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캅스’ 올케·시누이 형사 콤비의 통쾌한 ‘몰카범’ 소탕기
영화 ‘걸캅스’ 올케·시누이 형사 콤비의 통쾌한 ‘몰카범’ 소탕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17 14:38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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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버닝썬 사건 연상케 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과정 코믹하게 담아

기존 형사버디물과 달리 여성 내세워… 남녀 대결 구도는 아쉬움

서로 앙숙 관계인 올케와 시누이 콤비를 내세운 이번 작품은 디지털 성범죄를 소탕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린다. 사진은 극중 주인공인 '미영'을 연기한 라미란(왼쪽)과 '지혜' 역을 맡은 이성경의 모습.
서로 앙숙 관계인 올케와 시누이 콤비를 내세운 이번 작품은 디지털 성범죄를 소탕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린다. 사진은 극중 주인공인 '미영'을 연기한 라미란(왼쪽)과 '지혜' 역을 맡은 이성경의 모습.

지난 3월 21일 인기가수 정준영이 구속된 이후 최종훈 등 일명 ‘승리 단톡방’ 멤버들이 잇달아 구속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젊은 남녀들이 많이 가는 클럽 등에서 여자를 꼬드겨 만취하게 한 후 관계를 맺고 불법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단톡방을 통해 돌려봐 공분을 사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 마치 이 사태를 정확히 예견한 듯한 ‘걸캅스’가 개봉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은 48시간 후 업로드를 예고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막기 위해 올케와 시누이 콤비가 벌이는 비공식 수사를 그린다. 해당 영화는 3년 전 기획됐고 1년 전부터 촬영을 진행했지만 버닝썬 사건 등 현재 우리나라를 들끓게 한 주요 사건을 고스란히 담아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1990년대 큰 활약을 펼친 전설의 형사 ‘미영’(라미란 분)이 민원실 퇴출 0순위 주무관으로 등장하는 데서 시작한다. 민원실로 쫓겨 난 것도 서러운 미영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꼴통 형사이자 앙숙 관계의 올케 ‘지혜’(이성경 분)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찍은 영상이 48시간 후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갈 것이라 예고하지만 형사들은 “이런 사이트 수만 개가 있어서 어차피 잡지 못한다”면서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다루는 경찰들에게서 부조리함을 느낀 미영과 지혜는 직접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미영과 지혜는 해킹과 욕설이 장기인 민원실의 또다른 주무관 장미(최수영 분)의 도움으로 비공식 수사를 이어간다. 세 사람의 공조가 시너지를 발휘할수록 수사망은 좁혀지고, 드디어 용의자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친다.

이번 작품은 코믹 액션을 표방하며 시종일관 유쾌한 톤으로 전개된다. 무엇보다 앙숙이면서 올케 시누이 사이인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가도 범죄 해결을 위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비판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매직 퍼퓸’이라 불리는 마취 성분이 든 신종 마약이 클럽을 배경으로 유통되고 이로 인해 여성들이 불법 영상 촬영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경찰들은 실적이 크게 잡히지 않고 범인을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한다. 이를 악용한 가해자들은 오히려 당당하게 활개 치고 다닌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풀지도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하게 된다. 

작품은 피해자의 울분과 관객의 답답함을 두 배우의 화끈한 액션으로 해소시켜 준다. 라미란이 맡은 미영은 레슬링을 전공한 운동특기자로 특채된 인물이다. 유도, 레슬링을 연상케 하는 액션은 라미란 캐릭터와도 어우러지며 호쾌함을 선사한다. 영화 초반부 라미란의 추격 장면은 홍콩배우 양자경의 대표 액션 ‘예스 마담’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 향수를 자극한다. 

이번 작품은 두 명의 캐릭터가 좌충우돌 악인을 소탕하는 형사 버디물의 공식을 따른다. 도와주지 않는 경찰 본부와 다소 엉뚱하고 무모한 작전을 실행해 나가는 2인조, 사건 후반부에 협력하는 경찰과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은 영화 ‘투캅스’와 ‘청년 경찰’ 등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남성 중심의 기존 수사물과 달리 여성 콤비를 내세워 기존 작품들과 다른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두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사람들을 모두 남성으로 설정한 것은 아쉽다. 기존 형사 버디물은 성별을 떠나 매력적인 악당이 등장했다면 이번 작품은 철저히 남녀의 대결구도로 몰아간다. 핵심 조력자들 모두 여성이어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미란의 연기력 덕분에 영화는 큰 재미를 보장한다. 그는 생애 첫 주연으로 나서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또 지혜를 연기한 이성경도 불의에 욱하고 달려드는 열정적인 모습과 사건에 대해 터트리는 울분까지 진심을 다해 표현해냈다. 더욱이 라미란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환상적인 앙상블을 완성했다. 

조연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수영은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서는 볼 수 없던 구수한 욕설을 구사하는 반전 코믹 연기로 극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여기에 하정우, 안재홍, 성동일 등의 특별출연 역시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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