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준영 폰’으로 돌아본 우리 사회의 민낯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준영 폰’으로 돌아본 우리 사회의 민낯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15 13:16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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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 연예계는 가수 정준영이 과거 사용했던 휴대폰에 담긴 내용들로 초토화됐다. 한때 국내 최고 보이그룹의 멤버였던 승리가 그의 추악한 범죄행각이 드러나며 은퇴를 선언했고 ‘1박 2일’ 등을 통해 꾸준히 사랑을 받던 정준영도 상황에 따라 철창신세를 질지도 모른다.

정준영은 2016년에도 한 차례 몰래카메라 촬영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경찰은 그의 폰을 받아 전문가에게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전화 등 각종 저장 매체 또는 네트워크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 기법을 말한다. 

문제는 부실 수사로 인해 이 정보를 받기도 전에 사건을 흐지부지 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포렌식으로 되살아난 정보는 실로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누군가 이 정보를 폐기하지 않았고 한 변호사를 통해 제보하면서 고구마 줄기 캐듯 감춰져 있던 범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완벽한 ‘스모킹 건’ 덕분에 정준영은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전에 스스로 범죄를 인정했다.

문제는 이 사건을 통해 또 다시 우리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하나는 관음증이다. 정준영은 수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불법촬영해 지인들과 공유했다. 일명 ‘정준영 동영상’이라는 것을 남겼는데 이 사실이 알려진 날 각종 포털사이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준영 동영상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피해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여성 연예인들 여러명이 거론되면서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것을 묻기 위해 터트렸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전부터 유명 정치인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연예인 스캔들을 활용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수개월 전 찍힌 연예인의 연애 장면이 뜬금없이 거물 정치인이 검찰에 출두하는 날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국정농단 사건 때처럼 꾸준히 하나씩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정준영 사건이 터진 것이라며 이 건은 중요하지 않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음모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수많은 여성이 강제로 이상한 약을 먹고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거물 정치인이 수사를 받고 있다면 보도도 하지 말고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묻어야 하는가, 당신의 양심은 그런가,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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