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장 “경로당 현안, 군청에 전하는 심부름꾼으로 나섰다”
김종열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장 “경로당 현안, 군청에 전하는 심부름꾼으로 나섰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4.26 13:27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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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일자리 1500개 중 노인회에 900개 배정…‘농촌지킴이’로 나서   

지회 운영비, 노인의 날 행사비 등 인상, 농협서도 ‘큰돈’ 지원

김종열 부안군지회장이 자신의 서예작품 ‘상선약수’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열 부안군지회장이 자신의 서예작품 ‘상선약수’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가 환골탈태했다. 경로당 조직이 강화됐고 군 지원금이 대폭 증액됐으며 노인의 이미지가 ‘농촌을 가꾸는 일꾼’으로 바뀌었다. 지회 임직원들은 김종열 지회장(81)의 열정과 땀이 있기에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7월 부임한 김종열 지회장은 “472개 전 경로당을 순회하며 좌담회를 열어 현안을 듣고 군에 전달하는 심부름꾼으로 나섰다. 하루 3~5개 경로당을 방문해 현재 100여곳을 돌았다”며 “부안의 노인들이 자식을 돕고 떳떳하게 세상을 살다가 좋은 모습을 남기고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중순, 부안읍 서외길에 위치한 지회 회관에서 김종열 지회장으로부터 역점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지회장 부임 1년이 채 못 됐다. 그간 어떤 일을 했나.

“부안군지회 수석부회장으로서 이름만 내걸었을 뿐 운영에 대해선 속속들이 몰랐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회원가입신청서부터 구비해놓으라고 독려해 현재 70% 이상 받았다.”

김 지회장은 일부 경로당의 조직 구성이 미비한 점도 발견했다. 김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이 무슨 큰 감투를 쓴 것도 아니고 활동비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노인회에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감사, 부회장, 총무를 두지 않고 회장 혼자 대충 꾸려가는 경로당에 모양부터 갖춰 경로당을 활성화시키고 회계 투명성도 강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회 직원들에게는 대한노인회 지회 운영 규정을 숙지하도록 지시했다. 김 지회장은 “국가에서 노인들 잘 모시라고 경로당에 냉·난방비, 양곡 등을 지원하는데 지회가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국고 손실이자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직원들에게 같이 규정부터 공부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지회 사업의 일 순위는 무언가.

“당연히 노인 일자리이다. 오늘날의 농촌은 노인이 아니면 지킬 사람이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 힘든 일 안한다. 여기도 베트남·태국 등 외국 노동자들이 다 한다. 노인은 움직여야 건강이 유지되고 치매나 우울증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노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해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야 어른다운 대접도 받고 존경도 받는다.”

부안군의 노인 일자리 1400명 중 공익형·시장형 일자리 900명이 부안군지회 회원들에게 배정됐다. 

-공익형 일자리는 어떤 것들인가.

“경로당관리요원, 게이트볼·서예 강사, 노노케어를 겸한 도시락 배달, 정리수납도우미 등이다.”

-정리수납도우미는 어떤 일인가.

“독거노인들은 음식을 해먹는 걸 귀찮아 해 냉장고에 몇 달씩 쌓아두고 있고 집에 유통기한이 지난 약들도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정리해주는 일을 한다. 정리수납자격증이란 것도 있다. 영농사업단을 비롯 도시락 배달, 농산물 가공·판매 등 시장형 일자리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이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외에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하는 다양한 사업을 개발 중이다. 전북에서 우리가 가장 많은 시장형 일자리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노인 일자리는 당연히 노인회의 몫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타 기관이 시장형 일자리에 관여할 수 없도록 군에 요청을 해놓는 등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민간기업 취업도 잘 되고 있는지.

“(중앙회로부터)한달 6명씩 72명을 할당 받아 열심히 해 원래 목표보다 많은 80명을 취업시켰다. 주로 양파를 심고 수확하거나 오디를 따는 일이다.”

부안의 특산물 중 하나가 뽕나무 열매 오디로 빚은 술이다. 누에를 치기 위한 뽕나무도 대대적으로 심고 있다. 명주실을 얻기 위해 길렀던 누에가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다.

-지회 운영의 어려움은 없는지.

“일 나가는 직원 출장비를 줄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바닥이었다. 업무용 차량도 경로부, 취업센터에서 조금씩 갹출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무국장 앞세우고 군수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김종열 지회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앞줄 왼쪽 끝이 한 홍 사무국장.
김종열 지회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앞줄 왼쪽 끝이 한 홍 사무국장.

김 지회장의 간곡한 지원 요청에 군이 화답했다. 2100만원이던 지회 운영비가 3000만원으로 늘었다. 1500만원이었던 노인의 날 행사비용도 700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실내에서 경로당 회장들만 모아놓고 기념식만 치렀던 노인의 날 행사가 올해는 부안군 전체 노인들이 참가하는 축제 한마당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김 지회장은 “군의 전폭적인 지원 과정에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의 도움이 컸다. 김 연합회장이 전북도지사에게 부탁해 도비가 나왔고 군비가 뒤따랐다”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농협도 지회를 도왔다. 김 지회장은 “지회가 운영하는 무료식당의 부식비를 농협에서 일괄 수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그 자리에서 지회의 어려움을 전해들은 농협장이 1300만원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김종열 지회장의 집념과 노력에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따라준 결과 부안군지회는 경로당 활성화, 일자리 등 각 부문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여 전북연합회로부터 우수지회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김종열 지회장은 부안 출신으로 주산농협장을 역임했다. 부안문화원 이사, 부안군지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부안군지회는 13개 분회, 472개 경로당을 두었다. 부안군 인구는 5만4200여명, 노인 수는 1만6700여명이고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4000여명(83%)이다.

-농협에 오래 몸 담았다. 기억에 남는 일은.

“조합장 시절 특색 있는 사업을 하나 했다. 당시 전국의 농협이 민간업체로부터 PP마대를 납품 받았다. 농민이 대량 소비하는 마대를 당연히 농협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술자를 스카우트해 제조공장을 세워 전국의 농협에 풀었던 기억이 새롭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농협장 은퇴 후 노인회 서예실에서 전임 지회장 등과 함께 서예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됐다. 서예에 취미가 붙어 열심히 글씨를 쓰다 보니 어느덧 추천작가가 됐고 요즘은 전국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김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上善若水’(상선약수·최고의 선은 물 흐르는 것과 같다)란 노자의 글귀를 쓴 자신의 서예작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홀몸어르신 10명 이상이 함께 숙식하는 경로당을 ‘마실사랑방’이라고 이름 붙여 군에서 특별히 30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외로운 분들이 정을 나누며 살면 삶의 행복감도 느끼고 여럿이 한 곳에서 지내니 국고도 절약될 것이다. 이런 경로당을 더 많이 확산시키려고 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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