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고령화 시대의 빛과 그림자
긴급진단 고령화 시대의 빛과 그림자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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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효도 상품에 웃고, 악덕상술 기만에 운다
브레이크 없는 고령화. 노인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고 있는 것. 최근 선거철을 앞두고 노인 표심을 잡으려는 각 정당의 ‘구애작전’이나 노인수발보험법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험 출현이 좋은 예다. 최근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의 효심을 그린 영화 「맨발의 기봉이」가 인기를 끄는 것이나 노인 건강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는 것도 고령화에 따른 변화다. 이와 함께 최근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선보여 ‘노년시대’를 실감케 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신종범죄가 기승을 부려 고령화의 빛과 그림자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업계마다 모시기 전쟁-초간편 실버폰·실버 교도소 출현
 
고령화의 진전과 함께 국내에서도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새 상품이 개발되면서 노년층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노년층의 파워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노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은 주택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SK건설은 최근 도심형 고품격 실버아파트 ‘SK 그레이스힐’ 182가구를 분양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에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영화나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마련되고, 헬스장과 수영장, 서예실, 노래방 시설도 들어선다. 직계가족에게는 무료 진료서비스도 제공된다.KD국토개발은 부산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겨냥, 경남 양산시 명곡동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12만4000평 규모의 전원 단독주택형 대규모 실버 마을 ‘KD빌리지’를 조성하기로 했다.의료시장에서도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한 무한경쟁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전문병원 및 요양기관은 2005년 현재 192개로 전년에 비해 90% 이상 늘어났다. 부산과 울산의 경우 지난해에만 무려 40여곳의 노인전문병원이 새로 생겨났고, 대전도 10곳이 신설됐다. 경기도 양주시와 경상남도는 지난해 하반기 150병상 규모의 노인전문병원을 개원했고, 춘천시도 오는 12월 개원을 목표로 175병상의 노인병원을 건립중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200병상 규모의 시립북부노인병원이 문 여는 등 각 지자체마다 노인전문병원 건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언론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노인 대상 주간신문으로 본지가 창간된데 이어 실버세대를 위한 월간잡지 「아름다운 실버」가 2006년 4월호로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어르신 모시기 전쟁은 보험업계에서도 불을 뿜었다. 동양생명은 지난 4월부터 질병과 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를 90세까지 보장하는 ‘수호천사 다이렉트 플러스 종합보장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90세까지 건강관리자금, 장수축하금, 사후 준비자금 등 노후자금을 보장하는 ‘4070 웰빙케어보험’을 선보였다. 신동아화재도 지난해 말 상해로 인한 사망이나 입원비, 치매 간병비를 90세까지 보장하는 ‘무배당 카네이션 실버 웰빙보험’을 내놓았다.실버여행상품도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노부부들에게 결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지난해 3월 ‘리멤버 허니문’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을 구입하면 제주도로 날아가 고급호텔에 머물며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감동적인 결혼식을 재현할 수 있다.휴대폰 시장에도 실버파워가 접수됐다. 소비자 조사 전문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 조사결과 지난 3월 이동통신 가입자 10만명 가운데 전 분기 대비 60세 이상 고령자의 증가율이 5.8%로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숫자와 기능 버튼을 모두 없애고 단 3개의 버튼만으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초간편 실버폰 ‘지터벅’(사진 왼쪽)을 지난 4월 미국에서 출시했다.법무부는 경주교도소의 재소인원을 450명에서 340명으로 줄이고, 전국 교도소에 수용된 65세 이상 고령자를 이감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교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감방에 좌변기와 샤워시설, 싱크대 등을 마련하고, 어르신 재소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할 예정이다.
 

 

 

 

 

 

노후자금 시달리는 심리 악용-수면제 먹인 파렴치범도 적발

 

 

 

 

 

 

 

 

 

 

 

 

 

 

 

 

고령화의 그림자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신종범죄를 통해 흉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생활을 원하는 한편 노후자금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신종 사기범죄가 최근 들어 우후죽순처럼 적발되고 있다.경찰청 조사결과 각종 범죄 피해자 가운데 61세 이상 노인은 2001년 4만2535명, 2002년 4만2270명이었다가 2003년 4만5231명으로 늘어났고, 2004년에는 무려 7만2969명으로 급증했다. 2004년을 기준하면 하루 200명의 노인들이 범죄의 대상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2004년 10월 초, 충남 보령시 주야리의 한 마을회관에서 72살 박모 할아버지에게 13만원 짜리 중국산 수의를 국산이라고 속여 50만원에 판매하는 등 130명의 노인들을 상대로 1억원 어치를 속여 판 혐의로 백모(58)씨를 붙잡았다.강릉시 주문진읍에 사는 김모(73) 할머니는 지난 3월 마을을 방문한 서커스 공연단을 찾은 것이 화근이 돼 한순간에 230여만원을 잃고 말았다. 김씨는 공연단이 국내 유명 제약사 제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30만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이 가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뿐이 아니었다. 김씨는 이들로부터 “상조회에 가입하면 250만원짜리 장례절차를 150만원에 대행해준다”는 말에 속아 상조회에 가입하고 196만원을 송금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말았다.지난 4월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경로당에서는 유선방송 수리원을 가장한 50대 남자가 “TV를 고치러 왔다”며 노인들을 안심시킨 뒤 심모(82) 할머니가 차고 있던 시가 100여만원 상당의 시계를 발견하고는 “TV를 고치려면 시간을 봐야 한다”며 잠시 빌렸다가 그대로 들고 도망가기도 했다.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물건을 사러 나왔던 이모(74) 할머니가 4인조 일당에게 시가 30만원 상당의 5돈짜리 금목걸이를 날치기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충북 충주에서는 법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노인들에게 3명의 젊은이들이 말을 걸며 다가가 20여명의 노인들에게서 금목걸이 등 130여돈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이들은 “땅바닥에 돈이 떨어졌다”며 말을 건 뒤 노인들이 돈을 줍기 위해 엎드리면 목걸이를 낚아채는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심지어 노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범행을 저지르는 파렴치범도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시골노인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돈을 빼앗은 혐의로 이모(36·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모(72) 할머니의 집에서 세 들어 살던 이씨는 밀린 전기세를 주겠다며 김 할머니를 찾아가 수면제를 섞은 청심환을 먹인 뒤 현금과 목걸이 등 1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강남경찰서는 문화상품권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속여 노인과 주부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다단계 업체 대표 김모(5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최근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문화상품권 독점판매 계약으로 전국 97만개 가맹점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속여 김모(60)씨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55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모두 1800여명으로부터 7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붙잡혔다.경찰은 또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 모니터를 설치해 수익을 낸다”고 속여 140여명의 노인으로부터 7억여원의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다단계 업체 대표 이모(51)씨 등 2명도 구속했다.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김모(72) 할아버지는 몫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다단계 사업에 손댔다가 30년 공무원 생활로 받은 연금 4200여만원을 고스란히 날려 버렸다. 김씨는 처음 몇 주 동안 투자수당 명목으로 17만원씩 입금되던 돈이 끊긴 뒤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수천 만원의 카드 빚까지 떠안아 신용불량자가 됐고, 그 충격에 오른쪽 귀가 멍해져 일주일 동안 입원까지 해야 했다.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8월부터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발기부전과 치매 등에 효과가 있는 상품을 개발했다고 속여 노모(68) 씨 등 200여명의 노인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9억원을 챙긴 강모(60)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강씨는 자신이 만든 상품을 400여만원에 구입하면 6개월 뒤 원금은 물론 큰 수익을 보장하고, 신규회원을 데려오면 4~8%의 직급수당을 주겠다고 노인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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