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이유도 모르는 과도한 불안감… 정신과 상담 필요
불안장애, 이유도 모르는 과도한 불안감… 정신과 상담 필요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09.20 15:21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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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걱정에도 몸이 떨리고 두통‧흉통… 방치하면 일상생활 지장
항우울제는 의존성 거의 없어…심호흡, 명상 등 심리요법도 도움

[백세시대=이수연기자]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 모 어르신(78)은 최근 과도한 불안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아들이나 손주 걱정을 시작하면 손이 부들부들 떨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가족들도 증세가 계속되자 이상함을 느꼈다. 과도하게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 때문에 처음엔 심장 문제인 줄 알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소화기관 검사에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신체 기능에 문제가 없는데도 증상이 계속되었다. 자식들의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김 어르신은 검사를 통해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불안장애는 김 어르신처럼 이유 없이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친 정신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불안감 자체는 보통사람들도 흔히 경험하는 정상적 감정이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 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노후대비, 건강 염려에 노년기 불안장애 급증해

불안장애로 인한 불안의 대상은 건강이나 경제적인 문제, 실직 등 구체적인 경우도 있지만,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처럼 근거 없는 불안도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사람을 항상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불안장애 환자는 52만2021명이었다. 그 중 70세 이상 노인이 11만7660명으로 전체의 22.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60대 환자는 9만2171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노년층에서 불안장애 환자 증가 속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히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2008년에서 2013년까지 전체 환자 수는 39만7950명에서 52만2021명으로 1.3배 증가했는데 반해 70세 이상 증가율은 해당 기간 6만5944명에서 11만7660명으로 1.8배로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호 교수는 “이제는 노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자식들만을 위해 살면서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했던 분들이 현실을 직면하면서 불안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과 기능이 상실됐을 때 돌봐줄 사람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불안 상승의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불안장애 중에서도 노년층에 많이 나타나는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걱정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을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증상이다. 걱정 때문에 몸이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불안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 흉통, 불면증, 집중력 부족, 피로감 등이다. 이 밖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저리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얼굴이나 가슴이 화끈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기도 하며, 소변을 자주 보거나 아랫배가 불편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근육이 경직되어 늘 긴장한 몸으로 일상을 보내게 되어 쉽게 피로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강북삼성병원 오강섭 교수는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치매 발생률이 4~5배 높으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불안장애 환자의 약 10%가 자살을 생각하며 3~4%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불안감 때문에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고 일상생활이 힘들 때는 가까운 정신과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처음부터 병원을 찾기 힘들다면 거주지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거나 추천 기관을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검색하면 구별 혹은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신건강상담전화인 1577-0199로  전화하면 24시간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약물치료, 명상 등 심리치료도 도움

불안장애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불안 정도가 감소하고 회복될 수 있으나 재발되어 만성화될 경우에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와 같은 기분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또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술을 자주 마셔 알코올중독과 같은 중독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불안장애 진단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과 병력 청취,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내려진다. 특별한 검사법은 없지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신경과적, 내과적 질환의 감별을 위해 혈액검사나 뇌영상 촬영과 같은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세부 진단에 따라 치료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약물치료의 경우에는 보통 항우울제를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항불안제를 단기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면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항우울제의 경우는 거의 생기지 않고 항불안제의 경우도 단기간 사용한다면 의존성이 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연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항우울제는 복용 후 위장관을 통해 흡수돼 간이나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며 “복용 후 2~4주에 걸쳐 약으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며, 의존성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외에도 정신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명상이나 복식호흡 같은 이완기법 등이 약물치료와 병행되거나 단독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명훈 교수는 “마음에 평안을 주는 음악이나 스트레칭, 조깅 등도 긴장해소에 도움이 된다”면서 “몇 분간 조용히 앉아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등의 심호흡을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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