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이순신 장군, 일본이 먼저 알아봤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이순신 장군, 일본이 먼저 알아봤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4.19 13:39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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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이순신 장군(1545 ~1598)의 탄생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순신을  처음 세상에 소개한 건 조선이 아닌 일본이었다. 이순신의 행장과 유고를 묶은 ‘충무공이순신전서’가 정조 때 간행됐지만 일부 식자층과 남해 연안 백성을 제외하고는 이순신의 이름은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갔다. 

이순신 전기를 처음 소개한 이는 일본 외교관이자 군사전략가로 알려진 세키코세이(필명)로서 1892년 ‘조선 이순신전’을 펴냈다. 이 소책자는 메이지 시기 일본에서 이순신 신화가 만들어지는 기폭제가 됐다. 이는 신채호의 ‘수군 제일위인 이순신전’보다 16년이 앞섰으며 박은식의 ‘이순신전’(1915), 이윤재의 ‘성웅 이순신’(1931년) 등 한국 저자들의 이순신 전기 집필에도 영향을 끼쳤다.  

세키코세이는 ‘조선 이순신전’에서 일본의 임진왜란 패배 원인을 다음과 같이분석했다. 

-나는 군사전략가의 입장에서 일본, 조선 두 나라 군대의 승패를 가른 원인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비록 월권행위 같지만 국외자의 논평이 도리어 세상 사람의 흥미를 야기할 수 있고 또한 그 지적이 더러 급소를 찔러 군사전략가들에게 자극과 교훈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일본 수군 장수들은 전략을 구사하는 재주와 담력, 지혜가 서로 엇비슷했다. 각자 공을 다투며 자신의 의견을 고집할 뿐 다수의 재주와 지혜를 같은 모형 속에 녹여내 일대세력을 조직함으로써 조선 수군에 맞서는 장수다운 장수가 없었다. 패배의 둘째 요인은 함체의 크기가 작고 연약해 쉽게 부서지고 침몰한 점이다. 

패배의 셋째 요인은 오로지 단병접전을 좋아해 큰 포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점이다. 

눈을 돌려 이순신의 군대를 살펴보자. 그는 동등한 신분에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던 장수 원균과 이억기를 잘 다루었으며 거북선을 창제해 공격의 이기로서 교묘히 활용했다. 많은 거포를 비치해 일본 전선을 크게 격침시켰고 삼도수군통제사의 병권을 활용해 대 함대를 편성함으로써 큰 힘을 발휘했다. 일본 장수들이 갖추지 못한 바를 갖추었던 것이다. 이들 장점만 보아도 승패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전략가들은 이순신의 승리 요인의 하나로 거북선을 거론한다. 세키코세이가 묘사한 거북선은 이렇다.

-이순신은 임지로 부임하자마자 필생의 생각을 응축해 거북선을 창제했다. 배의 갑판을 단단히 널빤지로 덮고 쇠못을 친 다음 중간에 십자형의 좁은 길을 만들어 통행하도록 했다. 나머지 부분에는 모두 칼 송곳을 박아두었다. 배의 앞부분은 용의 머리를, 고물에는 거북이 꼬리를 만들어 각각 포문을 설치했다. 배의 측면 좌우 현에는 각각 6개의 구멍을 뚫어 포문으로 삼았다. 병사들을 배 밑에 숨겨 두고 4면으로 철포를 발사할 수 있었다. 전시에는 따로 이엉을 엮어 갑판을 덮음으로써 칼 송곳이 보이지 않게 했다. 적이 갑판에 오르려고 하면 칼 송곳에 찔리게 되고 적의 배가 포위하면 총포를 일제히 발사했다. 앞으로 뒤로 옆으로 움직이는 신속함이 나는 새와 같았다.

이순신은 옥포와 당포 싸움에서 이 거북선을 사용해 일본 수군을 제압하더니 오늘 두 나라 군대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전투를 펼치자 거북선은 신속히 대포를 쏘아대며 일본 전선을 격파했다. 일본 해군대학 교관이자 러일전쟁 수훈자인 사토 데쓰타로는 1927년 집필한 ‘절세의 명장 이순신’에서 “역사적 위인으로 내가 가장 갈망하는 이는 릿쇼 대사를 손꼽을 수 있지만 해군 장성인 내 입장에서 평생을 두고 경모하는 바다의 장수는 서양에서는 네덜란드의 명장 로이테르, 동양에서는 조선의 이순신”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본에서조차 이순신을 이렇게 우러러 높이 떠받드는데 그가 목숨 바쳐 지킨 조국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는가.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을 더 상세히 알리고 그의 성품을 모두가 본받아야 할 징표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순신 홀로 조선을 구하다’에서 발췌(김해경 역·가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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