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섭 대한노인회 전남 완도군지회장 “섬 경로당 찾았다 배 끊기면 못 나와도 자주 다니려고 해”
정민섭 대한노인회 전남 완도군지회장 “섬 경로당 찾았다 배 끊기면 못 나와도 자주 다니려고 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8.09 14:23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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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개 섬에 흩어져 있는 301개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 상주, 순회 방문
‘노인의 날’ 잔치 12개 읍·면서 12일간 이어져… 점심·기념품 제공, 공연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265개 섬으로 이루어진 전남 완도군은 경로당 간의 거리도 그만큼 떨어져 있다. 정민섭(78) 대한노인회 전남 완도군지회장은 “배 타고 들어가는 섬의 경로당에 가려면 하루가 걸린다. 기상이 갑자기 나빠져 배가 뜨지 못하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시간 나는 대로 자주 나가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완도군지회는 경로당 운영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경로당활성화사업평가대회에서 대한노인회장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경로당활성화사업분야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초, 완도읍 청해진남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정 지회장을 만나 경로당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지회가 복지회관 내에 있다.

“군 예산(1000만원)을 받아 복지회관을 운영하고 있다. 1층은 각종 프로그램실, 2층 지회 사무실, 3층 여성회관, 4층 다목적회의실, 5층은 노인대학 강의실이다.”

정 지회장과의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제선채 완도군 사무국장이 “지회장을 비롯 저와 총무부장 셋이 복지회관 일까지 맡아 업무량이 많다”며 웃었다. 

-경로당활성화사업 최우수기관이 된 비결은.

“(정 지회장은 탁자유리 밑에 있는 프로그램 강사진을 가리키며) 24명의 여성 강사들이 지역에 상주한 채 경로당을 순회 방문하고 있다. 체육교사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이 요가, 노래, 춤 등으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증진시켜주고 문화향유의 기회도 제공한다. 군에서 이 사업에 3억2000여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완도군을 소개해 달라.

“바다 밑에 맥반석과 초석이 깔려 있어 수산물의 맛과 질이 뛰어나다. 수산업으로 부유해져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유학생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때 어려움을 겪다가 요즘은 지역 경제가 되살아났다. 관광지로서도 빼어나다. 고산 윤선도의 귀양지 보길도가 있고, 정약용 동생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완성한 곳이 신지면이다. ‘슬로시티’라고 해서 봄에는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청산도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완도군 전체 인구는 5만4000여명, 노인은 1만5000여명이다. 완도군지회는 12개 읍·면 분회, 301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3000여명(86%)이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자연부락경로당이 대부분이고 아파트경로당은 10곳 미만이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안마의자는 모두 구비돼 있다. 읍·면에 3세트씩 한궁을 보급 중이며 일자리사업의 하나로 한궁 강사도 파견하고 있다. 소안도의 경우는 한궁을 자체 구입하기도 했다.”

정 지회장은 “도서개발사업 명목의 군 예산을 받아 50~70평 되는 경로당 54곳을 복지회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통상수활법 순회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고 들었다. 

“작년의 경우 3200여만원의 군 예산으로 경로당에서 39회 실시했지만 올해부터는 못하게 돼 무척 아쉽다. 섬에서 태어나 농사짓고 고기 잡느라 육지의 병원에 갈 엄두도 못낸 탓에 평생 관절, 허리 부위의 통증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몇 차례 도수치료를 받고나면 고통이 훨씬 덜하다며 무척 좋아했는데 그것이 의료법에 저촉된다고 한다. 그거 잘해서 경로당활성화 상도 받은 건데….”

정민섭 완도군지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임원, 직원들과 복지회관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뒷줄 중앙 안경 쓴 이가 제선채 사무국장.
정민섭 완도군지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임원, 직원들과 복지회관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뒷줄 중앙 안경 쓴 이가 제선채 사무국장.

지회는 그 예산을 ‘찾아가는 열린 노인대학’으로 돌릴 계획이다. 지회는 완도·금일·노화읍과 고금면에 각각 1개씩의 노인대학을 두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총 학생 수는 363명. 수료식에는 완도군수, 군 의회 의장 등 지역 단체장이 대거 참석해 격려해준다.

-지회의 큰 사업을 소개해 달라.

“매년 노인민속경연대회와 노인의 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른다. 6월에 여는 민속경연대회에 1200여명이 모여 윷놀이, 한궁, 게이트볼, 노래자랑 등 7개 종목에 걸쳐 기량을 겨룬다. 올해 노인의 날 행사는 10월 8일부터 12일간 읍·면에서 잇따라 열린다. 부녀회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대접하고 인기가수 초청해 공연도 하고 기념품도 주고 흥겨운 잔치를 한다.”

7000만원이었던 노인의 날 행사비용이 정 지회장이 오고 나서는 3억2000만원으로 증액됐다고 한다.  

-5년 6개월간의 재임 중 업적은.

“노인들은 일자리를 선호한다. 그렇지만 과거의 일자리는 70여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공동작업장 일이었다. 시니어클럽이 일자리 대부분을 가져가는 바람에 노인회에 돌아오는 자리가 적었던 것이다. 지금은 재능나눔사업 330개를 포함해 일자리가 580여개로 늘었다.”

-노인일자리 유형은.

“홀몸 노인을 일주일에 세 번 방문해 대화 상대가 돼 주는 노노케어, 한궁·게이트볼 강사, 관광지·병원에서의 안내 등이다.”   

제선채 사무국장은 “5년 전만해도 직원이 4명뿐이었지만 지금은 취업지원센터만 3명 등 총 10명으로 늘었다. 직원들 월급도 자체 회비로 해결했을 정도였다. 지회장이 군 지원을 이끌어냄으로써 비로소 지회의 규모도 커지고 다양한 노인복지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민섭 지회장은 완도 출신으로 여수수산전문대학을 나와 신지농협장(2대), 신지면장(5년)을 지냈다.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농협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농가 형편이 무척 어려웠던 당시 양곡창고 짓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 일들이 쌓여 후에 번듯한 농협건물을 마련하는 주춧돌이 됐다고 생각한다. 신지대교 건설 촉구를 위해 상경했던 일도 기억에 생생하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면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을 때 신지면 분회장이 찾아와 ‘면장, 나 좀 도와주소’라면서 손을 내밀었다. 분회 사무장으로 4년간 봉사했다. 전임 회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자 분회 추천을 받아 지회장 선거에 나섰다.”

당시 정 지회장은 2명의 후보와 치열한 경쟁 끝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2018년 지회장 선거에선 무투표로 추대였다.

-마지막으로 임기 내 이루고 싶은 일은.

“신지면 분회에서 광주 남구의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견학 간 적이 있다. 그런 대규모 노인종합복지센터를 완도에도 만들고 싶다. 완도군수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있다(웃음).”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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