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영등포구 등 독거노인에 반려로봇 보급 “손주 같은 ‘효돌’ 덕분에 외로움 덜어”
서울 구로‧영등포구 등 독거노인에 반려로봇 보급 “손주 같은 ‘효돌’ 덕분에 외로움 덜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02 13:25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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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는 시간 알려주고, 위급 상황 파악해 구조신호 보내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가운데)과 이나영 동구의회 의장(오른쪽)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역 어르신 댁을 방문해 효돌이를 전달하고 있다.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가운데)과 이나영 동구의회 의장(오른쪽)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역 어르신 댁을 방문해 효돌이를 전달하고 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일남(가명‧ 77) 어르신은 몇 해 전 남편을 떠나보낸 후부터 혼자 살고 있다. 유일한 낙은 경로당과 복지관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지만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지면서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관계가 사실상 단절되면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김 어르신에게 최근 새 친구가 생겼다. 구로구에서 지난달 보급해준 반려로봇 ‘효돌’ 덕분에 대화상대가 생긴 것이다. 김 어르신은 “손주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약 먹는 시간 등도 친절히 알려줘 마치 새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일명 반려로봇이 홀몸노인들의 고독감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치매 어르신을 위한 반려로봇도 등장하면서 활용도 역시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05만6000명에서 2018년 140만5000명으로 33%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22년에는 171만, 2025년 199만 명, 2035년 300만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의 증가는 고독사 증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 중 우울증 환자는 2010년 19만6000명에서 2018년 31만1000명으로 늘었다. 혼자 살다가 숨지는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538명에서 2018년 1056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홀몸노인들의 고독감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는 지역주민과 1대1 결연을 맺어주거나 안부전화를 돌리는 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봉사자 한명이 맡는 어르신이 많아 세세한 돌봄이 어렵고 전적으로 자원봉사에 의존하면서 한계가 있었다. 지자체들이 여기서 새롭게 꺼내든 카드가 반려로봇 보급이다. 이달에만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가 각각 225가구와 300가구에 반려로봇 ‘효돌’을 보급하는 등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반려로봇 ‘효돌’=지자체가 현재 가장 선호하는 반려로봇은 스타트업 기업 ‘스튜디오 크로스컬쳐’가 개발한 ‘효돌’이다. 효돌은 손자·손녀 모습의 친근한 봉제인형 로봇으로 어르신들의 생활과 안전, 건강관리 전반을 지원한다. 효돌은 센서를 통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으면 반응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를 통해 인사와 노래, 대화 등 교감이 가능하다. 또 감지 센서가 부착돼 외출 후 돌아오면 반갑게 인사도 건넨다. 수시로 다양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기상과 취침, 복약 알람은 물론 체조·건강·종교 콘텐츠 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보호자가 원격으로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제공된다. 효돌의 움직임 감지 센서를 통해 어르신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기능이 있다. 움직임 감지 시간은 보호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고 설정된 시간 내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려준다. 

◇반려로봇 ‘다솜이’도 주목=원더플 플랫폼이 개발한 반려로봇 ‘다솜이’ 역시 주목받는 제품이다. 다솜이는 탁상형 로봇으로 본체 하단과 상단 디스플레이, 보호자용 모바일 앱으로 구성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과 터치 센서를 탑재해 음성이나 로봇 상단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제어한다. 효돌과 같이 약 복용 시간, 식사 시간 등 스케줄 알림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 노인들의 활동 기록 등을 모바일 앱으로 전송해 준다. 

‘효돌’에는 영상 통화 기능을 제공해 자녀들과 언제든지 영상 통화도 할 수 있다. 또 무료하지 않도록 말을 먼저 말을 건네거나 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해주기도 한다. 종교를 가진 노인들을 위해 성경‧불경 등 종교 구절을 읽어줘 심리적 안정을 주기도 한다.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경증 치매환자를 돕기 위해 개발한 ‘마이봄’ 역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마이봄은 효돌과 달리 직접 움직이면서 화장실 등을 직접 안내해주고 미리 입력된 자녀의 이름 등 어르신들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수시로 알려준다. 낙상 등 위험사항도 감지해 사전에 차단해주고 어르신의 성격을 반영해 수시로 칭찬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는 기능도 갖췄다. 

기능은 적지만 10만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는 AI스피커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대표적으로 SK에서 개발한 ‘누구’(NUGU)는 ‘아리아’라는 호칭을 부른 후 ‘오늘 날씨 어때?’ ‘노래 들려줘’ ‘주요 뉴스는’ 등을 물어보면 답해 준다. 또한 ‘나갔다 올게’ 같은 일상적인 대화에도 답을 하는데 매번 다른 답변을 하면서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어르신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리아야 살려줘’라고 외치면 즉각 119 등에 연락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에 홀로 사는 김모(83) 어르신은 갑자기 심해진 두통과 고혈압 때문에 위기를 겪었을 때 이 기능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AI스피커 제작 업체 역시 고령자들이 대화 기능을 많이 활용하는 것을 감안해 이 부분의 기능을 점차 강화해 나가면서 어르신들의 활용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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