밑반찬 만들어… 젊은이들까지 반하게 한 할머니 손맛 반찬
시장형 어르신일자리사업 통해 밑반찬 만들어… 젊은이들까지 반하게 한 할머니 손맛 반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25 10:52
  • 호수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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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반찬’ 이상으로 인기 끄는 어르신 솜씨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대문시니어클럽 ‘야미야미’, 반찬 당일 조리‧발송해 호평 받아

부산 천주교 청학본당 어르신들 23년 밑반찬 봉사…위생도 철저

서울 서대문시니어클럽의 ‘야미야미’에 참여한 여성 어르신이 시식회를 위해 반찬을 담고 있다.
서울 서대문시니어클럽의 ‘야미야미’에 참여한 여성 어르신이 시식회를 위해 반찬을 담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부산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로 가득찬다. 지난 1월 23일도 마찬가지다. 신묘순(82), 전군자(80), 이화자(77), 조정순(75), 남상자(69) 등 여성 어르신 5인방이 준비한 음식이 나오자 복지관 식당에 웃음꽃이 피었다. 5인방은 1996년부터 23년간 명절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점심식사를 만드는 봉사에 참여해 귀감이 되고 있다. 신묘순 어르신은 “힘든 것도 있지만 우리의 손맛을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거를 수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수미네 반찬’으로 인기를 끄는 김수미 못잖게 수십년간 음식을 만들며 쌓은 할머니 손맛을 뽐내는 어르신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봉사활동은 물론 노인일자리에도 참여해 지역의 명물로 떠오른 것이다. 

부산 천주교 청학본당을 다니는 어르신들로 구성된 5인방은 복지관 식사뿐만 아니라 독거노인에게 제공하는 밑반찬도 함께 만들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부터 정성이 느껴진다. 위생모자를 쓰고 손소독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식자재를 다듬는 것부터 뒷정리까지 모두 평균연령 70대 중반인 5인방이 도맡는다. 밑반찬을 제공받는 어르신들이 저작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모든 음식은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덕분에 반찬을 제공 받는 50명의 어르신들이 한 주를 든든하게 버텨내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부산 영도구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화자 어르신은 “종종 컨디션이 안 좋아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 봉사하다 보니 아픈 것도  잊게 된다”면서 “건강이 허락되는 한 끝까지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장형 어르신일자리사업을 통해 밑반찬 솜씨를 뽐내는 여성 어르신들도 있다. 서울 서대문시니어클럽 ‘야미야미’에 참여한 11명의 여성 어르신들은 올해 초부터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배달까지 하고 있다. 

‘야미야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어르신 일자리 시범사업’에 응모해 2200만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준비해 왔다. 사업신고 등 각종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도 이 기간 동안 아이부터 직장인,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전문요리학원인 코리아요리아트아카데미의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했다. 

밑반찬 조리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요리교실을 임대해 진행한다. 상품 홍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서대문시니어클럽 개소식 때 지역주민 등 행사 참여자를 대상으로 시식회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고 이후에도 수차례 시식회를 통해 꾸준한 홍보활동을 펼쳐 왔다. 또 주변 1~2인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카카오친구플러스(서대문시니어클럽)와 전화로 주문 배달을 받고 정기배송도 진행하고 있다. 

신선도와 맛을 높이기 위해 모든 반찬은 예약 주문과 동시에 당일 조리해 가정까지 신속히 배달한다. 매주 사전에 요일별로 만들 요리를 선정한 후 미리 공지해 고객들이 원하는 반찬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버섯볶음‧진미채, 화요일은 우엉조림‧오이지무침 등으로 하는 식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보통 반찬가게에서 1세트에 3000원 가량 받지만 야미야미는 2세트 값을 5000원으로 책정해 경쟁력도 갖췄다.    

안순봉 서대문시니어클럽 관장은 “어르신들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만든 가정식 반찬을 배달까지 해드리자는 콘셉트로 이 사업을 구상했다"며 "앞으로 고객이 늘면 정기배송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 천년누리푸드가 만드는 ‘전주비빔빵’ 역시 전주비빔밥에 할머니 손맛을 더해 탄생했다. tvN ‘알쓸신잡’, 채널A ‘도시어부’ 등에도 등장해 호평 받으며 지역명물로 떠오른 전주비빔빵의 탄생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윤영(48) 대표와 모성순(70) 어르신 등 4명의 직원은 비빔밥 재료를 넣은 빵 만들기에 나선다. 하지만 고명으로 넣은 야채 재료에 물기가 많아 빵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수십 차례 실패를 거친 끝에 2015년 8월 지금의 비빔빵이 탄생했다.

사회적기업 천년누리푸드가 만드는 ‘전주비빔빵’

사업초기 월 매출 500만원 수준이었지만 매년 성장해 2017년에는 1억3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올 3월에는 연간 1000만명이 이용하는 전주역에도 입점해 인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직원 역시 4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고령자친화기업의 성공적인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모성순 어르신은 “사람들이 빵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여성 어르신들이 손맛을 활용한 사회적기업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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