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상위권 김영하·조정래·베르베르 등 문학 부문 신작 돌풍
베스트셀러 상위권 김영하·조정래·베르베르 등 문학 부문 신작 돌풍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12 15:10
  • 호수 6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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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여행의 이유  20만권 팔리며 1위 독주…      유럽 도시 기행  아테네 등 4개 도시 이야기

천년의 질문  비자금 등 사회부조리 추적…   죽음  추리적 기법 죽음의 의미 탐색

tvN ‘알쓸신잡’을 통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김영하가 지난 6월 발간한 신작 수필집 ‘여행의 이유’가 두 달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며 판매부수 20만권을 돌파했다. 또 조정래의 신작 ‘천년의 질문 1‧2‧3’권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제2의 정글만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작가로 더 유명한 유시민의 기행문 ‘유럽 도시 기행’,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잘 나가는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등도 나란히 교보문고 등 주요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싹쓸이하며 모처럼 문학열풍이 일고 있다.

먼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그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냈다. 2005년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해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추방과 멀미’ 편,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편,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였던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하게 된 독특한 여행관을 담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편 등 9편의 이야기를 통해 매순간 여행을 소망하는 여행자의 삶, 여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또 여행은 과거와 후회, 미래의 걱정과 불안 등으로부터 멀어져 여행하는 동안에는 현재만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여행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 순간과 여행지에서 겪었던 경험들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행지에서의 감정과 경험뿐만 아니라, 그 맥락에 맞는 지식들이 함께 서술되어 있어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된다.

지식소매상을 자처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은 유럽 여행기를 펴냈다. ‘유럽 도시 기행 1’을 통해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하면서 인류 문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등 4개 도시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각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소개하고 파르테논, 콜로세오, 하기아 소피아, 에펠탑을 비롯한 주요 건축물과 명소, 거리를 밟으며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건을 들려준다. 여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고 들으며 얻은 생각과 느낌을 덧붙인다. 여행 일정과 경로, 각 지역 음식과 방문한 식당 이야기도 다뤘다. 

그가 한 도시를 여행한 기간은 4박 5일 안팎이지만 일정을 짜서 항공편과 숙소만 미리 잡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결정할 정도로 즉흥적인 여행을 즐겼다. 평범한 한국인 여행자 방식으로 여행했고, 그 눈높이에서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일반적인 여행책과는 차별화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유럽 역사를 되새기며 현재도 유효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가령 플라카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떠올리며 아테네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생각하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조정래가 오랜만에 선보인 소설 ‘천년의 질문’은 자본과 권력에 휘말려 욕망의 괴물이 되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이 재벌의 비자금 조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금력(재벌), 권력(국회의원), 사람의 욕망이 뒤엉킨 세상의 추악함이 드러난다. 기자, 재벌 회장, 재벌그룹의 사위,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 변호사 등 사회 군상의 대표적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얽히고설키며 드러나는 비자금, 사학재단 비리, 학연과 지연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부조리를 비판한다. 

조정래는 철저한 조사와 취재, 인터뷰 등을 통해 현실감을 높였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성한 취재노트만 130여 권에 이른다고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은 인기 추리작가인 ‘가브리엘 웰즈’가 죽음의 의미를 탐색하는 내용이다. 장편소설 출간을 앞둔 웰즈는 어느 날 ‘누가 날 죽였지?’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눈을 뜬다. 그리고 평소처럼 작업을 하러 비스트로로 향하던 중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병원에 간다. 그러나 의사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거울에 그의 모습도 비치지 않고,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그는 죽은 것이다. 

가브리엘은 자신이 살해됐다고 확신하고 용의자가 누구인지 생각한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인 뤼시 필리피니를 만난다. 이후 떠돌이 영혼이 된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뤼시는 이승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등으로 인기를 얻은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2년 등단 후 자신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1부 ‘나를 부른 이름’은 작가의 성장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 문학청년 시절, 성장기 환경에 대한 사연이 실렸다. 2부 ‘너와 부른 이름들’에서는 동료 문인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삶을 살핀다. 마지막 ‘우릴 부른 이름들’에는 문학 관련 글과 개인적인 경험담이 실렸다. 책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소설가로서의 얼굴, 소녀로서의 얼굴, 학생으로서의 얼굴, 딸로서의 얼굴, 아내로서의 얼굴, 시민으로서의 얼굴, 인간으로서의 얼굴 등 다양한 면모를 기록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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