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북한 어떻게 대북제재 회피하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북한 어떻게 대북제재 회피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3.15 13:26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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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정상회담장을 걸어 나와 전용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을 때만해도 ‘대국답지 않은 태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이 회담 전과 회담장에서 다른 말을 했기 때문에 결렬됐다”고 미국 측에 책임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가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교묘한 대북제재 회피 행각을 보고서야 트럼프가 왜 그런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최근 북한이 제재의 감시를 피하면서 필요한 자원과 물품들을 교묘한 수법으로 빼돌리는 장면을 공개해 전 세계인의 분노와 탄식을 샀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은 다양한 제재 회피 수법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다. 공해상에서 거래된 석유제품이 북한에 유입되는 창구로는 남포항이 꼽혔다. 제재위는 “북한의 남포항은 의심스러운 불법 활동의 허브이다. 남포항에서는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해상의 선박으로부터 남포항의 수입터미널로 연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수중송유관을 사용하기도 한다. 북한은 국제적인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해상 환적 수법을 동원했다. 육퉁(Yuk Tung)호가 그 예이다. 지난해 5월 22일, 육퉁호는 동중국해 해상에서 일명 선박 ‘스푸핑’(위장) 수법을 사용했다. 육퉁호는 파나마 국적의 마이카호인 것처럼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를 보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양 코모로제도 국적의 하이카호로 등록했다. 정작 하이카호는 동중국해에서 7000마일이나 떨어진 아프리카 대서양의 기니만에 정박 중이었다. 선박위장은 사전에 주의 깊게 기획된 것이다. 육퉁호와 하이카호는 같은 제조업체에 의해 같은 연도에 쌍둥이 선박으로 건조됐던 것이다.

북한은 선박 국적 세탁을 위해 편의치적 제도를 악용했다. 편의치적이란 선박을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규제가 느슨한 제3국에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해상 환적의 통신수단으로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이 사용됐다. 중국의 위안화 화폐 마지막 네자리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위챗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서로 신원을 확인했다.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선박거래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재위는 “대략 23척의 유조선이 석유제품의 해상 환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고, 그 가운데 6척이 절반 가량의 물량을 담당했다”면서 안산1, 천마산, 삼정2, 유손, 금은산, 새별(청림2) 등 6척을 지목했다.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 해역에서 거래된 북한산 석탄의 최종 목적지가 한국업체 E사라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보고도 있었다”고 제재위는 덧붙였다. 

현재 북한과 불법무기 거래, 군사협력 등으로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 받는 국가는 모두 27개국이다. 그 중 알제리·앙골라·보츠와나·민주콩고·이집트·에리트레아·리비아·마다가스카르·모잠비크·나미비아·시에라리온·남아프리카·수단·우간다·탄자니아·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가 절반을 웃돈다. 북한 측이 민주콩고의 금광 사업에 개입하고 대통령 경호부대에 9mm화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진행한 의혹도 조사 중이다.  

북한의 군사협력 부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시장 중 하나는 이란이다. 북한 무기수출업체인 청송연합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가 이란 현지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이란에 체류하는 북한 인사들이 현금 운반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하노이정상회담에서 여실히 드러난 이상 지금까지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대북제재 완화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은 대 북한 정책 변화의 당위성을 더욱 명백하게 해준다. 

“(북한의 제재해제 카드를 받아들이는 건)신고하지 않았거나 남은 대량살상무기에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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