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예 축제 ‘공예주간’ 성황리 열려…전통 계승해 승화시킨 한국 공예의 진수 선보여
국내 최대 공예 축제 ‘공예주간’ 성황리 열려…전통 계승해 승화시킨 한국 공예의 진수 선보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24 13:51
  • 호수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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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전국 360여 공방‧화랑 참여… 전시‧체험‧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무형문화재‧현대공예가 참여한 ‘공예실천’ 전 눈길… 공예장터도 인기

국내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및 현대공예가들이 총출동한 이번 공예주간에서는 우리나라 공예의 현주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공예실천’ 전이 진행 중인 KCDF갤러리의 모습.
국내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및 현대공예가들이 총출동한 이번 공예주간에서는 우리나라 공예의 현주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공예실천’ 전이 진행 중인 KCDF갤러리의 모습.

지난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는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킹덤’이 상영되고 있었다. 조선을 배경으로 좀비를 다룬 이 드라마가 공개되자 외국에서는 내용보단 소품인 ‘입자’(笠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 영상과 함께 외국 시청자들에게 “오 마이 ‘갓’”이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 입자 즉, 갓도 소개됐다. 무형문화재 박창영-박형박 부자에 손에서 탄생한 갓은 공예 특유의 멋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전통 공예와 이를 창의적으로 계승한 현대 공예 작품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공예 축제인 ‘공예주간’이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한 이번 축제는 전국 360여 개 공방과 화랑, 문화예술기관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지난해 처음 열린 행사는 서울 및 수도권 일대 158개소에서 진행됐지만 20만 명이 행사에 참여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올해에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도 지난해 4억3000만원에서 10억3000만 원으로 대폭 증액했고 전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올해 공예주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서울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진행된 ‘공예실천, the praxis’ 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무형문화재 김봉룡‧이형만‧이광웅(나전), 박창영‧박형박(입자), 심용식(창호), 유근형‧유광열(청자), 김백선‧조석진(소목), 정해조(옻칠)를 비롯 현대공예가 강준영, 손단비, 신미경, 신유라, 안지만 등 총 25명 작가가 참여해 공예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 전시는 공예주간이 끝난 뒤에도 6월 8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에서는 단절된 과거에 버려진 것이 아닌 우리 삶에 스며든 공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과자 포장지나 폐기된 신용카드들, 낡은 그릇이나 도자기 그릇들을 자르고 부숴 새로운 공예품으로 탈바꿈시켰고 손이 아닌 컴퓨터나 디지털프린터로 만들어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 공예품들도 함께 소개한다.

영국 대영박물관 내 한옥사랑방의 창호를 만든 소목장 심용식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중요 궁궐과 사찰에 사용된 창호 500여개를 만들기도 했던 심용식 장인은 이번 전시에서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짜맞추는 기법을 사용해 어울림과 편리함을 모두 갖춘 아름다운 창호의 제작 과정을 보여줬다.

경기 여주도자세상에서 열린 도자기 시연프로그램.
경기 여주도자세상에서 열린 도자기 시연프로그램.

올해 2월 타계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우리나라 도자공예부문 명장으로 뽑힌 유광열·유근형 작가가 함께 만든 청자 작품도 흥미로웠다.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를 미니어처로 만든 뒤 고려청자 빛깔을 재현한 유색을 입혔는데, 고유한 소재와 색, 장식적인 디자인이 오묘한 조화를 이뤘다. 

또 태피스트리 수작업으로 초코파이 포장지와 보일러 기계들을 뜬 손단비, 권위를 상징하는 조각상을 쉽게 녹고 사라지는 연약한 재료인 비누로 복제한 신미경, 쇳물 대신 초콜릿을 부어 ‘못 먹어요’라는 언어유희가 담긴 작품을 만든 이윤정 등 젊은 공예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이와 함께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5월 26일까지 열린 ‘공예×컬렉션: 아름답거나+쓸모있거나’는 생산자 입장에서 벗어나 쓰임과 향유의 경험을 중시하는 공예를 조명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한복려 궁중음식문화재단 이사장(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등 공예품 애호가 26명의 특별 소장품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외에도 부산, 광주, 창원, 청주, 강릉 등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 전시, 체험, 판매,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해 문화역서울284에 열려 호평 받은 직거래장터 ‘마켓유랑’은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자리를 옮겨 5월 25, 26일 이틀간 진행됐다. 올해에도 공예와 생활문화 관련 품목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또 전통천연염색법을 계승하고 있는 전남 나주시에서는 한국천연염색박물관 등지에서 염색 체험, 플리마켓 등을 진행했다. 젊은 도예인들이 합심해 만든 충남 공주시 계룡산도예촌에서는 세계 철화분청사기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와 저렴하게 도자기를 구매할 수 있는 장터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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