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크리에이터를 만나다] ‘영자씨의 부엌’ 서영자 씨-35년차 주부의 손맛… 자취하는 청년들을 사로잡다
[시니어 크리에이터를 만나다] ‘영자씨의 부엌’ 서영자 씨-35년차 주부의 손맛… 자취하는 청년들을 사로잡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02 15:39
  • 호수 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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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권유와 호주 사는 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유튜브 활동 시작
손쉽게 뚝딱 만드는 요리 레시피로 인기 끌며 10만 구독자 눈앞에
평범한 주부에서 1년도 채 안 돼 10만 인기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서영자 씨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서영자 씨가 스마트폰 카메라(왼쪽 위) 앞에서 영상에 담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에서 1년도 채 안 돼 10만 인기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서영자 씨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서영자 씨가 스마트폰 카메라(왼쪽 위) 앞에서 영상에 담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지난 7월 30일, 충남 부여군의 한 평범한 가정집에서는 안방마님 서영자(60) 씨가 고소한 전을 붙이고 있었다. 부산에서 살다와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동네에서는 그녀의 ‘손맛’이 유명했다. 이날 그녀가 만든 음식은 북한에서 즐겨 먹는다는 ‘족발전’이었다. 

그런데 서 씨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일반적인 모습과 달랐다. 조리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말하면서 요리하는 게 어색했다”고 미소 짓는 그녀는 10만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시니어 유튜버였다.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크리에이터’가  유망한 직업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에 과감히 도전한 시니어들의 활약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전국구 스타로 자리잡은 박막례 어르신 외에도 수많은 시니어들이 자신만의 경험이 녹아든 콘텐츠를 내세워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많게는 50만명씩 영상 감상

서영자 씨 또한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7월 31일 현재 9만3000여명의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 유튜버의 척도인 1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 씨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의 한 개씩 요리 만드는 법을 간략히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동영상을 하나 올릴 때마다 보통 10만명 이상, 많게는 50만명까지 감상한다. 그러면서 하루에 최대 1500명씩 구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자취하는 청년들과 신혼부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그녀가 처음 유튜브를 접한 건 2017년 4월의 일이다. 당시 가족을 위해 김치김밥을 만들고 있던 서 씨에게 디자인 계통에서 근무하는 둘째 딸이 고가의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엄마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고 싶었던 둘째 딸은 서 씨의 요리하는 모습을 담아서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었다. 

이때 서 씨가 처음으로 느낀 건 거부감이었다. 서 씨는 “유명한 스타도 아닌데 비싼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부담이 됐다”면서 “딸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한사코 거절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신없이 촬영은 진행했지만 영상이 처음 유튜브 올라온 건 5개월이 지나서였다. 바쁜 직장생활로 편집이 늦어진 딸이 추석 무렵 이를 올렸던 것.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영상을 올린 것을 까마득하게 잊고 보냈다. 이런 서 씨가 다시 영상에 존재를 알게 된 건 지난해 추석이었다. 우연히 딸이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첫 영상 조회수가 5000회가 넘은 것을 확인한 것이다. 댓글들 역시 찬양일색이었다. 

가능성을 본 둘째 딸은 서 씨에게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것을 제안했다. 마침 호주에서 살고 있는 아들에게 효과적으로 요리 레시피를 알려줄 방법을 고민했던 서 씨는 편집을 도와주겠다는 딸의 설득에 넘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매주 두차례 6개 음식 촬영

서 씨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두 차례 영상을 찍는다. 일단 하루에 3가지씩 총 6가지 음식을 만든다. 촬영은 역시 고가의 장비가 아닌 그가 2년 전부터 사용한 갤럭시S9 스마트폰으로 진행한다. 촬영은 딸이 주로 도와주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남편이 찍기도 한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딸이 편집을 진행해 하루에 한 편씩 업로드 한다. 서 씨는 “요새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서 폰으로 찍어도 괜찮은 영상이 나온다”면서 “배터리가 없을 때는 남편과 딸의 휴대폰으로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그녀의 동영상이 인기를 끈 건 누구나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맛을 내는데 있다. 서 씨는 “기존 요리 레시피는 식초를 써도 될 것을 레몬즙을 사용하거나 단맛을 내기 위해 매실청을 사용하는 등 구하기 힘든 재료를 많이 써 따라하기 힘들다”면서 “주재료만 사오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계량을 하지 않는 방식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가령 계란 지단을 부칠 때 소금의 양을 몇 스푼이라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계란 푼 물을 찍어 먹어 봤을 때 약간의 간이 느껴질 만큼만 넣으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서 씨는 “같은 레시피를 보고 해도 식재료의 상태나 불의 세기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복잡한 계량은 무의미하다”면서 “계량 대신 요리 도중 손쉽게 가늠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팁을 전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삼각대 구입한 게 유일한 투자 

이러한 음식 철학은 유튜브 제작 방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녀는 유튜버가 되기 위한 공부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또 고가의 장비를 들인 것도 없다. 유튜브 시작 전과 달라진 것은 주방에 아일랜드식탁과 조명을 추가하고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삼각대를 구입한 게 전부다. 식탁과 조명은 원래 추가할 계획이었기에 실제로 촬영을 위해 산 건 삼각대 하나에 불과하다. 

유튜버들 상당수가 ‘장비빨’에 몰두하는 것에 반해 그녀는 실속 있는 콘텐츠 제작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시장과 백화점에 나가 어떤 야채가 제철인지를 꼼꼼히 체크하고 인기 있는 반찬이 무엇인지를 살펴서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다. 

조회수‧수익에 연연하지 않아

또 조회수와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구독자가 원하는 음식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모든 협찬을 거절했고 광고 역시 최소한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익에 대해서는 “제작에 필요한 재료값은 충분히 벌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등 여가생활을 하는데 쓸 수 있는 만큼은 번다”고 귀띔했다.

아직도 알려줄 요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그녀는 최근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낯선 나라에 시집와 한식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주부를 위한 요리교실을 여는 것이다. 그녀의 계획을 알게 된 부여군이 협업을 제안했고 8월 한 달 간 매주 금요일에 요리교실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 씨는 “이곳에는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보니 음식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요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꾸준히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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