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선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분당구지회장 “환경정화 같은 소일거리사업으로 경로당 회장 활동비 해결”
신부선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분당구지회장 “환경정화 같은 소일거리사업으로 경로당 회장 활동비 해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2.28 20:14
  • 호수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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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독거노인 빨래 해주는 ‘세탁차’, 당구동아리 등 남다른 사업 능력 돋보여

지회장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경로당 회원들 먼저 생각하고 늘 함께 해 

대한노인회 지회장들의 공통적인 현안 중 하나는 경로당 임원 활동비 지급 등 처우개선이다. 마을 이장, 통·반장까지도 수십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되는 현시점에서 무보수 봉사로 상근하는 이들에게 마땅한 대우가 따라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선거법에 저촉돼 불가능하다. 활동비 지급이 지자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에 속한다는 유권해석 탓이다. 

그런 가운데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분당구지회가 오래전에 우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목된다. 신부선(77) 성남시분당구지회장은 “경로당 인근 지역 환경정화 일거리를 제공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소일거리사업을 통해 활동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이 소일거리사업 대상에 경로당 회장과 총무들은 1순위다. 올해는 공원지킴이 100명이 새로 추가돼 참여자는 총 970명에 이른다.   

2월 말 어느 날, 8년째 지회를 이끌고 있는 신 지회장을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지회회관에서 만나 남다른 경로당활성화사업과 지회 운영 철학을 들었다.

-분당구는 ‘부자동네’라고들 한다. 

“‘분당이 성남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 자립도가 높다. 수정구, 중원구 등 3개 구 가운데 맨 나중에 생겼지만 면적, 주민 수에서 가장 앞선다.”

분당은 일급수가 흐르는 탄천과 주변의 체력단련시설, 올림픽 축구장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 호수를 낀 중앙공원 등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공기가 맑아 노인들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학부모 학력 전국 1위라는 통계가 가리키듯 교육수준도 높다. 

분당구 전체 인구는 49만5000여명, 노인은 5만5000여명이다. 분당구지회에는 202개 경로당이 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7630명이다. 3개 지회 가운데 경로당, 회원 수가 가장 많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대부분 아파트 경로당으로 TV, 냉장고, 안마기기 등 시설을 잘 갖추었다. 단독주택촌에 있는 자연부락 경로당도 시설이 대체로 좋다.”

-전임 성남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이 노인복지에 협조적이었는지.

“제가 지회장으로 처음 부임할 당시만 해도 노인복지 환경이 좋지 않았다.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전임 시장이 적극 협조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수년 전 성남시의회가 자체 문제로 몇 달씩 파행됐다. 참다못한 노인회가 들고 일어섰다. 분당구지회 등 성남시 3개 노인회가 성남아트센터에서 결의문 낭독을 하며 시의회 파행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 결과 시의회가 정상화 됐고 그로 인해 도움을 받게 된 이 전 시장이 노인회를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신 지회장은 “그 일 이후 전임 시장이 노인회의 요구를 잘 수용해주었다”고 기억했다.

-위에서 언급한 경로당 소일거리사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노인들이 하루 2시간씩 6일 일하고 12만원을 받는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손자 용돈도 줄 수 있고 약값에도 보탬이 된다며 다들 흡족해 한다. 몸을 움직이니 자연히 건강도 유지되고.”

-2015년 재임됐다. 그간의 성과라면.

“지회회관에 들어오면서 주차장에 세워둔 ‘세탁차’를 보았는가. 특수제작한  차량에 대형세탁기를 싣고 경로당을 방문해 독거노인의 모포, 이불 등 큰 빨래를 해준다. 그리고 경로당에서 최신영화를 상영하는 ‘찾아가는 영화관’도 인기다.”

-세탁차 운영비가 꽤 들 텐데.

“경로당 회원 2명이 운전하며 세탁도 한다. 세탁과 건조 과정에 약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인건비와 차량유지비는 SK에서 지원해준다.”

-경로당의 또 다른 현안이 급식도우미인데.

“시의 지원을 받아 처음에는 나이 적은 분들로 구성된 식사도우미를 운영했지만 경로당 회원들과 마찰이 생겨 중단했다. 60~70대 경로당 회원들로 대체한 후로는 별 문제없이 잘 되고 있다.”

-‘백세시대’(649호)에 지회회관 당구대 설치 기사가 보도됐다.

“젊었을 적에는 당구가 운동이 되려나 싶었는데 나이 드니까 당구대 주변을 서성이는 것만도 운동이 충분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부선 성남시분당구지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지회장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신 지회장 왼쪽이 염동은 사무국장.
신부선 성남시분당구지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지회장실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신 지회장 왼쪽이 염동은 사무국장.

분당구지회는 회원 화합과 체력 증진이란 취지에서 지난해 11월, 신 지회장을 포함 12명이 당구동아리를 발족했다. 회관 지하1층에 당구대 3대를 들여놓고 매주 금요일에 게임을 즐긴다. 앞으로 초보자 강좌도 열 계획이다. 

-덴마크의 노후건강연구소가 조사한 바로는 주4회 당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구지회는 그라운드골프 강자라고 들었다.

“여기(지회장실) 있는 많은 상패와 상장, 우승기가 그걸 증명한다.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나 명예보다 건강이다. 건강 유지와 체력 향상을 위해 지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당구지회의 그라운드골프 회원은 200여명이지만 변변한 운동장이 없다. 다행히 올해 그라운드골프장 마련의 숙원을 해결하게 됐다 신 지회장은 “성남시장(은수미)을 졸라 판교 수목장 자리, 수내공원 건너편 마루공원 축구장 그리고 구미동 야외음악당 등 세 곳에 그라운드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부선 지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후 한전에서 15년간 근무했다. 개인사업을 끝으로 사회활동을 접고 경로당 회장을 거쳐 성남시분당구지회장에 연임돼 현재에 이르렀다. 성남아트센터 이사, 경기연합회 부회장으로 있다.

신 지회장에게 한전 재직 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물과 연료를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했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대신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염동은 사무국장이 놀라운 사실을 들려주었다. 

염 사무국장은 당인리발전소가 속한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에 따르면 보일러 물을 끓여 생기는 스팀(증기)으로 발전소 터빈을 돌리는 과정에서 증기를 급속 냉각시키려고 한강물을 끌어다 쓰는데 이때 익사체도 휩쓸려 들어온다는 것이다. 염 국장은 “과거 장마철에는 10여구씩 발견돼 경찰관들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사업을 접고 아무것도 안한 채 집에만 있으려니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천주교 세례를 받고 천주교 봉사단체에 들어가 자원봉사를 많이 다녔다. 우연한 기회로 제가 사는 아파트 부근의 경로당(수내동 파크타운 대림경로당)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그곳 회장을 맡게 됐고, 어느 날 전임 분당구지회장의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지회장도 하게 됐다.”

-지회장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으로 회관을 옮겼으면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또 하나는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휴양관 건립이다. 노래방, 그라운드골프장, 당구장 등을 갖춰놓고 회원들이 1박하며 마음껏 쉴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적당한 후보지(천주교 기도원)도 정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해 회원들에게 미안한 감이 있다.”

신 지회장은 그러나 “지난 시간 노인 복지 향상을 위해 능력껏 할 만큼 봉사를 다했다는 점에 나름 보람도 느낀다”며 웃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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