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018 노인학대 현황’ 노인학대 10건 중 9건은 가정에서 발생
복지부, ‘2018 노인학대 현황’ 노인학대 10건 중 9건은 가정에서 발생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06.21 13:48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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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조종도기자]

학대사례 5000건 처음으로 넘어서…전년보다 12% 증가

복지부 ‘나비새김’ 캠페인 “학대 관련 국민인식 개선할 것”

6월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나비새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6월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나비새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 모 어르신은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아들의 폭행 때문에 3년 넘게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온몸이 멍투성이인 채로 견디다 못해 노인보호기관 쉼터로 피신한 김 어르신은 이런 상황에도 아들의 학대를 고발하기 꺼려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착한 애”라고 두둔하기까지 한다.

김 어르신처럼 학대받는 노인이 지난해에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10건 중 9건은 가정에서 발생했고, 학대자 4명 중 1명은 아들이었다.

보건복지부는 6월 14일 이같은 내용은 ‘2018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신고접수 및 상담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5482건으로 전년(1만3309건)보다 16.3% 증가했고, 그 중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총 5188건으로 12.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사례가 한 해 5000건을 넘긴 건 사상 처음이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42.9%)가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37.3%), 방임(8.8%), 경제적 학대(4.7%) 등의 순이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는 자기방임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노인학대사례 중 89%가 가정 내 학대이고, 그 외 생활시설(7.3%)과 병원(1.3%) 등에서 발생했다. 치매노인에 대한 학대는 1207건으로 전체의 23.3%였고,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학대도 2051건(36.2%)으로 많았다. 

그간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지속적 확충과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등을 통해 은폐되었던 노인학대 사례의 신고·접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수년간 똑같아 당국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가정 내 노인학대를 사회, 국가의 문제로 봐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미흡한 것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노인학대 조기발견 및 재학대 방지를 위해 노인학대 예방과 노인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향후 10개소 더 늘리고, 재학대 방지를 위해 사후관리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3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노인학대 예방활동 표어 ‘나비새김’을 선포했다. 나비새김 표어는 “학대로 인해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어르신의 반쪽날개를 이어주세요, 어르신의 마음을 채워주세요,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세요”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나비새김’ 캠페인 등 다양한 대국민 인식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노인보호전문기관 종사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노인보호전문기관 김선희 관장이 국민포장을 수상하는 등 노인인권 유공자들이 정부포상(6명) 및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37명)을 받았다.

박능후 장관은 “국민들이 주변 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가정, 시설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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