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청년들마저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고 있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청년들마저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고 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6.07 11:12
  • 호수 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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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지인 한 명이 최근 3인조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피해를 당할 뻔 했다. 60초반의 주부인 지인은 스마트폰으로 홈쇼핑을 즐긴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수만원대의 소액 결제를 하고난 다음날 ‘11번가’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수십만원이 결재됐다는 메시지 내용을 보고 놀란 지인은 바로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했다. 

상담원이라고 밝힌 젊은 여자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거 같다. 경찰에 사고접수를 해줄테니 전화를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젊은 남자가 ‘경찰 안전지킴이’라고 자신을 밝힌 후 “사고 접수를 받았다. 재발사고가 없도록 스마트폰에 어플을 깔아 줄테니 시키는대로 따라하라”고 했다. 지인은 “이 과정이 길고 복잡했다”고 기억했다.

그러고 나자 이 남자는 금융감독원에서 전화가 갈 거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또 다른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금융감독원이라고 밝히며 “중국으로 1억6000여만원의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다, 다른 적금통장이 있느냐, 통장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전화를 끊겠다고 하자 상대방은 “지금 수사에 들어갔는데 겁도 없이 전화를 끊으면 큰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지인이 무시한 채 전화를 끊고 바로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보이스피싱을 당하기 직전 다행히 낌새를 눈치 채 금전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결국 지인은 원격조종 당한 스마트폰을 새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경기가 이어지고 실업난이 가중되자 젊은 남녀들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넉 달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9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피해액이 444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급등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수, 의사, 기자 등 사회 지도층도 당하는 실정이다.

보이스피싱 수법도 지능화돼 옌벤 지역 사투리로 자신을 검사라고 사칭하는 건 옛말이 됐다. 휴대전화를 원격조정 해 없는 돈까지 대출 받아 갈취한다. 올해 들어 위에 언급한 지인처럼 제주에서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휴대전화 원격조종이 가능한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대출금 및 예금 등 총 1억9900만원을 편취한 사례가 발생했다. 제주의 경우 ‘416달러 해외 결제’라는 허위 결제승인 문자메시지가 범죄의 시작이었다. 

“이런 결제를 한 적이 없다”고 발신 전화로 전화를 하자 카드사 상담원을 사칭한 상대방은 “그러면 경찰에 신고접수를 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그 다음에는 경찰서라며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금감원 직원이 연락할 것”이라는 안내가 이어졌고 곧장 전화를 걸어온 금감원 직원은 “계좌가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으니 조치가 필요하다”며 “앱 하나를 다운로드하라”고 했다. 피해자는 의심 없이 ‘퀵 서포트’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사기범은 휴대전화를 원격조종해 현금서비스, 대출을 받아 손쉽게 돈을 빼돌렸다. 

소셜네트워크(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온라인 메신저에 접속해 지인이라고 속여 돈을 빼앗는 메신저 피싱도 극성을 부린다. 피해 건수가 지난해 9601건으로 전년보다 6배가 늘었다.

예방법은 “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하라”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3대 원칙이다. 여기에 ‘설치하지 마라’가 추가됐다. 자금이체나 계좌 비밀번호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정부기관을 사칭해 본인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안전한 곳으로 돈을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갖고 있는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줄테니 예치금을 먼저 보내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채용 됐다며 은행계좌, 비밀번호,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것도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급여계좌 등록은 실제 취업 이후 출근 시에 이뤄지는 절차다. 

대한노인회는 노인지원재단을 통해 보이스피싱 등 방송통신피해 예방교육을 4월~11월 사이에 실시하고 있다. 전국의 지회장 등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강사교육을 받고 경로당을 순회방문하며 예방 교육을 해오고 있다. 이런 교육을 빠짐없이 듣고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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