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안데르센, 코펜하겐 1819’ 전…200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 재현
서울역사박물관 ‘안데르센, 코펜하겐 1819’ 전…200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 재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07 13:59
  • 호수 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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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한-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전… 동화 쓰던 뒷골목 창고방 볼 수 있어

안데르센이 만들던 종이인형으로 꾸민 왕립극장, 응접실 등 눈길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통해 200년전 덴마크 코펜하겐의 모습을 재조명한다. 사진은 안데르센 흉상(오른쪽 아래) 등이 설치된 전시장 모습.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통해 200년전 덴마크 코펜하겐의 모습을 재조명한다. 사진은 안데르센 흉상(오른쪽 아래) 등이 설치된 전시장 모습.

1819년 덴마크 오덴세에 살던 14세 소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왕립극장이 있는 코펜하겐에 입성한다. 현재는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당시에는 이틀이나 걸리는 먼 거리였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발음이 좋지 못했고 결국 배우가 되지 못했다. 절망한 안데르센은 자살을 고려할 정도로 괴로워하지만 이내 자신이 글쓰기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불세출의 동화작가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런 안데르센과 그가 활동하던 코펜하겐을 조명하는 전시가 7월 14일까지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덴마크 외교 수립 60주년 안데르센의 코펜하겐 입성 2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안데르센, 코펜하겐 1819’ 전에서는 ‘인어공주’, ‘장난감 병정’, ‘미운 오리 새끼’ 등 우리에게 친숙한 안데르센의 동화를 통해 19세기 코펜하겐을 되돌아본다.

먼저 전시장 로비에서는 덴마크 오덴세시립박물관의 분관 중 하나인 안데르센의 생가를 80%로 축소해 재현한 공간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안데르센의 대표적인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 그가 만들었던 종이 인형 만들기, 극장 속에 들어가 인증샷 찍기 등 체험을 통해 동심으로 돌아가볼 수 있다.

이어 전시실에 들어서면 안데르센이 코펜하겐으로 입성했던 코펜하겐의 서대문(Vesterport)을 재현한 공간과 마주한다. 19세기 중반 도시를 확장하면서 서대문은 없어졌지만, 당시 열네 살 소년이 희망을 안고 들어섰을 그 성문을 재현해 당시 안데르센의 부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본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안데르센이 경험하였던 코펜하겐의 최하층민의 삶을 보여주는 코펜하겐의 어두운 뒷골목이다. 또 하는 안데르센 작품의 영감이 된 장소인 니하운, 왕립 극장 그리고 부르주아 응접실이다.

당시 코펜하겐은 이미 두 차례 전쟁을 겪은 데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의 편에 섰다가 프랑스가 패하면서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일푼으로 상경한 시골 소년 안데르센은 숙박업소와 매춘가로 유명한 홀멘스게이드의 창고방에서 하숙을 하며 어렵게 지냈다. 이때 코펜하겐 최하층민의 삶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19세기 코펜하겐의 거리와 시민들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
19세기 코펜하겐의 거리와 시민들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

전시장에는 안데르센이 처음으로 살았던 홀멘스게이드 8번가의 창고방을 오덴세시립박물관 보존과학자 피터 린드(Peter Lind)의 묘사도를 바탕으로 재현했다. 지금의 고시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겨우 몸을 뉘일 만한 이 공간에서 수년간 살았던 안데르센은 배우의 꿈은 접었지만 작가로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현재도 코펜하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니하운(Nyhavn,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덴마크어)은 안데르센에게 꿈의 장소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안데르센은 물을 좋아해 자신을 물에 비유하거나 물을 동화의 소재로 삼기도 하였는데 1837년 발표된 동화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이 겪었던 짝사랑의 경험을 물을 소재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전시에서는 당시 니하운을 상징하는 건물들과 반짝이는 니하운의 물결을 재현했다. 또한 안데르센의 마지막 보금자리였던 니하운 18번지 아파트를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왕립극장과 부르주아 응접실을 재현한 공간도 인상적이다. 19세기 초 덴마크는 경제적으로는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문화적으로는 부흥기를 맞았다. 안데르센을 비롯 예술가들을 대거 배출하며 ‘덴마크 황금시대’를 연 것. 이때 성공한 예술가들은 상류층으로 대접받았다. 이 예술가들이 몰렸던 왕립극장 역시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전시에서는 안데르센이 당시 직접 만들던 종이인형을 재현해 왕립극장을 꾸몄다. 안데르센은 배우가 되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이 수많은 무대에 올라 사랑받게 된 것에 만족한 듯 종이인형들의 표정은 익살스럽다.

당시 부르주아 응접실은 안데르센과 같은 예술가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토론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소였으며, 덴마크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전시에서 이 응접실을 재현하며 안데르센 동화집에 수록된 삽화들을 함께 소개해 관람의 재미를 높였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19세기 코펜하겐의 항구와 골목길을 배경으로 안데르센이 전하고자 했던 꿈과 희망과 도전을 공감하고 추억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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