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달콤함을 맛보았으면
[백세시대 / 세상읽기]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달콤함을 맛보았으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3.08 14:00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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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보다는 국민복지 정책이 더 중요

무소불위의 법 권력을 휘두르는 판사도 기소를 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최근 대법원 고위직 출신 등 전·현직 법관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판사는 국가가 망하기 전에는 살아생전 기소 따위는 당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상식이 단번에 무너졌다. 검찰의 대거 법관 기소 과정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포함돼 있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시절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 내용을 형사수석부장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판사는 현 정권에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김경수 지사 판결이 나오자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이라며 성 판사를 탄핵하겠다고 별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전력을 가진 성 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복수심에서 김경수 지사를 구속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성 판사의 기소에 대해 “김경수 지사 판결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이고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여당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를 탄핵하고 협박하고 있다”며 “삼권 분립이 완전 무너진 상황에서 어떤 판사가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겠느냐”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성 부장판사가 피해자로 기술돼 있다. 피해자였던 성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범법자로 기소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복과 표적(기소)의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여당은 김 지사 판결과 상관없이 사법 농단 연루 혐의가 명백하기 때문에 기소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당이 보복, 사법부 겁박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한국당이 검찰 기소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과의 유착, 재판 거래를 당연시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들어갔다. 과거 정권들은 이때부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임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온다. 5년 단임제에서 오는 집권 3년차 증후군은 측근비리, 권력형 게이트, 권력 내부의 분화, 정책 혼선 등 다양하다. 여기에 현 정부는 하나가 더해졌다. 전 정권, 전전 정권에 대해 겉으로 적폐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비극적 최후를 마친 노무현 대통령의 넋을 위로하는 처절한 ‘진혼곡’이 공공연하게 연주되고 있다. 물론 이 진혼곡 연주는 집권 3년차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집권 초기부터 있어온 것이다. 

김영삼 정권은 군사조직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여느 권력자가 하기 힘든 개혁을 단숨에 몰아치듯 해치웠지만 임기 중반에 한보 비리와 아들 구속, 노동법 날치기 파동 등으로 지지율이 급전 직하했다.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옷 로비 사건,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로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민간인 사찰,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권력 내 갈등에 직면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의 비선 실세 파문, 성완종 리스트, 최순실 사태 등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선거 직후의 환호는 잠시 일 뿐 이 나라 정권의 최후는 국민의 평안과 복리로 연결되지 않았다. 5년마다 이름만 바꾸었을 뿐 배타, 독선, 불통, 자만으로 가득 찬 정책이었다. 견제와 균형, 연립과 연합, 타협과 통합이 가능한 민주공화 헌정 체제를 만들 생각조차 없었다. 민주공화는 정의와 진리의 독점과 독임이 아니라 공존과 타협을 요구한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우리 모두는 희생자들인 동시에 범죄자들이다. 내가 정의이기에 모든 오류와 잘못은 상대와 과거에게 돌린다. 원한과 복수, 분노와 울분, 좌절과 회한만 생산해내는 이런 부조리한 굿판은 당대에서 끝내야 한다. 

2년 후면 선거란 민주제도를 통해 심판과 벌이 내려진다. 이 시점에서 정치권은 대타협을 통해 적폐의 놀음에서 벗어나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달콤한 과실을 모든 국민에게 맛보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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