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노인 단속반 “화장실 몰래카메라 꼼짝마!”… 어르신들, 단속 나섰다
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노인 단속반 “화장실 몰래카메라 꼼짝마!”… 어르신들, 단속 나섰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2.21 21:11
  • 호수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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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3월부터 노인일자리로 단속반 운영

전파 및 렌즈탐지형 장비로 꼼꼼히 점검… 남녀 어르신 한팀 활약

최근 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지자체에서 몰카 단속에 노인일자리를 접속해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 부평구 몰카제로사업단이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를 단속하는 모습.
최근 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지자체에서 몰카 단속에 노인일자리를 접속해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 부평구 몰카제로사업단이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를 단속하는 모습.

인천 부평구에 사는 정희진(32) 씨는 3년 전부터 외부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그는 개방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수상한 기운을 느꼈고 옆 칸에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던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됐지만 이 트라우마로 인해 여전히 공공화장실을 꺼리게 됐다. 정 씨는 “무섭기도 하고 수치심이 느껴져 개방된 화장실은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 씨의 사례처럼 개방된 공공화장실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어르신들이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인천 부평구를 비롯, 부산 중구, 광주 서구 등서 노인들로 구성된 ‘몰카단속반’을 운영해 사전 범죄예방에 나선 것이다. 특히 노인일자리와 연계하면서 1석 2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먼저 인천 부평구는 오는 3월부터 노인 50명을 선발해 ‘몰카제로사업단’을 운영한다.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를 통해 운영되는 사업단은 총 5개조로 조별로 두 팀씩 총 10개팀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지역 지하철 역사와 공공기관 건물 등을 돌며 몰래카메라가 있는지를 점검한다.

선발된 어르신들은 2월 한 달간 점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보통 5명이 한 팀으로 운영되는데 여성 어르신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모든 칸이 비어있으면 몰카 점검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설치한 후 안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몰카 찾기를 시작한다.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화장실 별로 단속에만 20분 이상 할애한다. 

이어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환기구, 화장실 문, 비데, 화재경보기, 스위치 주변 등에 전파탐지형·램프탐지형 첨단장비를 활용해 점검을 진행한다. 어르신들은 몰카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탐지하는 전파탐지형 장비로 카메라가 숨겨진 구역을 우선 확인한다. 이때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또 전파탐지형 장비로 아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해서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렌즈 탐지형 장비로 카메라 렌즈의 반사 빛을 재차 탐지해 몰카 위치를 확인한다. 

사업단은 완전히 개방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을 시작으로 몰카 위험이 있는 화장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범죄를 예방해나갈 계획이다.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잇따르면서 여성들이 공공화장실을 가기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몰카제로사업단이 범죄예방과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도 2월 18일 중부경찰서, 중구노인복지관 공동으로 ‘중구 몰카 안심순찰대’를 운영하기 위한 업무협약 및 발대식을 개최하면서 어르신을 앞세운 몰카 단속 대열에 합류했다.

중구 몰카 안심순찰대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 21명이 7개조로 나눠 하루 3시간씩 월 10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 및 공공시설 화장실 등을 순찰한다. 뿐만 아니라 몰래카메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계도 활동에도 나선다.

이외에도 광주 서구, 경남 김해시 등도 몰카단속반을 운영하거나 준비 중이어서 점차 전국적으로 숫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중구청 관계자는 “어르신 일자리와 몰카 없는 안전한 중구 만들기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안심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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