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 한 양식에 고정되지 않은 천재화가 호크니의 세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 한 양식에 고정되지 않은 천재화가 호크니의 세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12 14:25
  • 호수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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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3차원을 평면에 담으려 한 작품 ‘더 큰 첨벙’부터 최근작까지 133점

생존작가 중 세계서 가장 비싼 작품 그려… 2인 초상화는 실물 보는 듯

‘생존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미술가’란 타이틀을 가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번 전시에서는 ‘더 큰 첨벙’(사진) 등 133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생존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미술가’란 타이틀을 가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번 전시에서는 ‘더 큰 첨벙’(사진) 등 133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예술가의 초상’(1972)이란 작품이 9030만달러(약 1020억원)에 낙찰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영국을 대표하는 인기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2). 원래도 유명했지만 이번 경매를 통해 ‘생존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미술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이런 호크니의 미술세계를 총망라하는 전시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8월 4일까지 진행되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에서는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영국문화원, 호주빅토리아국립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 133점을 선보인다. 그의 유명세 덕분인지 전시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몇 시간씩 줄을 서야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는 호크니의 미술세계를 7개의 공간으로 구성해 1954년 초기작부터 2017년에 만든 신작까지 60여년에 걸친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다. 서소문본관 2층과 3층 전시장을 꽉 채운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들이 모두 한 작가의 작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다양한 색깔을 갖췄다. 또 작품 이외에도 호크니가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쓴 편지, 그의 대표작을 총망라하는 대형 크기의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책’ 등 자료와 함께 호크니 관련 영화 세 편을 상영해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브래드퍼드 예술학교 학생 시절 호크니는 실물 드로잉과 외부 세계에 대한 충실한 관찰에 입각한 전통적인 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음산한 색과 환영적 공간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와 석판화를 제작했다. 이 시기에 호크니는 무엇이든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피카소처럼 다양한 양식과 여러 그림 제작 방식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성숙한 예술가로서 작품에 자신만의 특성을 부여하고, 양식상의 자유를 발전시켜 나갔다.

1964년부터 호크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며 이 도시를 그리기 시작한다. 뜨거운 햇빛과 자유로움을 발산하는 로스앤젤레스에 완전히 매료된 호크니는 묘사에 관한 문제에 계속해서 몰두했다. 이때 대표작이 수영장에서 물이 튀긴 장면을 묘사한 ‘더 큰 첨벙’(1967)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더욱 강조했다. 미니멀리즘을 표상하는 배경의 낮은 건물들은 ‘첨벙’ 하는 하얀 포말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테두리에 남긴 액자 형식의 여백은 관람자가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화면을 평면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어지는 ‘수영장 연작’은 3차원을 2차원 화폭에 옮기려는 그의 집요한 노력들이 담겨 있다. 

호크니는 끊임없이 변화했다. 스스로에게, 또 세상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았다. 30대 중반에 이미 ‘스타 작가’가 됐지만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즐겨 그린 초상화 시리즈에서도 이런 그의 노력은 이어진다. 초상화를 ‘만남에 대한 예술’이라 칭한 호크니는 자신이 아는 인물의 실제 성격, 인물 간의 관계까지 그림에 담고자 했다. 

1968년부터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주변 커플들을 대상으로 2인 초상화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중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가 볼 만하다. 실제 인물을 마주 대한 듯 실물 크기의 초상화 앞에 서면 이 부부의 역학 관계, 각자의 성격이 캔버스를 뛰어넘어 관람객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호크니는 3차원 세계를 평면 화폭에 옮기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들어 풍경을 담은 거대한 캔버스 회화에 몰두한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서 만나는 ‘더 큰 그랜드캐니언’(1998),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등은 다(多)시점 방식의 공간 묘사, 역원근법을 적용해 관람객이 직접 움직이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사진과 컴퓨터를 적극 활용해 관람자들이 공간이 아닌 표면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진의 한계를 회화적으로 풀어가려고 한 시도도 돋보인다. 작업실을 3000장의 사진을 파노라마로 연결한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는 영국에서도 전시되지 않은 신작으로 최근 호크니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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