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호 대한노인회 충북 옥천군지회장 “지회장 연임, 대통령 표창… 평생 가장 기쁜 일”
임계호 대한노인회 충북 옥천군지회장 “지회장 연임, 대통령 표창… 평생 가장 기쁜 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6.28 15:03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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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6·25 참전용사… 신의주 부근 갔다 중공군에 밀려 이틀 만에 상주로 후퇴 

지회 사무실 100평으로 늘려… 경로당 회장, 분회장 시절에도 사무실 마련 

대한노인회 245개 지회 가운데 80대 후반에 재임에 성공한 지회장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임계호(89) 충북 옥천군지회장은 2017년 12월, 치열했던 경선을 거쳐 지회장에 부임했다. 임 지회장은 ‘생애 잊지 못할 일들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지회장 연임과 대통령 표창 수상”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당선의 기쁨이 컸다고 한다. 

지난 6월 중순, 충북 옥천읍 삼양리에 위치한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임 지회장을 만나 그간의 공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임 지회장은 이날 오전, “6·25 전쟁 69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6·25 참전용사라고.

“전쟁이 나자 징집 당해 제주에서 96일간 혹독하게 훈련 받고 전장에 투입됐다. 미9군단 사령부 240미리 포대에 있었다. 포대는 일선에는 안 나가고 뒤에서 지원하는 부대이다. 전쟁 이듬해 4월, 신의주 구성이란 곳까지 밀고 올라가 진지를 구축하던 중 국경 넘어 쳐들어오는 중공군에 밀려 포 한방 쏘지 못한 채 후퇴했다.”

임 지회장은 이어 “미군과 함께 이틀 만에 경북 상주까지 후퇴했다 다시 북진해 38선 부근에서 전투 중 부상을 당해 육군병원에서 1년 넘게 치료 받고 제대했다”고 덧붙였다.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을 어떻게 보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전방에 초소를 없애 경계를 못해 그런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한다.”

옥천군 전체 인구는 5만1000여명, 노인인구는 1만4200여명이다. 옥천군지회는 9개 분회, 301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1300여명. 

-옥천 자랑이라면.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의 생가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곳은 철봉산 아래 금강의 맑은 물이 흐르는 지역이다. 명당의 운을 받은 것 같다. 포도·복숭아 맛이 뛰어나 포도·복숭아축제가 열린다.” 

-경로당은 늘고 있는지.

“꾸준히 늘고 있다. 시설도 좋다. 군에서 새 경로당을 지어주고 낡은 곳은 리모델링을 해준다. TV, 냉장고는 물론이고 운동기구, 소파도 모두 갖춰 노인이 지내기에 쾌적하고 편하다.”

노인일자리의 하나인 급식 및 청소도우미가 경로당 식사와 청소를 해결해주고 있다. 회원이 많은 곳에는 급식도우미가 2명 배치된다. 아울러 고령자의 버스 승하차를 도와주는 버스탑승도우미도 20여명 활동하고 있다. 한달 50여만원이 지급된다.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에 150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임되고 2년이 지났다. 그간 어떤 일들을 했는지.

“가장 큰 일은 노인장애인복지관 별관에 지금의 사무실을 마련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 건물 옆에 있는 노인장애인복지관 내 협소한 곳이어서 프로그램 운영은커녕 직원들 운신조차 어려웠다. 10평도 채 못 되는 공간에서 지내다 별관을 건축, 2층(100평) 전체를 쓰게 돼 저를 비롯해 직원들이 만족해한다.” 

임 지회장은 “두 번째로 큰 사업은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이라며 “지회장 선거 때 군수하고 상의해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사무장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내세운 공약의 일부를 지킨 셈”이라고 말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렇다. 분회장 수가 적어 분회장 활동비는 도의회 의결을 받아 지난 1월부터 월10만원씩 지급하고 있지만 경로당은 수가 많아 회장들에게 지급을 못했다. 그런 걸 김재종 옥천군수가 꼭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추경예산에 넣어 5월부터 경로당 회장들에게도 월5만원의 활동비가 나가고 있다.”

-옥천군지회 경로당 현판은 어디를 가나 똑같다고 들었다. 

“군비 1000만원, 중앙회 1000만원 등 2000만원을 지원받아 경로당 현판을 일제히 정비했다.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중앙회에서도 관심을 보였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이 사업에 손을 댔다. 그 전까지 노인회관, 노인정 등 이름이 제각각으로 불렸다. 경로당으로 통일하고 두꺼운 나무로 규격화된 현판을 제작해 달았다.”

임계호 충북 옥천군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지회 입구에서 기념촬영했다. 임 지회장 오른편이 육심진 사무국장.
임계호 충북 옥천군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지회 입구에서 기념촬영했다. 임 지회장 오른편이 육심진 사무국장.

임 지회장은 이어 “노인 건강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보건소와 함께 금연경로당을 만든 것도 기억에 남는다”며 “거리에서 금연 캠페인도 펼치고 경로당에서 술·담배를 금지시켜 옥천군지회 경로당은 술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계호 지회장은 옥천군 출신으로 지방 공무원 생활을 20여년간 했다. 퇴직 후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옥천읍 옥각경로당 회장(10년), 옥천읍 분회장(4년)을 거쳐 2013년 옥천군지회장 선거에 단독출마, 무투표 당선됐다. 2017년 재선됐다. 경로당 현판 정비, 9988행복나누미·지키미 사업의 성공적 운영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10월, 노인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충북연합회 부회장으로 있다. 

-어떤 봉사활동이었나.

“노인장애인종합복지관이 들어서면서 수지침을 가르쳤다. 수지침을 배우다가 강사를 따라다니며 도와주는 일을 했다. 수지침은 바늘을 꽂는 것이 아니라 혈자리에 자석 따위를 붙이는 식이라 수월하다.”

-경로당 회장, 분회장 당시 한 일은.

“경로당을 2층으로 증축했다. 분회 사무실도 새로 얻어 소파, 집기 등을 내 손으로 넣었다. 분회 사무실은 군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스스로 마련한 것이라 대견하다는 느낌도 든다.” 

-지회장이 되려고 한 계기는.

“분회 일을 하면서 다른 이들도 (지회장)하는데 저도 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확 바꾸고 싶었다. 막상 들어와 보니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두 번째 지회장 선거가 치열했다고.

“상대후보는 군의회 의원 출신으로 선거 경험이 있고 저는 처음인지라 무척 긴장했다.”

-당선 비결이라도.

“비결은 따로 없고 노인회에 들어온 이후로는 누구에게나 친절봉사를 최우선으로 했다. 노인회를 발전시키려면 단합하고 화합해야 한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간담회 시 옥천문화전통체험관 건립 지원금을 받아낸 것도 당선 배경 중 하나다. 임 지회장은 “81억원의 예산 중 51억원은 도·군비가 확정됐지만 나머지 30억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노인의 날 즈음에 제가 청와대에 간다는 사실을 안 옥천군수가 대통령에게 부탁해보라고 해서 대통령과 단체 사진 찍는 틈을 타 사정을 했더니 들어주셨다. 그런 사적인 얘기를 할 장소가 아니었는데 그때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갈 정도”라며 웃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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