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경로당에 웰다잉 문화 조성...“인생노트 쓰고 삶이 달라졌어요"
대한노인회, 경로당에 웰다잉 문화 조성...“인생노트 쓰고 삶이 달라졌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9.27 11:26
  • 호수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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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회 첫 시작, 의정부시지회 등 타 지역 확산… 유언장‧사전의향서 작성도
9월 23일 경기 의정부시지회에서 진행된 인생노트 작성 교육에 김형두 지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 등이 참석해 서일성 원장에게 작성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9월 23일 경기 의정부시지회에서 진행된 인생노트 작성 교육에 김형두 지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 등이 참석해 서일성 원장에게 작성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기자]“자식들이 보통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잖아요. 제가 직접 쓴 ‘인생노트’를 아들‧딸들이 보면서 저의 진솔한 속마음과 제 삶을 보다 잘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9월 23일 대한노인회 경기 의정부시지회(지회장 김형두)에서 만난 유옥경(77) 어르신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자신의 인생노트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의정부시지회에서 주관하는 ‘경기도 어르신 인생노트 사업’에 참여하면서 잃었던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고도 덧붙였다. 유 어르신은 “노트를 작성하며 보통사람들의 인생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더욱 즐기면서 인생을 마무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회장 김성헌)를 비롯, 경기 의정부시지회, 강원 홍천군지회 등이 ‘인생노트’ 작성 교육을 진행하며 새로운 경로당 웰다잉 문화 조성에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인생노트란 어르신들이 지나온 삶을 기록하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일종의 자서전이다. 이를 통해 개개인 삶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버킷리스트, 사전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상속의사 확인서 등을 작성하는 웰다잉 문화의 전파를 위해 시작됐다.

국내에서 인생노트 보급을 처음 시도한 것은 서울연합회다. 서울연합회는 앞서 고령사회 접어든 일본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개한 ‘엔딩노트’ 사업을 벤치마킹해 2017년부터 특화사업으로 인생노트 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의 하나로 경로당지도사 90여명을 선발해 현재까지 꾸준히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연합회 경로당지도사들은 은빛출판사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한 ‘인생노트 - 삶을 기록한다’를 교재로 삼아 교육을 진행한다. 첫해 지회별로 300권씩 총 7500권 보급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2만2000여권을 보급했다. 매년 교육 후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웰다잉 문화 전파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답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회 관계자는 “글을 쓸 줄 아는 어르신 거의 대부분이 인생노트 작성을 반겼다”면서 “경로당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생노트 작성 교육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경로당지도사들은 이 교재를 가지고 6월부터 10월까지 집중적으로 인생노트작성 교육을 펼치고 있다. 지도사별로 2인 1조 혹은 단독으로 매월 1~2곳의 경로당을 방문해 2회기에 걸쳐 교육을 진행한다. 

교재의 분량이 100페이지에 달해 첫 수업 시간에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성하면 되는지 개괄적인 설명이 이뤄진다. 인생노트는 크게 현재, 과거, 준비된 미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도입부에는 나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이름, 본적, 주소, 전화번호, 동거인 등을 작성한다. 그 다음에는 병력이나 복용약 등 건강에 관한 기록과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그동안 돌봐온 후원자, 반려동물, 화초 등이 계속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목록을 써내려 간다. 

또 저축·보험·주식·귀중품·부동산 등 자산과 부채를 꼼꼼히 작성해 자녀들이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과거 기록은 자서전을 쓰는 것과 흡사하다. 출생, 혼인관계, 학업, 사회생활부터 좋아하는 것들 까지도 기록한다.

경기 의정부시지회도 9월 말부터 유훈노트 작성을 통한 ‘나만의 작은 자서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정부시지회는 경기도와 경기복지재단이 지난 7월 공모한 ‘경기도 어르신 인생노트 사업’에 양주시지회와 함께 선정됐다.   

이후 의정부시지회에서는 직접 ‘유훈노트(교육 보조재)’를 개발했고 지역 내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서를 접수받아 200명을 선발해 9월 16일부터 11월 22일까지 3개월간 교육을 진행한다. 기수별로 50명씩 분배해 총 4기수로 진행되는 교육에서 참가자들은 2주간 월‧수‧금요일에 2시간씩 교육을 받는다.

나만의 자서전(인생노트)은 서일성 충효국민운동본부 교육원장 등 전문강사와 변호사의 강의를 통해 교보재 작성법을 익힌 어르신들이 개별적으로 써내려 간 초안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교보재는 성장과정, 학력·경력 , 연애·결혼생활, 가족관계, 보유재산 및 처분방법, 장례절차 및 안장방법 등을 꼼꼼하게 적을 수 있도록 제작돼 누구나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초안이 완성되면 의정부시지회는 출판사에 넘겨 편집과정을 거친 후 개별적으로 인생노트를 제작해 참여 어르신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용으로도 자서전을 제작해 자녀들이나 지인들이 QR코드를 활용,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형두 의정부시지회장은 “인생노트 제작은 대한민국 역사의 산증인인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어르신들이 나만의 작은 이력서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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