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세조를 성군 만들려고 ‘여론조작’ 나선 광대들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세조를 성군 만들려고 ‘여론조작’ 나선 광대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23 14:09
  • 호수 6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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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속 이적 현상을 현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코믹 사극
‘확성기’ ‘풍등’ 등 발명품 활용해 풍문 조작하는 과정 흥미진진
이번 작품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異蹟) 현상 등 기이한 이야기가 사실은 광대패에 의한 조작이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극중 광대패가 만들어낸 확성기로 풍문을 조작하는 모습.
이번 작품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異蹟) 현상 등 기이한 이야기가 사실은 광대패에 의한 조작이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극중 광대패가 만들어낸 확성기로 풍문을 조작하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기자]충북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의 상징과도 같은 ‘정이품송’. 조선의 7대왕 세조가 벼슬을 내린 이 600년 된 소나무에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 앞을 이 소나무의 가지가 막고 있다가 세조의 가마가 지나갈 때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려 길을 비켜주었다는 이야기다. 그 모습이 마치 부처님 손과 같아 세조는 소나무에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 그런데 이 미담이 만약 정교하게 설계돼 조작된 것이라면?

이런 발칙한 상상력으로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과 야사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광대들: 풍문조작단’이 8월 21일 개봉했다.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손현주 분)에 발탁돼 ‘세조’(박희순 분)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대패 리더 덕호(조진웅 분)는 기술담당 홍칠(고창석 분), 미술담당 진상(윤박 분), 음향담당 근덕(김슬기 분), 재주담당 ‘팔풍’(김민석)과 함께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든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풍문을 조작하는 작업을 하던 이들은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를 만난다.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에 대한 민심이 흉흉해지자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 좋은 평판을 만들어 내라고 주문한다. 리더인 덕호는 이 같은 제안을 수락하고, 목숨을 걸고 풍문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정이품송’ 이야기 등 세조실록에 기록돼 있는 기이한 일들을 하나씩 만들어 내며 세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바꿔나간다. 결국 이들의 풍문 조작으로 인해 세조는 ‘하늘에서 내린 임금’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그러다 덕호는 자신들이 만든 공갈로 인해 사찰 근처의 농민들이 집을 잃고 쫓겨나는 모습을 본다. 게다가 권력에 눈이 먼 한명회는 세조를 끌어내릴 계획을 세우고 덕호를 계속해서 이용한다. 결국 광대들은 진실을 깨닫고 ‘공갈패’가 아닌 ‘진실패’가 되자고 각성하고 한명회에 맞서 진실 바로잡기에 나선다.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턴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490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한 김주호 감독은 7년만에 내놓은 신작에서 한층 더 발전된 상상력을 보여준다.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색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줬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현상과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까지 야사로 전해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들을 스크린에 재현했다. 

광대패가 이런 현상들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흥미롭다. 광대패가 만들어낸 ‘확성기’, ‘풍등’, ‘뜀박틀’ 등 발명품을 활용해 꽃비를 날리고, 대나무와 금가루를 이용해 만든 거대 불상을 금강산 한복판에 띄워 올리는 등의 과정은 감탄을 자아낸다. 햇빛을 이용한 조명부터 예사롭지 않은 효과음을 더해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하는 풍문조작단의 활약은 보는 내내 흥겹다.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전개되는 B급 유머 속에 녹여낸 메시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여론까지 조작하며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현대의 가짜뉴스, 댓글조작 등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기에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은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서 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린 배우 조진웅을 비롯해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에 든든한 무게감을 실어주는 연기 달인 손현주, 넘치는 카리스마로 세조를 연기한 박희순, 광대패의 일원으로 열연한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석 그리고 한양 최고의 입담꾼 ‘말보’ 역으로 특별출연한 최귀화 등 충무로의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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