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포츠 스타들, 방송가 주름잡는 스타로…허재‧김병현 등 스포테이너 전성시대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 방송가 주름잡는 스타로…허재‧김병현 등 스포테이너 전성시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9.20 15:09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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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강호동이 원조… 2010년대 안정환‧서장훈 등장 후 급성장
허재, ‘뭉쳐야 찬다’ 출연 후 예능 섭외 1순위… 승부욕과 반전 매력 뽐내
JTBC ‘뭉쳐야 찬다’는 구수한 입담과 의외로 귀여움을 뽐내는 ‘예능늦둥이’ 허재를 비롯 이만기, 김동현 등 스포테이너들이 대거 출연해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JTBC ‘뭉쳐야 찬다’는 구수한 입담과 의외로 귀여움을 뽐내는 ‘예능늦둥이’ 허재를 비롯 이만기, 김동현 등 스포테이너들이 대거 출연해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1980~90년대를 풍미했던 농구대통령 ‘허재’. 1997년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놀라운 실력을 뽐낸 그는 준우승팀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MVP에 선정됐다. 2004년 현역 은퇴 이후에는 감독으로 변신, 소속팀을 수차례 정상에 올려놓고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면서 한국농구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2018년 국가대표 감독직을 내려놓고 운둔생활을 하던 허재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현역시절 못지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예능인’으로.

최근 국내 방송가는 허재를 비롯한 ‘스포테이너’가 장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스포테이너는 운동선수 출신의 방송인을 뜻하는 말로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다.

스포테이너의 역사는 1993년 강호동의 등장부터 시작된다. 1989년 민속씨름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강호동은 당대 최고 스타 이만기를 꺾고 천하장사에 등극하는 등 씨름계를 평정한다. 그러던 중 1992년 5월 돌연 은퇴를 한 그는 이듬해 개그맨 이경규의 권유로 MBC 특채개그맨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한다. 특유의 호탕한 매력을 앞세워 단숨에 인기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최정상급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스포테이너는 2010년 들어 ‘국보급 센터’로 불리는 서장훈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안정환이 브라운관에 진출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 MBC ‘아빠 어디가’를 통해 방송에 데뷔한 안정환은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와 찰떡호흡을 자랑하면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뜬다’ 등을 통해 선수시절 화려한 드리블 못지않은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서장훈 역시 우연히 방송과 연을 맺은 이후 SBS 간판예능인 ‘미운 우리 새끼’와 ‘동상이몽’ MC를 맡으며 선수시절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을 통해 스포츠인 출신들도 전문 방송인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준 스포테이너의 활약은 올해 들면서 전성시대를 맞았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스포테이너는 ‘예능늦둥이’로 불리는 허재다. 지난 6월 안정환 등과 함께 조기축구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JTBC ‘뭉쳐야 찬다(뭉찬)’에서 예능 신고식을 치른 그는 ‘한끼줍쇼’, ‘라디오스타’, ‘집사부일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 출연하는 등 예능 섭외 1순위로 자리잡았다. 감독 시절에 ‘이게 불낙(블로킹)이야’라는 멘트로 유명세를 탔던 그는 예능인으로 변신하자마자 “그거슨(그것은) 아니지~”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종합격투기 UFC에서 한국인 최다승(13승)을 올린 김동현 역시 차세대 스포테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을 비롯해 tvN ‘플레이어’, ‘뭉찬’ 등 4∼5개 예능에 고정출연하며 본업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격투기 무대에서 ‘스턴건(전기충격기)’으로 통했지만 TV에서는 겁 많고 호들갑스럽다는 의미로 ‘호들이’라 불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거 김병현(왼쪽 두 번째), 축구스타 안정환(네 번째), ‘국보급 센터’ 서장훈(다섯 번째) 등이 출연해 호평받은 MBC ‘편애중계’.
메이저리거 김병현(왼쪽 두 번째), 축구스타 안정환(네 번째), ‘국보급 센터’ 서장훈(다섯 번째) 등이 출연해 호평받은 MBC ‘편애중계’.

한국인 중 유일하게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을 가진 김병현은 예능 데뷔에 앞서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으로 나서며 주목받은 케이스다. 다소 어눌하지만 할 말은 다하는 특유의 성격으로 미국 프로야구를 중계하면서 엉뚱한 매력이 부각됐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이 호투하면 말을 멈추고 박수를 쳐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7월 MBC ‘라디오스타’에서 남다른 말솜씨를 자랑한 그는 MBC 새 예능 ‘편애중계’에 고정 출연진으로 발탁되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방송가에서는 스포테이너가 사랑받는 이유로 특유의 승부욕과 자신감, 그리고 반전 매력을 꼽는다. 각자 분야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강한 승부욕을 바탕으로 선수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저마다의 매력을 부각시키면서 그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다. JTBC ‘뭉찬’의 성치경 프로듀서는 “심판 판정에 불같이 항의하는 등 다혈질의 이미지였던 허재는 방송을 통해 동네 형같은 친근한 매력을 선보인 것이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테이너들의 남다른 인맥도 강점이다. 스타와 스타는 통하듯, 이들은 현역 시절 유명 연예인과 친분을 맺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본업과 다른 방송가로 뛰어들어도 이질감 없이 빠르게 적응하며 자리 잡을 수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스포츠 선수는 대중 앞에 서는 일이 낯설지 않고, 대중도 그들을 이미 연예인처럼 느낀다”며 “요즘 예능은 체력이 관건인데 그 점에서도 스포츠 선수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 오랜 선수 경험을 통해 돌발 상황에서 발휘되는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전문 방송인이 되기에 적합한 자질”이라고 분석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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