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내부통제시스템 '허점'투성이…해외직원 수십억 챙겨도 수년간 ‘깜깜이’
LG전자 내부통제시스템 '허점'투성이…해외직원 수십억 챙겨도 수년간 ‘깜깜이’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06.1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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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3년 만에 사태 파악…민사소송으로 수사 지지부진
사건 은폐 의혹…주주에 피해 사실 공시 관련 "공시대상 아니다"해명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지난 2008년 당시 LG전자 직원들이 해외 유령 법인을 설립해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정작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관리 감독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LG전자 직원이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수년 동안 회삿돈을 빼돌리고 그것도 모자라 LG전자의 ODM 업체로 선정되게 해주겠다며 업체들에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LG전자는 피의자가 한참 돈을 빼돌리고 3년 후에나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해 회사의 소극적인 사후 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LG전자는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진행해 피해 규모 파악은 물론 피해금액 회수조차 불투명해졌고 사건은폐 의혹마저 불거졌다. 범행 당시 피의자를 승진까지 시켰다는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승진기준은 물론 LG전자의 총체적인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G전자는 내부 직원의 회삿돈 탈취가 벌어지고 3년 후에 이 사실을 인지하는 등 총체적인 내부 시스템에 교란 조짐이 보인다.(사진=픽사베이)
LG전자는 내부 직원의 회삿돈 탈취가 벌어지고 3년 후에 이 사실을 인지하는 등 총체적인 내부 시스템에 교란 조짐이 보인다.(사진=픽사베이,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슴)

홍콩에 뜬 LG ‘김선달’, 유령 납품회사로 ‘통행료’ 챙겨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LG전자의 전 해외 주재 직원이 홍콩 현지에 유령법인을 설립해 부품 공급 과정에 개입하면서 ‘통행세’를 챙기는 수법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수년 동안 수백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LG전자는 중국에 있는 부품 제조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매입해 ODM(제조자 개발생산) 업체에 완제품을 생산하게 하는 공정이었다.

A씨는 2008년부터 본사 동의를 받지 않고 유령법인을 신설했다. 부품업체와 LG전자의 ODM 업체 사이에서 부품단가를 부풀린 견적서를 LG전자 ODM 업체에 제시해 차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LG전자가 부품 생산법인을 직접 설립해 ODM 업체와 직거래하도록 내부규정을 바꿨고, 다시 부품업체가 ODM업체와 직거래하도록 규정을 바꾸자 A씨는 이를 적극 이용하기로 한다. 부품업체와 ODM업체 사이에 임의의 법인 Y사를 그사이에 ‘제품 구매사’ 명분으로 끼워 넣었다.

A씨는 부품업체들에 "Y사는 LG전자와 같은 회사"라고 거짓말을 퍼트렸고 “LG전자가 Y사를 제품 구매사로 선정했다”는 거짓 공문까지 발송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A씨는 2010년 중순부터 LG전자 ODM 업체로 선정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리베이트를 챙기기도 했다. 여기에 LG전자 동료인 B씨도 가담했고 ODM 업체 선정에 개입했다.

A씨는 ‘통행세’와 리베이트를 세탁하기 위해 Y사에 지인 C씨를 입사시켜 또 다른 지인 계좌에 송금한 뒤 다시 받아냈다.

A씨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약 3년 동안 범행을 저지르면서 LG전자의 오디오 관련 제품 중 ODM 업체를 통해 생산한 수량은 약 111만개였다. 이중 74만개 이상이 Y사에서 납품한 부품을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A씨는 LG전자로부터 140만 달러의 '통행세'를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

형사소송하지 않는 LG전자, 직원 ‘봐주기’ 논란

LG전자는 사건이 발생하고 3년 후인 2014년에 이 사실을 인지한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수백만 달러를 부당하게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입힌 직원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피해규모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형사소송보단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LG전자는 사건발생 파악 후 회삿돈 탈취 혐의를 받는 직원 A씨와 B씨,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수원지방검찰청은 A씨를 포함 범죄 혐의를 받는 B씨와 C씨 마저 전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LG전자가 피해 복구를 위해 제기한 민사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형사소송의 경우 경찰, 검찰 등이 압수수색을 비롯해 계좌거래, 통화내역 조회 등 강제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피해 규모를 알 수 있고 이것을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라면 민사소송 이후에 LG전자는 A씨 등을 형사 고소할 수도 있었다. LG전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A씨 등이 불법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토대로 형사 고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LG전자는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만큼, 현 단계에서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언론을 통해 해명한 바 있다. 

민사재판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LG전자가 입은 손해의 액수는 재판부가 인정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았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정확한 피해 규모를 현재 수사 강도로는 알아내기 어렵다는 것.

LG전자는 이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도 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A씨 등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내부감사를 했다. 하지만 LG전자는 감사 결과를 공시를 통해 주주들이나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사건 은폐와 축소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또 A씨가 유령회사를 통해 회삿돈을 탈취할 당시 승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LG전자의 승진 평가 기준도 문제 로 대두되고 있다. 

LG전자는 형사고소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형사고소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고 있다.

LG전자, 형사고소하지 않은 이유? “노코멘트”

이와 관련해 13일 LG전자 관계자는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2010년 정기인사 시 연차에 맞춰 진급한 것으로 2014년 부정비리 조사 중 진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사건 미공시에 따른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건은 공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의 답변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포착된다. 부정비리 조사 중 진급한 것이 아니라도 어떤 기준으로 진급을 할 수 있었는지, 회삿돈을 빼먹은 만큼의 손실비용 출혈이 있었을 텐데 어떤 성과가 있었냐는 것이다. 또 LG전자가 손실을 복구하지 못한 만큼 주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이 사건이 공시대상이 아니라는 해명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백세시대]는 LG전자에 △형사고소하지 않은 이유 △사건 파악이 늦은 이유 △비리 발생 후 감사실의 역할과 사후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LG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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