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 ‘네이처스 오디세이’ 전…이 아름다운 지구가 환경파괴로 사라진다면
서울 예술의전당 ‘네이처스 오디세이’ 전…이 아름다운 지구가 환경파괴로 사라진다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19 14:29
  • 호수 6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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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131년간 전 세계 돌며 촬영한 사진‧영상 중 엄선한 120여점 선봬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예술’,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 등 눈길

이번 전시에서는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를 돌며 포착한 지구 보존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해발 2189m에 존재하는 얼음 동굴을 찍은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
이번 전시에서는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를 돌며 포착한 지구 보존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해발 2189m에 존재하는 얼음 동굴을 찍은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

멀리서 보면 먹음직스런 도넛이 떠올랐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자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듯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드러났다. 그리고 사진 바로 코앞까지 걸어간 후에 깜짝 놀랐다. 물감을 비롯한 어떠한 미술도구도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를 도넛모양으로 둘러놓고 찍은 사진이었던 것이다. 영국 작가 맨디 바커가 영국의 한 해변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플라스틱 폐기물 500점을 모아서 찍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예술’은 큰 충격을 줬다.

지난 131년간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탐험해온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구 보존의 메시지를 담은 사진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27일까지 진행되는 ‘네이처스 오디세이(Nature’s Odyssey)’전에서는 지구와 자연의 위대함을 기록한 사진·영상 120여점과 미디어아트, 그리고 고해상도의 프로젝터와 어안렌즈를 장착해 우주비행사가 보는 것처럼 지구의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스페이스 헬멧 등을 소개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탐험‧자연‧문화‧고고학‧환경‧우주 등 다양한 분야를 심도 있게 다룬 세계 적인 종합교양지이다. 36개국 33개 언어로 매월 동시 발행되며 전 세계 60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 매체는 모든 수익의 27%를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 및 환경 보존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아주 작은 푸른 점’, ‘위대한장정’, ‘눈길이 머물다’, ‘우리의 이웃들’, ‘지구의 메시지’ 등 5개의 공간으로 구성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찍어온 수십만장의 사진 중 엄선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빨간 물줄기들이 사방으로 튀는, 미국 하와이주 마우나 울루 화산의 용암 분출물을 시작으로 존엄하고 거룩한 대상으로서의 자연 세계들이 펼쳐진다. 마다가스카르섬 서부 석회암 숲에서 유령처럼 걸터앉은 여우원숭이들과 예먼 남동쪽 소코트라섬의 광활한 사막 모래 위에 홀로 서 있는 낙타, 칠레 아타카마 사막 위로 장엄히 펼쳐져 있는 밝은 오렌지색의 은하수를 보고 있으면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 역시 자연 속에서는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서 찍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예술’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서 찍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예술’

특히 로비 숀이 촬영한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은 절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스트리아의 베르펜벵 근처에 있는 얼음 동굴인 ‘아이스코겔 홀레’의 내부 광경과 탐험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해발 2189m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자연의 빙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입으로 공기방울을 만드는 벨루가의 모습이나, 새끼 오랑우탄이 비를 막기 위해 바나나 잎을 우산 삼아 쓰고 있는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이러한 경탄과 미소를 사라지게 하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고발하는 작품들이 잇달아 등장해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자본주의를 앞세운 국가들의 무절제한 개발과 편리성을 강조한 인간들의 이기심 덕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멸종위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시인마냥 포경(고래잡이)을 재개한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하루에도 수십 종의 동식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또 맨디 바커의 작품에서처럼 처치 곤란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폭증과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캐나다 작가 폴 니클렌이 촬영한 ‘붕괴되는 남극해빙’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 위에 펭귄 수백 마리가 함께 떠다니는 애처로운 모습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3mm에 불과한 물벼룩의 뱃속에까지 자리한 미세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에 둘러싸인 엄마와 아이, 서식지가 사라져 위기에 처한 북극곰,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새의 뱃속, 머리가 둘인 거북이의 모습은 자연을 병들게 한 인간의 편의와 이기가 결국 우리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와 함께 전시에서는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원 스트레인지 락’도 상영한다. 지구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진화해온 지구, 그리고 스스로 생성하고 치유하는 자연의 위대함을 영상에 담았다.

체험 콘텐츠 ‘스페이스 헬멧’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스페이스 헬멧은 빔 프로젝터와 어안렌즈를 이용해 제작한 VR 기기로, 우주비행사의 시점에서 지구와 관련한 영상을 실감나는 VR 콘텐츠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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