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주 대한노인회 경북 영주시지회장 “영주를 ‘한궁의 도시’로… 시범학교도 선보일 예정”
황기주 대한노인회 경북 영주시지회장 “영주를 ‘한궁의 도시’로… 시범학교도 선보일 예정”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7.26 13:23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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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한 해 150여개 경로당 돌아… 무더위엔 더 자주 찾아 건강 살펴   

‘선비의 고장’ 맥 잇는 지회 사업, 백세 잔치·합동 회혼례 큰 인기

황기주 지회장이 지회장실에 비치한 영주시한궁협회기를 가리키고 있다.
황기주 지회장이 지회장실에 비치한 영주시한궁협회기를 가리키고 있다.

“영주시가 한궁을 통해 전국에서 찾는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7월 중순, 지회에서 만난 황기주(81) 대한노인회 경북 영주시 지회장의 말이다. 영주에 한궁경기장을 세워 전국 규모의 한궁대회를 치르고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한궁 메카’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황 지회장은 ‘한궁 전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시한궁협회를 창설해 대한한궁협회로부터 회장 임명장을 받았으며 시 생활체육회에 한궁을 스무 번째로 가입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 지회장은 “학교에도 인성교육의 하나로 한궁을 보급하고자 도 교육감을 만나 한궁 시범학교 운영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아이들과 부모, 조부모 등 3대가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하는 축제 한마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중순, 영주시 원당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만나 남다른 지회 운영과 지난 삶을 들었다.

-한궁의 좋은 점은 무언가.

“한궁은 좌우 양손, 좌·우뇌를 쓰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실내 운동이라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격하지 않아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황 지회장은 이어 “지회 전체 경로당에 한궁 보급을 마쳤고 시민체육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년째 시장기 대회, 지회장기 대회를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영주시 전체 인구는 10만6000여 명이며 노인인구는 2만6800여 명이다. 영주시지회는 19개 읍·면 분회, 351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6000여 명이다. 황 지회장은 2016년 4월, 12대 지회장에 취임했다.

-영주시를 소개해 달라.

“‘선비의 고장’으로서 상표등록도 하고 영주시장이 국회에서 선포식도 했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9개 서원 중 5개가 경북에 있고 최초의 사액을 받은 소수서원이 영주에 있다. 역사적으로 불행한 일도 있었다. 세조 때 순흥면에서 금성대군, 순흥부사 등이 일으킨 단종복원운동이 실패로 끝나 주민들이 몰살 당해 그 피가 10리를 흘렀다고 해서 붙여진 ‘피끝마을’이 지금도 있다. 인구가 줄지만 저는 영주의 미래 먹거리(‘베어링 트러스트’와 알루미늄 산업)만 보장된다면 희망적이라고 본다.”

-경로당은 어떤가.

“TV·냉장고 등 기본적인 시설이 잘돼 있다. 영주시장이 1년에 1억원의 예산을 책정해놓고 경로당 시설 개·보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황 지회장은 “경로당은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나중에 유네스코에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많은 경로당을 어떻게 관리하나.

“경로당 회장들과 대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부임 초에는 경로당 전체를 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1년에 150곳을 넘기기 힘들더라.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자주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살핀다.”

-냉방에는 문제가 없는지.

“시에서 냉방비를 더 지원해주니까 에어컨을 마음껏 사용하시라고 해도 어르신들이 아끼는 습성 때문에 에어컨은 켜지도 않은 채 선풍기 바람만 쐬고 계신다. 시에서 경로당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하기도 했다.” 

황기주 영주시지회장(중앙)과 김영기 사무국장(맨 왼쪽)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기주 영주시지회장(중앙)과 김영기 사무국장(맨 왼쪽)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시의 노인복지가 잘 돼 있는 것 같다.

“영주시장이 효자로 알려졌다. 매일 장인·장모 모시고 아침 식사를 하신다고 들었다. 영주시 70세 이상 노인들은 한 달에 한 번 전국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풍기온천에서 무료목욕을 한다.”

황기주 지회장은 육군대학을 나와 평생을 국가 수호에 몸 바쳤다. 예비역 중령으로 월남전에도 다녀왔다. 제대 후 반월국가공단 총무·관리본부장, 새누리당영주시당실버정책위원장을 지냈다.

-월남에서의 전투 경험도 있는지.

“전투지원으로 월남전 막바지에 갔다. 육·해·공로를 통해 병력과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는 근무과장을 지냈다.”

-군 시절 잊지 못할 일은.

“대대장으로 복무할 당시 탄약고 보초 서던 신병의 오발 사건이 있었다. 그대로 상부에 보고되면 영창감이다. 제가 보안대·헌병대 관계자에게 ‘갓 들어온 어린 병사를 전과자로 만들면 3년간 복무를 제대로 하겠는가, 내가 책임질 테니 넘어가 달라’고 부탁해 유야무야 됐다. 사회에 나와 우연히 그 병사를 만났다. 중소기업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때 원칙대로 처리했다면 이런 좋은 만남이 가능했겠는가, 세상일에 덕이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회와 인연은.

“제대 후 지역에 보탬이 되려는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와 지인의 국회의원 선거를 도왔다. 선거 과정을 보면서 조직의 필요성을 느껴 당에 실버위원회를 조직하고 발대식을 가졌다. 자연히 노인들과 접촉을 하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그런 계기로 노인회장 선거에 나섰다.”

-지난 3년간의 업적이라면.

“‘선비의 고장’ 명맥을 잇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백세 잔치’이다. 100세 어르신 모셔다 생일상 앞에서 시장, 국회의원, 시의장, 도의원, 노인회장이 큰 절을 한다. 가수도 부르고 기념품도 전달하는 등 성대하게 잔칫상을 차린다. 영주시에는 100세 이상 어르신이 43명 계신다.”

또 다른 사업은 ‘합동회혼례’. 결혼 60주년을 맞은 부부 5명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그랜드컨벤션웨딩홀에서 결혼식을 거행한다. 황 지회장은 “젊은 사람 결혼식과 똑같이 한다. 신부 화장도 하고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도 입어보면서 모두 너무나 기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주시지회의 노인지도자 교육은 형식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는다. 최고 권위의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듣는다. 첫해엔 퇴계학 연구가 이용태 ‘박약회’ 회장, 이듬해 차흥봉 전 복지부장관, 올해는 성균관대 총장과 소수서원 원장을 지낸 정범진 박사가 연단에 섰다.

황 지회장은 “노인 대우는 남이 해주어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다. 가급적 말수를 줄이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젊은 사람들에게 칭찬, 덕담을 들려주는 노인이 돼야 한다. 그런 노인이 되는데 필요한 강의”라고 말했다.

지회는 그밖에 건강도 관리하고 아내에게 봉사할 기회도 주자는 취지에서 ‘백세시대 요리 교실’을 열고 있다. 황 지회장은 “노인일수록 잘 먹어야 하지만 홀몸 노인은 아무래도 먹는 게 부실하다. 1년에 30명씩 3개 반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기주 지회장 약력

▷1938년 생 ▷육군대학 졸업 ▷공병대대장(중령) ▷월남 십자성 과장 ▷반월국가공단 총무·관리본부장 ▷독립유공자 농고 오하근 선생추모회장 ▷황씨 영주·봉화 종친회장▷새누리당 영주시당 실버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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