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후송 역할 뿐” 해명불구…포스코 작업장 내 119, 사고 은폐 산실 주범?
“응급 후송 역할 뿐” 해명불구…포스코 작업장 내 119, 사고 은폐 산실 주범?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07.19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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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4명 사망…1500억여 원 안전예산 투입 무색
안전 ‘낙제점’ 최정우 회장 안전경영 유명무실론까지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과 추락사고로 포스코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노조의 지속적인 안전에 대한 투자와 예방대책 요구에도 회사가 묵살한 결과"라며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안전경영을 이행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올해만 4명이 사망한 포스코 사망사고의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리한 인력감축을 들고 있다. 여기에는 포스코 작업장 내 119가 사고 은폐 기능까지 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포스코의 ‘살인기업’ 이미지 불식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과 추락사고로 포스코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사진=연합뉴스)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과 추락사고로 포스코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사진=연합뉴스)

‘죽음의 사업장’ 포스코, 의문사까지 올해 4명 사망

지난 1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혼자 새벽 근무를 하던 A 씨의 사망 사고가 있었다. 1차 부검 결과 목과 가슴, 골반과 다리 등 온몸의 뼈가 부서진 다발성 손상이 발견됐다. 컨베이어 벨트 등 대형 설비에 몸이 끼여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망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 씨는 정년을 2개월 남겨 놓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B 씨가 근무를 마치고 회식에 참여한 뒤 잠이 들었다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B 씨는 평소 작업량이 과중하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과 15일에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의 추락사고가 있었다. 각각 난간대와 계단이 부서지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지난 2월에는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가 크레인에 끼어 숨졌고 지난달 광양제철소에서는 그라인딩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폭발로 숨졌다. 지난해에도 하청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관계자는 포스코의 잦은 안전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 하청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 무엇보다 포스코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 사내 119, 회사 불리한 내용 은폐 가능성 제기

이와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 사내 119가 포스코의 불리한 내용에 대한 은폐 기능을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포스코는 사고 발생 시 제철소 내 119에 우선 신고하게 돼 있는 구조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사외 119에 먼저 연락할 시 징계처분마저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 사고 제어를 회사가 우선 하려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사고 은폐 의혹과 119에 대한 문제 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포항제철소 크레인 운전원이 기계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사망자가 쓰러진 시간은 오후 5시 41분이었고 119구조대에 후송돼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은 시각은 오후 7시 17분이었다. 사망자의 딸은 SNS에 ‘포스코가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는 글을 올리며 사고 은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19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사내 119는 응급구조사가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빠르게 후송하는 역할을 한다”며 “대규모 화재나 폭발 사고가 아닌 이상 사고 규모와는 상관없이 사내 119를 우선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내 119와 사외 119는 차이가 없고 정부 기록에 올라가기 때문에 은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제철소가 여의도 면적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사외 119는 현장 접근까지 오래 걸리는 문제가 발생해 사내 119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사외 119 신고 시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적 없다”면서 사고 발생 시간과 경찰 신고 시간의 1~2시간 간격 차이 원인에 대해서는 “환자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에 병원 후송 조치가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2020년까지 안전예산 1조1천억 투입…왜 죽어 나가는가

지난해 7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은 취임 당시 기업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안전'을 꼽았지만 최근 포스코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최 회장의 안전 의지에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은 취임 당시 기업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안전'을 꼽았지만 최근 포스코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최 회장의 안전 의지에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취임 당시 기업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안전'을 꼽았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최 회장의 안전 의지에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5월 1조1천억 원을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안전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백세시대]가 확인한 결과 포스코는 지난해 3400억 원을 안전 분야에 투입했고 올해는 3800억여 원 중 1571억여 원이 투입됐다.

같은 날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안전관리비용과 설비 측면을 강화해 위험요소를 즉시 개선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최정우 회장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없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과 사고 예방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사가 오직 기업 시민의 본인 안위에만 신경 쓴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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