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보안관들 “어린이 대상 범죄 꼼짝마!”
어르신 보안관들 “어린이 대상 범죄 꼼짝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16 13:18
  • 호수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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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등 어르신 보안관 운영… 동네 아동들 안전 지켜
청소년 비행,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예방 효과도 커 큰 호응
최근 아파트 단지, 학교 등을 순찰하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어르신보안관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어르신보안관들.
최근 아파트 단지, 학교 등을 순찰하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어르신보안관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어르신보안관들.

[백세시대=배성호기자]지난 8월 13일 서울 성북구 월곡동의 한 아파트에선 파란 조끼를 입은 어르신 4명이 단지 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친한 친구들끼리 산책을 나온 듯했지만 행동은 조금 남달랐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구석구석을 살폈다. ‘성북구 어르신보안관’이란 문구를 등에 새긴 어르신들은 그렇게 2시간 동안 집중해서 수상한 사람을 비롯해 아이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는 없는지를 꼼꼼히 순찰했다. 김영철 어르신은 “내가 사는 마을과 이웃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안전을 지키고 마을의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서울 성북구 등이 도입한 어르신보안관이 주목받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보호의 대상이었던 어르신들이 되레 수호자로 나서 달라진 노인상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어르신들이 아동지킴이로 나선 건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노인회와 본지 등이 주도해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 유괴‧성범죄 추방 국민운동’을 벌여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대한노인회 전국 지회에 지역본부가 결성됐고, 캠페인 현수막 261개와 200만여 장의 스티커가 배포됐다. 이를 통해 어린이 대상 범죄 예방 및 척결을 위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비록 체력적으로는 젊은 사람들보다 떨어지지만 연륜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을보안관으로서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바통을 이어받아 탄생한 것이 어르신보안관이다.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서울 성북구 어르신보안관은 공동주택 활성화를 위해 어르신일자리와 연계해 운영 중이다. 201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사업은 범죄예방 등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년 참여 아파트단지와 참가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34개 단지 144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더욱 늘어나 51개 단지 219명의 어르신이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보안관은 참여 노인들의 안전을 지키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지별로 2~6인 이내로 구성된다. 폭염이 심한 시간대를 피해 1일 2시간씩 아파트 단지 내를 순찰하며 불안요소 점검, 음주,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등의 활동을 통해 공동주택 내의 안전사고 예방에 주력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방학시즌에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됐다. 먼저 어르신보안관들은 아파트 단지 내·외의 공원, 휴게장소 등 안전취약지역 순찰을 통해 청소년 비행을 예방했다. 어두침침한 곳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을 경우 다정하게 타일러 귀가시키고 다툼을 벌이는 학생들이 있다면 중재해 화해시키는 등 계도 역할도 도맡았다. 또 단지 내 위험요소 및 불편사항이 발견되면 관리사무소에 통보해 방학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어르신보안관들 덕분에 공동주택 내 음주,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투기, 위험시설물 등 주민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 사고를 예방하는 등 마을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학교 주변과 놀이터 등에 전담배치 돼 활동하는 어르신보안관들도 있다. 경기 구리시와 인천 부평구, 광주 북구 등에선 관내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 확보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어르신 보안관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주변 및 청소년 밀집지역에서 순찰하면서 귀가 도움을 요청한 학생의 경우에는 집까지 동행해 데려다 주거나, 하굣길 위험노출지역에서 아동들의 교통안전 지도를 담당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구리시 관계자는 “어르신보안관 덕분에 학교 주변 위험이 사라지고 학부모들의 걱정도 줄었다”고 평했다.

또한 서울 서초구는 어린이들의 안전과 유괴 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놀이터에 어르신 보안관을 배치했다. 25명으로 구성된 어르신보안관들은 방배 뒷벌어린이공원 등 어린이들의 이용이 많은 공원 놀이터 45개소에서 활동하며 안전하게 놀이시설을 이용하도록 지도한다. 또 반려견 목줄 미착용 등 공원질서 위반행위를 단속하는 움직이는 CCTV 역할을 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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