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아동 성범죄가 우려되는 세상
[백세시대 / 금요칼럼] 아동 성범죄가 우려되는 세상
  • 엄을순 문화미래 이프 대표
  • 승인 2019.06.28 15:19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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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귀여운 아이 보면

뽀뽀하고 안아주던 옛 어른들

그때는 ‘따뜻한 정’으로 여겨

그걸 노리는 성범죄 있는 만큼

이젠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아기가 하도 예뻐서 볼에다 뽀뽀해주고 엉덩이 좀 두드려줬더니 나를 잡아가더라고. 이제는 더는 예뻐해 주지도 말아야지.’

아동 성범죄자의 변명이다. 성범죄는 재발률도 매우 높다더니 첫 번째 피해자가 5살, 두 번째가 6살, 심지어 세 번째는 고작 4살 된 아이란다. 

전자발찌를 찬 그의 발바닥. 흡사 천년 묵은 거북이 등같이 거칠게 갈라져 있었고 나이가 예순은 족히 넘을 것 같아 보였다. 

설마. 할아버지가 아기 볼에 뽀뽀 좀 했다고 경찰이 잡아갔을까. 우연히 그의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인지 요양보호사인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어린 아기인 피해자를 방바닥에 눕힌 후 아기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간음하려 했었다고 한다.

완전 미친XXX이다. 그게 그가 아기 예뻐하는 방법인가. 수시로 예쁜 아기를 볼 때마다 그런 방법으로 예뻐한다고?  

성에 대한 욕구. 그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라 한다. 하지만 저 정도로 주체하지 못하는 욕구를 가졌다면 그건 분명 축복이 아니라 신이 내린 저주다. 아동 성범죄자 중에는 그루밍 성범죄자가 많다고 한다. 가꾸고 치장한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인 그루밍(grooming). 말 그대로 범행 전에 아이에게 열심히 공을 들인다는 의미이다. 

일단 범행 대상을 물색해 고른 다음, 아이와의 따뜻한 말을 건네며 신뢰를 쌓고, 아이에게 사탕이나 껌 등으로 유혹하고, 아이와의 자연스러운 접촉을 유도하면서 차츰차츰 성적인 관계로 만들어나간다는 방식이다.

1980년대 초였던가. 미국 서부 XY 대학에 있는 기혼자들을 위한 한 아파트촌에 웃지 못할 한 사건이 터졌다. 오랜 유학 생활 끝에 드디어 박사학위를 받게 된 한 유학생. 미국 구경도 시켜 드릴 겸 해서 귀국 전 한국에 계신 그의 부모님을 초대했다. 지금이야 TV만 틀면 우리말을 능숙하게 지껄이며 농담까지 해대는 알록달록 전 세계인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달랐다.

낯선 나라에 오신 환갑이 다 되신 그의 어머님이 네 살 된 옆집 남자아이를 만났다. 인형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가 너무 신기했던지 파란 눈도 꼭꼭 눌러보고 노란 머리카락도 만져보고 집게로 집어놓은 것 같은 높은 코도 눌러보고 하셨던 모양이다. 마침 길을 지나다가 이 광경을 본 그 아이의 아빠. 급히 경찰을 불렀고 서울에서 오신 어머님은 아동 추행범으로 몰려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다. 그때 학교 아파트 전체가 난리 났었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에서 오신 그 어머님은 아동을 성추행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 아이가 인형같이 신기하고 너무 예뻐서 호기심에 그저 만져보신 것뿐이다. 결국은 문화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하며 온 동네 학생들이 합심해서 변호했던 기억. 

그 덕에 그 어머님은 풀려나시고 얼마나 무서웠던지 부모님 두 분 모두 이틀 후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우리 어른들은 수시로 아이들을 성추행하며 살았다.

‘고추 얼마나 컸나 보자’하며 다 큰 아이의 바지 속에 손을 넣지를 않나. ‘찌찌는 좀 나왔나’ 하며 슬쩍슬쩍 어린 여자아이의 가슴에 손을 넣기도 하고. 길 가다가 귀여운 아이를 보면 뽀뽀하거나 안아주기도 하고 엉덩이를 두드려주기도 하고.

그때마다 질겁하며 도망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게 다 따뜻한 정이려니’했던 그 행동들. 지금 생각하니 많이 낯설다. 아동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하듯이 길가는 아이들을 예뻐했다가는 이제 성범죄자로 몰려 큰일 난다. 세월이 변해서인가. 나 역시 낯선 사람이 우리손녀 볼을 만지거나 손을 만지면 꺼림칙하고 불쾌하다. 그루밍 성범죄가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눈으로만 보시고 만지지 마세요’란 글귀는 아기들 티셔츠에도 필요한 것 같다. 그나저나. ‘아기를 예뻐해 주려고 볼에다 뽀뽀해주고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아기의 옷을 벗기고 바닥에 눕혀 몹쓸 짓까지 하려 했다’는 전자발찌 찬 그 아동 성범죄자.

그는 자기 손녀도 옷 벗기고 바닥에 눕히고 몹쓸 짓을 하면서 ‘예쁘다, 예쁘다’ 하려나. 이 정도의 성적 욕구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다. 화학적 거세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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