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져보고 느끼고… 체험형 전시‧공연이 뜬다
직접 만져보고 느끼고… 체험형 전시‧공연이 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5.31 15:03
  • 호수 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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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연계 달라지는 풍속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반 고흐를 만나다’ 전     고흐의 방 재현, 복제작 자유롭게 만지고 촬영도 가능

뮤지컬 ‘푸에르자 부르타’  관람석‧무대 경계 없애… 관객들도 공연에 함께 참여

최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만져보며 작품에 보다 친밀하게 다가가는 체험형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계에서 관객참여형 연극과 뮤지컬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우정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의 전시 풍경.
최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만져보며 작품에 보다 친밀하게 다가가는 체험형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계에서 관객참여형 연극과 뮤지컬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우정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의 전시 풍경.

지난 5월 27일, 서울 중구 우정아트센터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에선 놀랄 만한 풍경이 벌어졌다.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를 사진으로 찍는 것도 모자라 손으로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고 되레 줄을 지어 서로 만지려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해바라기는 진품이 아니다. ‘릴리보그래피’라는 3D 기술로 복제한 작품이었다. 관람객들은 원작과 똑같이 재현한 작품을 만지며 고흐가 표현하려 했던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했다.

최근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체험형 전시‧공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대여해 진행되는 전시의 경우 훼손의 우려 때문에 사진조차 찍으면 안 된다. 공연 역시 객석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과 카메라 셔터음‧플래시 등이 배우나 무용수의 연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저히 통제돼 왔다. 이로 인해 침묵 속에서 단순히 감상하기만 해야 하는 전시와 공연에 대해 지루하고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기존 작품을 첨단 기술로 재현해 자유롭게 찍거나 만져볼 수 있는 컨버전스아트 전시가 인기를 끌고 직접 작품에 끼어들 수 있는 체험형 작품 등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딱딱한 전시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에서는 고흐가 사용하던 방을 실제크기로 재현해 침대에 누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했고 그가 생전에 거닐었던 카페와 마을, 집 등을 직접 돌아볼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끈다. 실제 크기의 짚단과 수레 속에서 반 고흐의 삶을 느껴볼 수 있는 동시에 분위기 있는 사진도 남길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이 후지필름과 협업해 개발한 3D 프린트 특허 기술로 한정 복제된 고흐의 명작 9점을 직접 보고 만지며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게 했다. 

고흐가 사용했던 원근틀을 사용해 직접 그림을 그려보며 원근법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한 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에 캔버스에만 그려져 있던 그림을 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컨버전스 아트를 활용한 전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컨버전스아트는 본다빈치가 선보인 것으로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작품을 자유롭게 촬영하면서 또 작품에 직접 들어갈 수 있어 체험형 전시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반고흐: 10년의 기록’, ‘헤세와 그림들’, ‘모네, 빛을 그리다’, ‘헬로아티스트’ 전 등을 흥행시킨 본다빈치는 서울, 부산 등에 전용관을 열고 ‘누보르망 삼국지’, ‘감성사진관’ 전을 열며 지속적으로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시니어 대상 체험형 전시도 등장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이색적인 체험형 전시도 등장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인근 시니어 센터와 연계해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용·음악·연극 등의 요소를 가미해 현대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립 도봉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은주) 이용 어르신들을 초청한 후 ‘소프트 카오스: 공간 상상’ 전과 연계해 김선주 무용가가 시니어 무용 프로그램 ‘몸으로 그리는 그림’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신체 움직임을 시각예술에 접목시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초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36개국, 63개 도시에서 6300회 이상 공연되며 큰 사랑을 받는 ‘푸에르자 부르타’(잔혹한 힘)도 국내에 상륙, 공연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과 빌딩숲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고정관념을 깬 특수장치와 파격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댄서들이 등장해 물건을 부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마다 관객은 열광한다. 

8월 4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FB씨어터에서 진행되는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람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음에 먼저 놀란다. 예측 불가능한 장소에서 나타나는 배우들은 와이어에 매달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비닐장막을 횡단하고 천장에 달린 수조 속에선 여인들이 모여 물장구를 치는 처음 보는 광경에 다소 놀라는 관객들도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흰 천막이 관객들의 머리 위를 덮으면 다 함께 양팔로 천을 들어 퍼포먼스의 일부가 되고, 절정의 순간에는 항상 흰 종이조각이 폭죽처럼 휘날리며 공연장은 축제장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물이 튀며 흠뻑 젖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불쾌한 내색은커녕 더욱 열광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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