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야수파 걸작전’…강렬한 원색, 표현의 혁명이 만든 20세기 미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야수파 걸작전’…강렬한 원색, 표현의 혁명이 만든 20세기 미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6.21 15:30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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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현대미술에 큰 영향 끼친 야수파‧입체파 회화 등 대표작 140여점 

아시아 최초 전시하는 ‘빅 벤’, 블라맹크의 ‘샤투의 밤나무’ 등 눈길

이번 전시에서는 아름답게 표현하는 기존 미술계의 경향을 깨고 20세기 미술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야수파와 입체파를 조명한다. 사진은 야수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앙드레 드랭의 ‘빅 벤’.

“그동안 런던은 많은 화가들이 예쁜 그림을 그리기에 제격인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드랭’에게 ‘새로운 시대’를 그려 달라 주문했다.” 1900년대 초 유럽 최고의 화상(畵商) 중 한 명이었던 앙브루아즈 볼라르(1868~1939)는 당시 촉망받던 화가 앙드레 드랭을 찾아가 그림을 주문한다. 이후 1906년 런던을 다녀온 드랭은 대표 명소인 빅 벤을 그려 그에게 건넸다. 의뢰한 대로 작품은 생소했다. 벽돌로 쌓아 올린 시계탑과 그 앞을 흐르는 강 등을 온통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 작품 ‘빅 벤’은 ‘야수파’의 걸작으로 현재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다. 

20세기 현대미술을 열어젖힌 야수파와 피카소를 중심으로 전개된 입체파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15일까지 진행되는 ‘혁명, 그 위대한 고통-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야수파 걸작전에서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총 140여 점을 공개한다. 프랑스 트루아 현대 미술관 소장품들로 전체 보험평가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전시는 야수파라는 이름이 탄생한 1905년 ‘살롱 도톤느’(가을전람회)의 ‘7번방’을 재현한 공간에서부터 본격 시작한다. 드랭과 함께 야수파의 창시자로 꼽히는 앙리 마티스(1869~1954)는 1905년 살롱 도톤느를 열고 전시실 중 하나인 ‘7번방’에 거친 붓 터치에 타오를 듯한 강렬한 색채를 담은 7명의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놓았다. 당시 비평가들은 강렬한 원색의 물감 덩어리와 거친 선이 난무하는 충격적인 회화를 보면서 ‘야수’라 조롱했는데 여기서 ‘야수파’가 탄생했다.

야수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은 첫 아시아 나들이에 나선 ‘빅 벤’이다. 1900년대 초 예술가들은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중심에 선 런던, 그중에서도 템스강의 빅 벤을 화폭에 담는 것이 유행이었다. 인상주의 화가인 클로드 모네 등이 빛과 안개를 동원해 그린 아름답게 그린 풍경이 사랑받던 시기였다. 이때 드랭은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했다. 쏟아지는 태양으로 시대의 에너지를 표현했고, 시계를 강조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담아냈다.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예고하는 빅 벤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드랭의 또 다른 작품 ‘하이드파크’(1906)도 야수파의 특징인 강렬한 보색과 과감한 붓터치를 보여준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샤투의 밤나무’(1906)에서는 “색채로 숲 전체를 모조리 태워 버리겠다”고 선언한 작가의 거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또한 키스 반 동겐, 모리스 마리노 등 야수파의 다채로운 면면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놓쳐선 안 된다.

전시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역시 20세기 미술을 뒤흔든 입체파다. 야수파에 이어 등장한 입체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작가가 ‘생각하는 것’을 캔버스에 표현하며 주목받았다. 야수파처럼 처음에는 평단과 대중에게 질타를 받았다. 평론가들은 ‘괴상한 사각형’을 잔뜩 그려놓았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입체파의 창시자인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상을 조각내 재구성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대상을 모든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봐야 비로소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품세계를 전개했고 현재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입체파 섹션에서는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복제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원작이 전하려는 정신은 충분히 담고 있다.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을 비롯 로베르 들로네의 ‘경주자들’(1924), 로제 드 라 프레네의 ‘대기 정복’(1913)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에 소개된 몇 안 되는 원본 중 하나인 피카소의 ‘미치광이’는 화가가 아닌 조각가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 전시와 달리 브루아즈 볼라르, 다니엘 헨리 칸바일러 등 당대 유명 화상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대중으로부터 혹평 받은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을 바로 구입한 스타인 일가처럼 이들 화상의 감식안이 현대미술을 견인하는 주요한 동력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조형적 원리가 된 아프리카 원시미술을 소개하는 공간도 소개해 회화의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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