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진 대한노인회 서울 동작구지회장 “경로당 회원들과 매년 국립 현충원에 봉사"
고덕진 대한노인회 서울 동작구지회장 “경로당 회원들과 매년 국립 현충원에 봉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9.20 14:06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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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국장·언론사 대표 등 화려한 경력… “70세까지 현역”
노인일자리 1500개, 회원배가상 수상… 서울서 앞서가는 지회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인일자리 1500개로 서울의 25개구 지회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안다.”

9월 중순 어느 날, 고덕진(81) 대한노인회 서울 동작구지회장은 “일자리 확충에 노력한 결과 타 지회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7년 7월, 선출된 고 지회장은 경로당 회원배가운동에도 주력했다. 2018년 한 해에 1850명의 회원을 늘려 총 8900여명의 회원을 확보, 서울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상도 수상했다. 고 지회장에게서 남다른 지회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일자리 유형은.

“경로당식사도우미를 비롯해 경로당생활도우미, 환경정화 같은 일이다. 시장형이라고 해서 학교 배식도우미, 도서관도우미, 등하교 교통정리 등의 일이 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자리를 확보했나. 

“이 지역 시니어클럽이 하던 일자리가 우연찮게 우리에게 넘어오게 됐고 일부는 복지관에 부탁해 얻어온 것도 있다.”

-일자리 관리도 쉽지 않을 텐데.

“노인재능나눔에 참여하는 200명까지 관리하다보니 직원 수가 많아졌다. 14명으로 서울 노인회에서 가장 많아 지회 운영에 어려움도 따른다. 점심 식사 후 다 같이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웃음).”

동작구 인구는 39만7000여명, 노인은 6만1000여명이다. 동작구지회는 136개 경로당을 두었다. 회원 수는 8900여명. 동작구는 30년 전 관악·금천·강서·양천구와 함께 영등포구로부터 분구됐다. 서울 시민들조차 동작구를 잘 모르는 배경이다. 

-동작구를 소개해 달라.

“국립현충원이 우리 구에 있다. 한강에 접해 있으며 외부로부터 인구가 많이 유입되지 않은 채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살았던 주민들이 조용히 지내는 지역이다. 역사에 나오는 사육신묘와 철도의 발상지 노량진이 이곳에 있다. 과거 해·공군본부가 있었던 군사요충지이기도 하다.”

-경로당에서 국립현충원에 봉사를 나간다고. 

“구청의 지원을 받아 경로당 회장, 총무 등 300여명이 매년 5월, 현충원의 무연고자묘역(제14묘역)을 찾는다. 풀도 뽑고 비석도 닦고 꽃병에 무궁화꽃도 꽂아준다. 개인적으로는 6·25 때 전사한 처남이 이곳에 묻힌 관계로 처가 식구들과 찾는다.”

-경로당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거 때도 물론 경로당을 돌았지만 지금도 시간이 나는 대로 경로당을 방문한다. 하루 두세 곳을 찾아가 회원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소통한다. 전체 경로당 중 구립이 41개이고 나머지는 아파트경로당이다.”

고덕진 동작구지회장(앞줄 오른쪽)이 직원들과 노인회관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고 지회장 오른편이 성미숙 사무국장.
고덕진 동작구지회장(앞줄 오른쪽)이 직원들과 노인회관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고 지회장 오른편이 성미숙 사무국장.

동작구지회는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하는 개방형경로당 30곳을 운영 중이다. 개방형경로당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열린 공간으로 주민들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경로당이 10곳, 1·3세대가 함께 어울려 책을 읽고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북카페경로당이 3곳 있다. 콩나물도 기르고 옥상, 아파트 자투리땅에서 키워 수확한 작물을 주민들과 함께 나눠먹는 경로당도 80곳에 달한다. 

그밖에 탁구를 즐기는 학습교육형이 3곳, 건강체조·운동교실 같은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작은 복지관형 경로당이 5곳 있으며 카페와 세미나실을 갖춘 독특한 형태의 경로당도 있다.

-경로당 현안은 무언가.

“일부 경로당 내 불화가 심각했다. 돈 문제라기보다는 파벌 싸움이었다. 90세 넘은 전임 지회장이 저를 수석부회장으로 앉혀놓고 지회 일을 떠맡기다시피 했다. 정화위원회를 만들어 문제가 된 18개 경로당을 하나씩 수습해 나갔다. 현재는 모든 경로당이 평화롭고 화목하다.”

-어떻게 해결했나.

“상대편을 불러다 설득하고 이해시켰다. 경로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위법적인 일들은 아니라 융화하는 쪽으로 달랬다. 양보하고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라고 하면 대부분 잘 따라준다.”

고덕진 동작구지회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동국대 법학과를 수료했다. 국가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문화공보부, KBS 대전·남원·청주방송국에서 근무했다. 언론중재위 과장, 법률신문사 편집국장, 환경일보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경력이 화려하다.

“과거 청와대에 있었던 친지를 통해 문화공보부에 들어간 이후로 지방의 KBS 방송국을 돌았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덕에 법률신문사에도 몸 담았다. 70세까지 현역으로 일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사회활동을 마치고 쉬던 중 상도1동아파트경로당 회장의 권유로 후임을 맡아 8년간 봉사했다. 전임 지회장의 중도사퇴로 실시된 지회장 선거에서 4배 가까운 표차로 당선됐다.”

-비결이라면.

“지역의 노인들 대소사에 도움을 주고 주례도 100회 섰다. 서울 지회장들이 단체로 해외에 나갔을 때 전에 있던 경로당에서 십시일반 경비를 모아준 적이 있다. 물론 지회장이기도 하지만 떠난 사람에게 그리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타 지회장들도 부러워했다.”

-부임한지 2년이 넘었다. 그간 어떤 일들을 했는지.

“선거공약을 여러 가지 했다. 구청과 협의해 지회 운영비를 인상하고 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노인들 건강 증진에 힘쓰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은.

“경로당 회장, 총무들이 봉사를 많이 하지만 상응하는 대가가 없어 안타깝다. 일부 지회에서 조금씩 (활동비를)준다는데 구청장과 협의를 해 어떡해서든 이 부분을 해결해보려고 한다.”

-건강은 어떠신가.

“제가 두 차례 암 수술(대장, 간)을 받았다. 그렇지만 요즘은 건강이 그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고덕진 동작구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자리 등 노인복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단독으로 쓰고 있는 노인회관이 좁아 더 넓은 장소로 옮기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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